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2회 100km청남대울트라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4. 4.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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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째 도전인 청남대울트라마라톤대회다.

2010년경 도전해서 멋지게 완주했던 경험이 있는 대회였지만, 컷오프 때문에 엄청나게 고전을 면치 못했던

대회로 기억된다.

 

이번 역시도 컷오프에 죽을 지경으로 고생 했기에 여타 어떤 대회보다 더 완주하기가 어렵다는 자평이다.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한 몸 상태였다.

세종대회 이후 단 한 차례 워밍업도 없이 바로 출전한 대회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3주 동안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삶의 현장 속에 뛰어든 덕분이다.

 

이미 대회가 훈련이고, 훈련이 대회가 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항상 준비되지 못한 몸 상태로

출전하는 대회는 고달프기 마련이다.

 

 

 

 

 

주로에서 일어나는 몸상태와 정신력의 변화는 시시각각 다양하다.

 

"100킬로를 뛴다면 후반이 더 지루하지 않니 ?"

지인이 물어보는 답변이지만, 실상 출전하는 런너들이 가장 많이 포기하는 거리대가 50킬로 미만이다.

 

초반이 더 힘들다는 반증이다.

 

신체의 변화는 항상 고통과 더불어 인내를 요구한다.

그 절정의 시기가 바로 50킬로 이내에서 닥치는데  50킬로가 초과되면 완주율은 매우 높아진다.

 

즉,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든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차피 못 뛸 상태였다면, 뛴다고 고집을 부려도 결국 몸이 견디지를 못하고 포기하 게 된다.

하지만, 완주를 이룬다면 그때 그 당시의 심정은 '머리속 거짓말'의 달콤한 유혹에 불과한거다.

 

역설적으로 '포기는 극복의 반대말'이 된다는 게 마라톤의 이치다.

 

 

 

 

 

 

머릿속 달콤한 유혹에 취해

제대로 된 도전도 못 하고 너무 쉽게 포기만을 일삼다 보면 성취감보단 패배감이 늘 앞서기 마련이다.

 

마라톤은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자신감을 세워 정신력을 길러주기도 한다.

그 정신력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길러주기에,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적극 권유하고픈 운동이다.

 

 

 

 

 

 

장유마라톤 멤버!

울트라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은 딱 3명뿐이다.

 

이번 청남대대회에 다 같이 참여했다. 두 분은 모두 고수다.

 

 

 

 

 

 

 

청남대대회는 타 대회와 달리 컷오프가 존재한다.

도착시간만을 제한하는 여타 대회와는 달리 62.5km 지점에서 9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을 둔다.

 

늘 주저러운 후미주자들에겐 압박감이 상당한 거리와 시간이다.

9시간 동안 절대 쉬거나 늑장을 부려서는 안된다. 부단없이 뛰고 또 뛰어야만 도착 가능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엄격한 컷오프가 있기에 청남대 대회는 주자들에겐 혹독한 대회라 알려져있다.

뛸 자격있는 선수와 어설픈 런너는 가차없이 구분된다.

 

5초 남겨두고 겨우 통과해 멘붕에 빠진 모습이다.

 

 

 

 

 

이후 졸음과의 사투였다.

실제 졸면서 걸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아차 해서 논두렁으로 굴러떨어질 뻔한 적도 서너 번 있었다.

 

그 칠흑같이 어두운 피반령 고개를 완전 졸음에 취해서 걸었다.

울트라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게 졸음이다. 근육통.메스꺼움은 오히려 나은편이다.

 

사람의 생리 특성상 졸음은 꼭 극복해야 할 난관인데,

이 졸음만 어찌 극복하면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울트라마라톤이다.

 

그러나 그 극복은 언제나 힘들다. 항상 힘들다.

물른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80킬로 이후부터는 동이 트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때가 되면 거짓말 같이 졸음은 사라지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기가 막힌다. 근육통과 메스꺼움 그리고 졸음은 시간과 거리와 더불어

언제 그리 날 괴롭혔던가 싶을 정도로 사라진다.

 

'기만의 술책', 눈앞의 닥친 고통이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닌셈이다.

 

 

 

 

 

 

포기를 종용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은 결국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때 포기했다면"...

 

아마 지금의 환희는 절대 이루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포기의 순간은 뜬금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통과시간은 15시간 47분, 제한시간 내 무사히 안착함과 동시에

지난밤의 끔찍했던 고통과 인내는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이다.

 

 

 

 

 

 

 

이번까지 마라톤대회 총 54회 완주(울트라마라톤 100킬로 대회는 19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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