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서환종주 30km, 개인적으로 서 너번 완주한 경험이 있기에
길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안다.
화개산~중리역
또는
중리역~화개산
어느 방향이든 모두 2번 정도 완주를 했으니 말이다.
"광려산에서 여항산까지는 지금까지 안 가봤잖아"
그랬다.
함안 여항산 자락은
이래저래 서 너번 종주도 했고 산행 경험이 많아 대부산, 서북산, 봉화산는
잘 아는 마루금들이다.
하지만 소위 '그 잘 안다는 마루금'을 서로 이어보진 못했다.
<어설픈 산꾼>
가을 나절, 산행 하기 딱 좋은 계절.
호기있게 마음을 먹고
어느 한갓진 토욜, 가벼운 먹거리만 넣고서는 그렇게
중리역으로 향했다.
'그 잘아는 마루금'을 이어보기 위해서다.
대략 30킬로 조금 안 나올 듯 싶다. 시간은 10시간으로 계산
<무학산 가는 길은 매우 순탄하다>
"헉~ 이거 뭐야"
오전 7시도 되지 않는 시간인데도
함안가는 서마산 고속도로는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바야흐로 때는 단풍의 절정 시기.
수많은 관광버스와 행락객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꼬리를 문 차량들로 갑갑했었다.
<반대편 광려산, 투구봉, 오늘의 종착지 저 멀리 여항산>
산행 시작은 8시 30분.
예정보다 1시간 30분이나 늦게 시작했는데
하지만 장애물(?)은 또 있었다.
일련의 등산객 무리들이
일렬로 등산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더욱 지체되고 말았다.
족히 50명은 넘어 보이는 행렬. 진행은 더욱 더뎠다.
5.8km의 다소 먼 거리지만 중리역에서 무학산까진 길이 좋아
1시간 40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거리.
그런데 행렬에 막혀 2시간이 더 걸리고 말았다.
"헉헉"
무학산에 도착하자마자
숨 고를 틈도 없이 냅다 달려 내려가기에 바쁜 그날의 산행이었다.
<쌀재에서 본 무학산과 대곡산의 단풍>
안개약수터에서 시원하게 마신 물 한 모금.
그 힘으로 대산까지 견뎠다.
가장 힘든 구간
바람재~대산~광려산 구간이다.
내서환종주를 하면 이 구간이 제일 힘들고 지친다.
오르락 내리락 드센 마루금이기도 하지만
시간적으로도 매우 지칠 시기이기 때문이다.
바람재에서 길고 긴 오르막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른 대산이다.
터벅터벅, 이 구간은 힘이 나질 않는다.
스틱을 불끈 쥐고 한발한발 나아가는 코스.
인내심을 제대로 보여주는 '시험의 구간'이다.
<대산 뒤로 걸어온 무학산과 대곡산의 마루금이 보인다>
대산에서 광려산구간은
더울 때는 정말 사람 제대로 잡는다.
바람재~대산~광려산은
내서환종주 구간 중 가장 버거운 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개인적으로 4번을 종주했고
오늘 또다시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늘 이 구간에선 쎄를 빼고 목을 늘어뜨리며 걷는다.
그나마 11월이라 시원해서 다행.
사실 그날 바람이 불어 제법 쌀쌀했지만 산행하긴 딱 좋은 날씨였다.
광려산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여항산이 보인다.
오늘 내가 가야 할 종착지로 정해 놓은 봉우리다.
광려산 지척 봉우리가 삿갓봉.
삿갓봉에서 한치로 내려가야 비로소 여항산으로 가는 등로가 나온다.
<광려산에서 본 삿갓봉>
삿갓봉이다.
여기서 중요한 갈림길이 나온다.
그대로 직진을 하면 투구봉으로
바로 내서환종주 구간. 여기서 화개산까지 내려가면 된다.
여항산은 좌측.
바로 낙남정맥 코스이기도 하다.
여기까지가 오늘 15.4km다.
(중리역~삿갓봉)
<뒤로 보이는 투구봉>
삿갓봉에서 바라본 맞은편 무학산과 대곡산 마루금이다.
아득하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네 속담이
산행하다 보면 딱 맞는 명언임을 느끼게 된다.
"언제 저기 갈까"해도 벌써 와 있는 게 바로 사람 걸음이다.
"아이고야 니미럴"
욕을 몇 번이나 하면서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내리막 구간이라 나름 편할 거라 여겼는데
정말 욕이 절로 나오는 급경사 최악의 코스였다.
등산객이 최근에 아무도 내려가지 않은듯하다.
낙엽은 등로를 완전 덮었고
그 밑에 돌과 나무뿌리가 숨어있어 아차 하면 뒤로 꽈당이다.
스틱을 부러져라 불끈 쥐고 가재 걸음으로
내리막을 내려왔어야 했다.
불과 1.7km 내려오면서 시간은 1시간을 소요했으니
얼마나 식겁했는지 시간에서도 알 수있을 것이다.
<식겁하면서 내려온 한치>
한치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여항산까지 8.5km
하산까지 고려하면 10km가 넘는다.
이미 그 길은 내가 걸어봤기 때문에
대략의 시간을 알 수 있었기에 고민의 판단이 멈칫하게 만든다.
<한치에서 여항산까지>
겨울 나절 산행은
하산 완료가 17시가 나의 산행 철칙이다.
아무리 동네 뒷산이라도 나는 겨울 산행은
오후 5시 이후로는 하지 않는다.
여름과 달리 서서히 어두워지는 게 아니라 겨울은 즉시 어두워지고
해가 진 뒤 날씨는 매우 쌀쌀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핑계도 될 수 있겠지만
어째튼 한치에서 산행에 대한 열망치는 급전직하로 떨어져 있었다.
폰의 맵을 작동 시켜보니
여기서 여항면사무소까지가 6.6km다.
마침 둘레길이 잘 되어있어
산행으로 못한 거리를 둘레길 걷는 것으로 채워보기로 급변경.
<한치에서 여항면사무소까지 걸었다>
한치에 있는 주유소 직원이 나를 보며 말을 건넨다.
"어디 갑니까 거긴 길이 없어요"
딴은 등산로가 아닌 길을 등산객이 가니
걱정이 되어 물어 봤을 듯하다.
"여항면사무소 갑니다"
"아이고 엄청 먼데 거긴 걸어서 못 가요 차를 타세요"
"압니다 걱정마세요"
나에겐 '불과' 6.6km.
그사람은 '엄청 먼' 6.6km
사람마다 입장 차이는 이런거다.
사실 나는 여항면사무소에 도착했어도 더 걷고 싶었다.
체력이 바닥 난 상태는 아니였으니 말이다.
<어두워진 입곡 군립공원>
다소는 계획보다 짧았고
거리 또한 짧게 끝나는 바람에 좀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계획이 늘 제대로 되리란 보장은 없다.
이런 날 저런 날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날 충분히 '가을의 낭만'을 즐겼던 산행이었다.
총24.53km
시간은 7시간 37분
그날 한치에서 내려오다 모과나무를 발견하곤
떨어진 모과 몇개를 주웠다.
그러다
여항면에서 인심 좋은 할아버지댁에서 모과 몇개를
얻을 수 있었는데 사진은 저래도 크기가 엄청나다.
모과차는 내가 좋아하는 비상 약제다.
<짜른다고 식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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