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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월산마을~용지봉~불모산~굴암산~월산마을

by 구상나무향기 2016.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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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봉 또는 용제봉이라 부른다>

 

 

 

 

용지봉, 한마디로 동네 뒷산이다.

장유에 이사 온지도 어느듯 15년 세월.

 

틈나고 틈날 때 짬짬이 용지봉에 오르는데

어느 계절에 올라도 손색이 없는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낙남정맥의 위엄이 가득한 산세인지라

동네 뒷산 취급했다간

큰 코 다치기 딱 좋은 산군이다.

 

 

 

 

<어설픈 산꾼>

 

 

 

먹지 않고 산행을 하면 어느 정도까지 걸을 수 있을까?

참으로 쓸데없고 필요 없는 망상일지 모르지만

 

한 번쯤, 나도 그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예전 역으로 굴암산~용지봉으로 20km 남짓 산행할 때 사과 하나와 오렌지 하나

그리고 물 반명만으로 (20km, 6시간 40분) 걸은 적도 있었다.

 

물른, 땀이 덜 나는 겨울 산행이라는 공톰점이다.

 

이번에는 25km 구간, 적어도 8시간 이상 산행해야 하는 코스를

똑같은 조건으로 걸어 보았다.

 

 

 

<저멀리 송신탑이 있는 곳이 불모산, 그 옆 아득한 봉우리가 굴암산이다>

 

 

 

월산마을, 내가 서식하는 장소다.

 

장유출장소에서

장유휴게소를 지나 임도를 잠시간 오르면 바로 낙남정맥 능선에 붙는다.

 

여기서 용지봉까지는 지난한 오르막을 선사하는 구간인데,

김해 벌판을 응시하며, 주남저수지와 장유 신도시라는 문명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맞볼 수 있는 천혜의 코스이기도 하다.

 

내가 장유에 이렇게 머물고 있는 이유.

도심지 근처에 자연 생태계가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먹거리는 사과 하나와 오렌지 하나가 전부.

 

물도 없었다.

 

물 없이 어떻게 산행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땀이 많이 나지 않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나중 화산을 넘어갈 적 흘러가는 개천물을 조금 마셨을 뿐이다.

 

울트라마라톤을 하다보면 먹거리를 먹지 않고

장시간 뛰어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런 상황을 대비하는 훈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잘먹지 않는 기질 탓이다.

 

 

 

 

<불모산 올라가는 지루한 임도길>

 

 

 

불모산 임도 길을 오를 땐 아무런 생각 없이 머리만 숙이고 올랐을 뿐이다.

사실 이때가 가장 몰아의 경지에 이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뭔 생각?

사실 산행에 열중하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뛸 때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철학 따위는 떠올려지지도 않는다.

힘들어 죽겠는데 뭔 생각인가 그냥 죽겠는데 말이다.

 

산에 자주 간다고 거창한 철학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고행을 한다고 해서 특별한 가치관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인내심은 생기더라

 

 

 

 

<진해 앞바다>

 

 

 

 

산행 내내 산꾼은 몇 명 만나지 못했을 정도로 한산한

시간이었다.

 

이따금 까투리 몇 마리가 숲 속에서 이방인을 경계하는 호들갑만

있었을 뿐 대체로 정적에 잠긴 시간이었다.

 

화산의 지뢰밭 철조망 사이로 이어진 길은

불모산 임도 길보다 더 지루했지 싶다. 걸어도 걸어도 이 구간 끝도 없는 오르막이다.

 

화산을 벗어나니 굴암산이 저 멀리 보이며

그제야 장유가 바라다 보인다.

 

배고픔이 밀려 올만도 한데 그래도 참을만 했었다.

많이 먹는다고 많이 가는게 아니다.

 

어떻게 먹느냐의 차이다.

 

 

 

 

<능선 반대편, 뽀족한 봉우리가 천자봉>

 

 

 

굴암산이 바라다보이는 저 너머에 장유 신도시도 아스라이 드러나 보인다.

그날 진눈깨비가 날릴 정도로 쌀쌀한 날씨에 우중충한 하늘을 보였다.

 

오히려 맑은 날보다는 이런 날씨가 산행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쾌적한 조건이었다.

 

 

맑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 나름의 조건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낭떠러지 암벽에 앉아 오렌지 하나를 먹었는데

그게 이번 산행에서 두 번째 식사였다.

 

사과 한 알을 상점령에서 먹은 뒤 꼬박 3시간 이후였는데

그게 이번 산행에서 먹은 식사의 전부였었다.

 

 

 

 

 

 

 

드디어 굴암산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제법 식겁한 코스로 하산하고 말았다.

 

율하마을 방면으로 하산했어야 했는데,

방향을 착각한 탓이다.

  

팔판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는 하산로는 급격한 내리막이었는데

웬만한 지리산 산행코스 뺨 칠 정도다.

 

이래서 동네 뒷산이라고 얕잡아 보다간 큰코다친다는 말이다.

 

 

 

 

 

 

 

 

신안마을로 내려와 이제 월산마을까지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지루한 도심지 횡단인데, 이게 산행 길 보다 사실 더 곤역이다.

 

투벅투벅 지루하디 지루한 길, 4km 남짓을 더 걸어야만

아침 시작했던 월산마을이 나온다.

 

산행 길 4km보다 도심지 4km가 사실 더 어렵고 힘들다.

시각의 즐거움은 없고 정신적인 고역감만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셀카 인증샷>

 

 

 

안 먹고 산행하는 것도 때론 나쁘지 않다.

먹는 걸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권유하고픈 산행 방식인데

 

담소를 나누며 도란도란 나누는 도시락도

좋겠지만 때론 홀로 즐기는 산행이 더 좋을 때도 있는것이다.

 

물론, 무모하면 안 된다.

 

코스를 사전에 알고

먹을거리와 물을 적당히 나눠서 가져가는 게 사고 방지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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