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영남알프스(청수중앙능선 ~ 신불서릉)

구상나무향기 2015. 10. 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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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 봉우리가 죽바우등 아닌감?...그럼 이 길이 아닌데"

 

몇 달 전, 통도사환종주를 할 때였는데

저 멀리 멀어져 가는 능선을 보며 황당해 했던 적이 있었다.

 

죽바우등 가는 길은  두 갈래 중 왼쪽이었고

나는 오르쪽 능선을 타고 내려갔던 순간이었다.

 

 

 

<함박등에서 본 영축산 능선>

 

 

 

오늘 힘차게 올라온 이 길이 바로

그때 잘못 타고 내려왔던 바로 그 길이었다.

 

알고 보니 청수골 중앙에 우뚝 솟은 능선

즉 '청수중앙능선'이었다.

 

청수골 산장에서 이 능선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죽바우등 가기전 갈림길로

뚫고 나오게 된다.

 

나는 백팔등 능선으로 오해했는데,

알고보니 백팔등 능선은 청수좌골에 솟은 능선 자락이었다.

 

 

 

 

 

 

 

청수골 산장을 깃점으로 다양한 코스가 이어지는데

청수좌골, 백팔등능선, 청수중앙능선, 청수우골이다.

 

다소 먼 여정으로 원점회귀를 하고 싶다면

청수우골이나 중앙능선으로 들머리를 잡아보자.

 

중앙능선은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인데

오름질만 주창하는 허벅지 고난의 루트다.

 

 

 

<중앙능선에서 본 풍경>

 

 

 

입구에서 보았던 수많았던 등산객들은 다 편한 코스로 붙었는가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나중 신불서릉으로 하산할 때도 혼자 파래소 폭포까지 내려왔었다.

 

서늘하면서도 따스함이 공존하는 가을의 어느 날.

 

죽바우등과 체이등이 보이는 암벽 끝자락에서

가을 나절 산들바람을 실컷 즐겨본 시간이었다.

 

 

 

 

 

 

울긋불긋 참나무 숲 속은

이미 천연의 색감으로 물들어지고 있었다.

 

여름 나절 노동으로 힘들었을 나뭇잎들은 서서히 나무에서 이별하지만

그들은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리라

 

끝인 듯 작별하지만

실상은 만남을 위한 과정을 겪고 있을 뿐이다.

 

냉정하리 마치 굳건한 나무의 강직함도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알기에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능선자락, 갈림길 도착>

 

 

 

"영축산이 참 아름답구나"

 

함박등에서 바라보는 영축산과 평원의 모습은

색색이 색칠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어느 계절에 올라도 멋질 영축산이지만

오늘 이 계절 그리고 이 시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너무 감성적일까?

 

 

 

 

 

 

푸드덕~~ 갑자기 풀숲이 요란스럽다.

깜짝 놀라 한 편의 숲 속을 응시하니 덩치 큰 장끼 한 마리가 노닐고 있는 게 아닌가.

 

사람이 있건말건 용기와 배짱이 제법 두둑한 놈이다.

한참을 시끄럽게 번잡을 떨더니 어느새 멀리 사라져 버린다.

잠시 숲의 기운에 미소가 번진 시간이었다.

 

 

 

<아래가 청수좌골>

 

 

 

단조 습지에 펼쳐진 억새는 바야흐르 완연한 끝물이었다.

 

정면에서 보면 지푸라기 같은 모양새의 억새지만, 역광의 모습으로 보면

아래와 같이 은빛 찬란한 세상을 연출시키는 훌륭한 모델들이 된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따라

시각의 차이는 매우 농염해진다.

 

 

 

<영축산 정상>

 

 

 

 

 

영남알프스 단풍이 이리도 황홀했는지 싶다.

 

사실 단풍 좋을 때 늘 지리산만 찾아다녔지

영남알프스론 걸음하지 않았기에 이런 단풍 명소가 있었는지 몰랐다.

 

금강폭포를 통해 올라오는 릿지길이 에베로릿지고

사진의 암벽군이 아리랑과 쓰리랑릿지다.

 

 

 

 

 

 

<아리랑릿지>

 

 

 

"딸, 아빠랑 주말에 여행이나 좀 갈래?"

 

"안돼 시험공부 해야 돼"

 

"엥..시험이라고 언제?"

 

"3주 후에"

 

"헐...3주나 남았는데 너무한거 아니가"

 

공부하는 열정으로만 따지자면 전교 1등은 떼 놓은 당상인 딸내미의 설레발은

늘 그렇게 시험 기간만 되면 과한 호들갑으로 바뀐다.

 

물론 공부는 뒷전이고

실상은 공부를 핑계로 친구와 놀고 싶어하는 딸내미의 수작임을 나는 알고 있다.

 

내 DNA가 어디 가겠나...흠...

 

 

 

 

 

 

 

 

영축산~신불재까지 본 억새의 풍경인데

역광으로 본 억새가 은빛의 물결로 일렁거린다.

 

역시 신불평원에선 억새가 보여주는 가을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본다.

 

오늘 내가 여기 서있는 이유 또한

바로 이러한 풍경을 보기 위함이다.

 

 

 

 

 

 

 

 

 

 

 

영축산에서 신불재까지

가장 많은 억새 풍경을 보여주는 구간이다.

 

그 외 간월재에서 억새가 많이 밀집하여 자라는데

실상 간월재가 사람 다니기 편안해서 유명한 거지

 

실상

억새의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영축산~신불재 구간.

즉, 신불평원이 억새 풍경으론 으뜸이다.

 

 

 

 

 

 

 

신불재 가기 전 아리랑릿지의 풍경이다.

가천마을에서 올라오면 에베로릿지와 아리랑릿지를 동시에 원점회귀로 돌아볼 수 있는데

 

릿지라고 해서 그렇게 위험한 구간은 아니다.

암벽타기가 위험한거지 등산로는 겁먹을 정도는 아니다.

 

때때로 저 암벽에 들러붙은 락클라이머들을

볼 수 있다.

 

 

 

 

 

신불산 정상에는 가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는데

정상석을 중심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신불서릉은 신불산에서 내려와

간월재 가기 전 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인데, 별도로 이정표는 없다.

 

길은 매우 반질하고 뚜렷해 위험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코스는 아니다.

 

신불서릉으로 하산하면 파래소폭포로 내려와

신불산 하단 휴양림으로 내려오게 된다.

 

 

 

 

<간월재와 간월산>

 

 

오룩스맵으로 확인하고 걸었더니

내가 있는 위치와 걸어온 등산로의 궤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명의 이기는 참으로 편하다.

이젠 어디로가나 길 잊고 헤맬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오른쪽 봉우리가 공비지휘소>

 

 

길은 편안한다.

마지막 파래소폭포 가기 전 내리막이 급경사라 무릅의 압박이

힘든건 빼고 그다지 난이도가 높은 능선자락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수훨하게 진행할 수 있는 루트라 하겠다.

 

 

 

<공비지휘소의 거북바위,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재약산과 천황산>

 

 

공비지휘소에서

신불서릉을 바라본 풍경이다.

 

내리막이 온순(?)해서 신불산에서 여기까지 1시간이 채 지나지 않는다.

 

 

 

<멀리서 본 신불서릉>

 

 

이 임도길은 상단 휴양림에서 백련골이라 불리는

골짜기의 중간까지 이어지는 제법 넓직한 임도길이다.

 

신불재 끝까지 이어진건 아니고 중간에 끊기는데

임도길 끝자락에서 신불재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린다.

 

신불재까지 이어진건 아니지만 이 임도길을 따른다면 수훨하게

신불재까지 오를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공비지휘소에서 40여분 동안  정신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려왔더니

드디어 임도길이 나타나는데

 

파래소폭포는 여기서 더 아래로 떨어져야만 된다.

 

 

 

<임도길 좌측이 신불서릉 들머리, 표지기가 많이 붙어있다.>

 

 

 

파래소폭포로 나들이 온 수많은 사람들 중

나이 드신 할머니 두 분이 휴양림 상단 방향으로 걸어가고 계셨는데

직감적으로 길을 잘못 드셨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디 가시는데 올라가십니까?"

 

사실 방향으로 보면 내려가야 정상이지 올라갈 이유가 딴은 없어 보이길래

혹여 잘못 가시는가 싶어 물어본 것이다.

 

역시 길을 잘못 들으신거다.

 

그분의 전화기로 여행사 직원과 통화하니 족히 1시간은 걸릴 위치였다.

 

그날 두 할머니 고생 꽤나 고생 하셨을듯 한데

여행사도 딴은 무책임해 보인다.

 

 

 

 

<파래소폭포>

 

 

신불산 하단 휴양림을 지나

청수골 산장에 이르니 비로소 원점회귀의 산행이 끝난다.

 

총13km

6시간30분 걸렸다.

 

 

 

 

 

 

청수골 산장을 깃점으로

다양한 루트가 열려있는데, 산장 안으로는 못들어가고

그 옆 다리쪽에 난 길로 접어들면 된다.

 

 

 

바로 여기가 들머리다.

청수좌골, 청수우골, 백팔등능선, 청수중앙능선 모두 이리로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서

 

우골은 우측 계곡으로.

좌골과 백팔등능선은 좌측 계곡과 능선, 중앙능선은 곧장 능선을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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