고헌산(高獻山)
낙동정맥 줄기에 홀로 솟은 외로운 산.
사실 이 고헌산만 단독으로 산행한 경우는 없었는데
이웃 봉우리가 없어
이 고헌산만 찍고 내려오면 다소 싱겁지 않을까 하는게 이유였었다.
결론은 늘 그렇치만
"착각도 참 자유십니다"였다.
싱겁기는 개뿔
아주 개운했었다.
전날 30km 마라톤 훈련을 했었다.
3월말에 늘 있던 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가 올해는 취소가 되는 바람에
헛바람을 켜고 말았는데
겨우내 준비했던 몸상태가 자칫 삐걱해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주말만 되면 훈련에 전념 중이다.
올해 첫 대회로 준비 중인 대회는
불교108울트라마라톤대회. 4월 21일 개최된다.
전날, 30km를 뛰었기에
몸상태를 고려해 적당한 거리에 있고 적당한 난이도를 가진
산을 찾는 중 이 고헌산을 택한 것.
사실 3시간 정도로 가볍게 산행할 생각에 택한 고헌산.
하지만 결과는 6시간.
길을 잘 못 든 까닭도 있지만
뜻밖에 능선에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진도가 나아가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마을에서 보이는 고헌산 자락>
예전 신기마을에서 시작해 고헌산~외항재~가지산까지 갈려고
고헌사에서 격한 오름 짓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급경사 오르막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고헌사에서 고헌산 정상까지 구간은 날 선 오르막.
이번에는 좌측 고헌서봉으로 오르는
다소는 편안한(?) 능선으로 올랐다.
코스는
신기마을~고헌서봉~고헌산~고헌동릉~신기마을
대략 10km.
<신기마을 진우훼밀리아파트>
진우훼밀리아파트 근처에 차를 세우곤
고헌사 방면으로 걷다가 좌측 능선으로 붙으면 된다.
입구는 공동묘지 분위기가 물씬.
묘지들이 곳곳에 소담(?)스럽게 자리 잡았다.
능선에 오르니 며칠 전 내렸던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는데
고헌서봉 즈음에는 적설이 제법 된 상태였었다.
"3월 중순에 눈이라니"
해마다 이맘 때면 이런 기회가 가끔 있긴 하지만
그것도 지리산이나 설악산 같은 먼 동네 이야기.
평소 겨울에도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영남알프스에
3월에 눈 밟기라니 딴은 운이 좋았다.
<뽀득뽀득 눈을 밟으며...>
신기마을에서 고헌산까지는 4.7km
3시간 남짓 걸렸다.(트랭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원점회귀를 3시간 잡았는데
정상 오르는데만 오롯이 다 걸렸으니
눈으로 보기보다
걸어보니 제법 먼 거리다.
<밑에 신기마을, 우측 능선으로 올랐다>
능선에 오르니 저 맞은편 가지산과 상운산 봉우리가 우뚝하다.
예전 이 고헌산을 오른 이유가
석남사환종주 32km를 해보기 위함이었는데
컨디션 난조로
외항재 너머 석남사로 바로 하산하면서 환종주를 접었던(?) 흑역사가있었다.
그때가 2010년.
다시 한번 도전해볼까?
<저 맞은편 우뚝 솟은 봉우리가 가지산>
낙동정맥은 부산 몰운대에서 태백 구봉산까지
이어지는 정맥인데
고헌산이 바로 정맥의 한 구간.
예전 여기를 지나 영천 한무당재에서 "그만"을 외쳤었다.
역시 정맥이나 백두대간은 내 체질에
맞지 않는가 보다.
백양산에서 시작해 한무당재까지.
그때는 길도 제대로 없었던 시절.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무모하게도 걸었었다.
<우측 봉우리가 고헌산 정상>
그때의 패기는 어디가고
10년이 흐른 지금, 중년의 뱃살 아재는 고헌산에서도 허덕이고 있는 중이었다.
우습게 안 고헌산.
절대 우습게 볼 산이 아니다.
역시 어느 산이든 산 앞에서는 겸손이 미덕.
늘 깨닫지만 또 까먹고 만다.
저 왼편 능선이
고헌동릉인데 저 봉우리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내리서야
신기마을로 원점회귀가 된다.
<저 왼편 봉우리가 고운산 소나무봉, 아래 숲피못이 날머리>
고헌서봉.
여기 오르는데 매우 힘들었다. 적설이 제법 심했기에
걷기에 다소 불편했기 때문.
4월, 이 숲속은 녹음의 푸르름으로
지금의 풍경과 완전 다른 모습으로 채색되어 간다.
사실 고헌산은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는 4월 초순이
가장 싱그러울 때다.
바람은 부드럽고 기온은 온화한 지금.
바닥은 눈으로 덮혀있어 이질감이 더한 고헌산이었다.
<고헌서봉>
고헌서봉에서 바라본 낙동정맥 능선.
구비구비 휘어지고 틀어진 모양새가
사뭇 날까롭다.
우측 눈으로 덮힌 능선이 바로 낙동정맥.
하지만 눈으로 덮힌 사면은 오후 햇살의 따사로움에 모두
녹아 버렸는데 마치 팥빙수에 얼음 녹든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이건 고헌서봉에서 바라본 건너편 풍경.
외항재가 바로 저 능선 아래다.
가지산과 상운산 그리고 운문령의 고개길이 바로 저 방향
저 맞은편 솟은 능선은 문복산과 옹강산으로
이어진다.
<문복산과 옹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고헌서봉에서
고헌산 정상까지는 지척이다.
터벅터벅 걷다보면 금방.
마침 한무리의 중년 등산객들의
처절한(?) 눈싸움 현장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남녁의 따뜻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겐
눈은 특별한 존재다.
드디어 고헌산 정상.
박무와 미세먼지로 뒤덮힌 그날의 영남알프스.
시리도록 맑은 하늘에 비교해 풍경은
다소 탁했다.
여기서 고헌사로 갈려면
정상석에서 아래로 바로 내려가면 된다.
고헌동릉은 정상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곳에서
이어지는 아래의 능선.
이제 어려운 길은 다 걸은셈.
고운산 소나무봉까지 능선질만 하면 되는
비교적 쉬운 일만 남았다.
매우 순하다.
어렵지 않게 내려갈 일만 남았다.....라고 생각했는데
아차하는 순간에 길은 틀어지고 말았다.
길을 벗어나 삐뚤삐뚤 숲 속 곳곳을 누비며 없는 길을
헤져 나가야 했었던 그날의 산행이었다.
갈림길에서
표지기 하나 잘 못 보고 어먼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인데
애둘러 숲의 숨은 길을 찾아 지그재그로 걷다
결국 소나무봉에서 내려오는 길을 간신히 만났었다.
<고헌동릉, 신기마을로 원점회귀 할려면 이 능선을 타야한다>
겨우 길을 잡고 내려오는데
겨울에 뜻하지 않게 운지버섯을 만났다.
그것도 제법 싱싱한 게 아닌가.
운이 좋았다.
이번에 눈이 내린 후 돋아난 듯한데 차로 마시기 위해
조금만 갈무리해봤다.
운지버섯은 대게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집중적으로 돋아나는 버섯.
<뜻하지 않게 만난 운지버섯>
고헌산 동릉을 타고 저 봉우리 전
우측으로 내리서면 바로 숲피못을 만나는데
봉우리 도착 전, 갈림길이 나온다.
봉우리에서 우틀 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
산전마을.
<숲피못 위 봉우리>
여기가 장성마을 숲피못.
바로 날머리다.
신기마을까진 불과 2km 남짓. 사부 자기 걸으면 된다.
<장성마을 숲피못>
숲피못에서 신기마을까지 가로 질러 가는 길은 없음.
숲피못에서 궁근정리 신기마을로
돌아오면 산행은 완벽한 원점회귀를 그린 멋진 코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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