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7회순천만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

구상나무향기 2013. 10. 7. 11:32
728x90

 

 

 

지금껏 뛰고 온 대회 중 후유증이 가장 없는 대회가 이번 대회가 아닌가 싶다.

 

 

왜 ?

 

 

대회 후 하루나 이틀 정도는 계단길에서 악~소리를 질렀을 근육통이

이번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딴거 없다. 농띠를 부렸기 때문이다.

 

 

 

 

 

 

90km 후반에서 뱃가죽을 잡고 뛰었다.

주최측에서 주겠다는 급식이 생략된 채 물만 주었든 탓도 있었고

 

 

배고픔을 달래줄 먹거리를 판매할 가게조차 없었던 한적한 주로였기 때문이다.

 

 

탈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엉기적 거렸더니, 다리가 고생은 커녕

제 할 도리를 제대로 못한탓에 후유증도 그만큼 줄었든게 아닌가 싶다.

 

 

 

 

 

 

 

 

하면 할수록 힘든 운동, 마라톤이다.

이제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과도기를 겪고 있는 정체기가 지금이다.

 

 

제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만울트라마라톤대회는 이번이 3번째 도전이다.

2번 모두 기분좋게 완주했던 전력이 있고보면 나에겐 나름 친화적인 대회다.

 

 

하지만,

"이놈아 이번에도 그리 쉬울줄 알았냐"라는 핀잔만 듣고 말았다.

 

 

"꾸엑..꾸엑..."

초반부터 몸상태는 순천만 짱뚱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불과 10km에서부터 해댄 토악질에 몸상태는 시작부터 지쳤다.

 

 

 

 

 

 

 

 

뛰기 전 먹었던 추어탕이 결국 사고를 저지른 것이다.

속 다 뒤집은 채 체력을 초반부터 소진하고 말았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주자다.

 

경험이 한 두 번도 아닌데

매 번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니 말이다.

 

 

 

 

 

 

 

2번이나 전력이 있었지만, 순천만 코스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르막 코스가 이렇게나 많았을까 싶었다.

 

 

 

오르고 나니 또 오르고 또 내려가면 또 올랐다.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거렸더니 시간은 살떠난 화살마냥 흘러가고 있었다.

 

 

 

 

 

 

47.7km CP까지는 제법 시간을 맞춰 달렸지만

후반부터 체력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계를 보더라도 내가 늦고 있다는걸 감지하고 있었다.

 

 

 

 

 

 

70KM 상사호를 지나올 즈음엔

위기감이 감돈다.

 

 

제한시간에 도착할 가능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기때문이다.

 

 

졸음이 헐랭이주자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있었지만,

그런데로 참으니 참아진다.

 

 

하지만, 졸음이 오면 뛰지를 못한다. 비틀비틀 걷기만 할 뿐이다

졸음은 시간을  까먹게하는 저주스러운 존재다.

 

 

 

 

 

 

 

 

졸음을 딛고 정신을 차리니 이제 80km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무릎의 통증도 없었고 근육통도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3년 동안 치러 본 대회 중 유일하게 인대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던 대회가

이번 대회였다.

 

인대염을 달고 살았던 나에게 이런날이 올줄은 몰랐다.


 

 

<벌침>

 

뛰기 전 벌침을 맞은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안아팠던 대회가 없었는데, 벌침을 맞고부터 이렇게 호전이 된 것이다.

 

통증도 없었기에 이번에는 진통제도 복용하지 않았다.

아마 처음이지 싶다.

 

침.물리치료.소염주사 등 다양하게 노력했지만

최고의 효과는 벌침이었다.

 

 

 

 

 

나를 위해 희생해준 꿀벌에게 감사하며, 열심히 뛰어야 했지만

90km에 이르니 질주는 소강상태를 보인다.

 

 

많이 늦었다.

 

하지만, 계속 역주를 이어간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제한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

 

 

 

 

 

 

"착각도 참 자유십니다."

 

 

상사호에 메아리 친 그날의 넋두리에 그냥 헛웃음만 날뿐이다.

 

6월 세종울트라에서 맛 본 탈진이 또 엄습한 것이다.

 

 

불과 2.2km을 걷는데 39분이나 걸리고 말았다.

탈진이 부르는 저주의 올가미다.

사실 컨디션이 매우 악화된 상태였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그건 언제까지 핑계일 뿐이다.

 

 

 

 

 

 

순천만 대회는 101.5km 대회다. 

100km보다 1.5km, 더 거리가 멀다.

 

 

 

 

 

 

"겨우 1.5km"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1.5km는 사람잡는 거리다. 탈진상태에서 걷는다면 20분은 족히 걸린다.

 

 

실제 예전 영동대회(101km)에서 1km을 19분에 걸은적도 있었다.

결국 16시간 19분으로 완주했는데 남은 1km에서 제한시간 19분을 초과했던 것이다.

 

 

 

 

 

뼈아픈 복습이었다. 

2.2km에서 39분이나 소요했으니 얼마나 심한 고생을 했는지 대략 짐작될 것이다.

 

 

아쉽다.

항상 그렇다.

 

 

완주하고 나면 잘 뛰었거나 못 뛰어도 항상 아쉽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아쉬움이 더하다.

 

 

 

 

 

 

 

 

당장이라도 내일 다시 뛰고싶지만, 이젠 올해 대회는 다 끝나버렸다.

 

 

올해

 

포항.세종.썸머.영천.순천, 5번을 완주했다.

 

 

그걸로 만족하는 바다.

 

 

 

 

 

 

작년은 인대염으로 1년을 공백으로 지냈고

올핸 뛰기는 했지만 , 통증으로 인한 '자신감상실'이 가장 힘들었다.

 

 

아파서 제기량을 펴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2년을 고생했다.

이젠 그 기나긴 터널을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지만 내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다.

 

 

 

 

<지리산 단풍, 10월 첫주>

 

 

이젠 마라톤을 좀 잊고 가을산이나 즐겨봐야 겠다.

10월 첫 주 , 지리산에 올랐는데 갓 단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시기가 지금일 것이다.

 

 

 

 

 

100km을 완주한 순간은 항상 이 모습이다.

망가지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마라토너의 완주 순간

 

모든 감정이 다 묻어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