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9회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

구상나무향기 2013. 8. 19. 14:43
728x90

 

 

 

 

멀고 먼 여정의 길, 100km를 뛰다 보면 다양한 패턴의 기상이변을 만나게 된다.

그중 대표적인 게 폭우다.

 

폭우는 가장 빈번하 게 마주치는 '당황스런 극복 이벤트' 중 하나다.

 

 

 

<똥폼의 정석, 폼은 멋지게>

 

 

 

아주 드물지만 주자를 황당하게 만드는 A급 방해물은 바로 폭설(爆雪)이다.

 

눈이 오면 뛰기란 버겁다.

 

겨울철 참여하는 대회에서 만나는 뜻밖의 황당스페셜인데

실제 폭설이 내려 중간에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제4회경산무지원울트라마라톤대회)

 

 

 

 

 

 

그럼 '추위와 더위'는 어떨까 ?

 

겨울에 열리는 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는 영하의 기온을 극복해야하며

가장 더운 날 뛰는 썸버비치대회는 폭염이 극복 대상이다.

 

폭우와 폭설은 예상하지 못한 방해물이지만

'추위와 더위'는 개최하는 계절에 따른 '당연한 극복대상물'로 인식된다.

 

 

 

 

 

 

즉, 덥다고 포기하면 핑계거리가 못 된다는 소리다.

그래서 내가 이 대회 잘 안 간다.

 

"이놈의 거, 안 그래도 힘든데 불볕더위라니"

 

가만있어도 힘든 계절,

열대야를 극복하며 100KM의 고통까지 짊어져야 할 무게감 있는 대회다.

 

코스는 얌전하다 하지만

길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할 만큼 위험하며, 아침나절 땡볕의 혹사는 '주자의 길'이 아니다.

 

 

 

 

 

 

 

그래도 이 대회는 주로에서 마주치는 여러 편의시설 때문에

풍족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타 대회는 오지의 국도 길를 뛰기 때문에

대회 측 먹거리 제공 외에는 물품을 거의 공급받지 못한다.

 

 

<주로 코스도>

 

 

 

 

그래서 마시는 거.먹는 거 하나 모두 꼼꼼히 계산해야 하지만

썸머비치에서는 적어도 그런 스트레스는 없다.

 

얼마나 마셨는지 배에서 물소리가 출렁댈 정도로 마시고 또 마셔댔다.

그런 날씨에 안 마시고 버티는 게 장사다.

 

 

 

 

<시원한 계곡물을 생각하며 뛰었다>

 

 

반환지점에서 정확히 70km 지점까지 앞뒤로 주자 한명을 만나지 못했는데

새까만 밤, 홀로 독주를 하며 울트라의 묘미를 씹어 삼켜야만 했었다.

 

참여자가 적었다는 반증이다.

 

실제 참여자는 284명 정도의 적은 숫자였다.

외형과 달리 100km 참여자는 여타 지방의 대회 참여자보다 훨씬 적었다.

 

 

 

<드디어 일출>

 

 

드디어 일출이 올랐다.

기장 해변가에 딱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이제 저 작렬하는 태양이 날 괴롭힐것이다.

대게는 일출이 시작되고 햇볕이 내리쬐면 없든 힘도 되살아 난다.

 

신기하게 해가 비치면 밤새 꾸벅꾸벅 졸든 기력에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출 후, 기장 해변가>

 

 

 

하지만, 활력은 개뿔

지글지글 작렬하는 태양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물도 지겹고 탄산음료도 물린다.

아무리 마셔도 타는 갈증은 해소가 안된다. 흔히 이걸 '탈수'라 한다.

 

구역질과 근육통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때는 물보다는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

신체가 주는 '대회의 고통'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탈수 증세다.

 

 

 

 

 

 

 

해운대 백사장, 땡볕의 추억은 이 대회가 가지는 최고의 핵심 포인트자 매력 포인트다.

 

그걸 즐기는 대회가 이름도 멋진 '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다.

 

대회 명칭 답게 해수욕장을 2개나 지나고, 기장.송정.일광.임랑.서생.간절곳 같은

아름답게 수놓아 진 동해안의 해안가를 왕복하는 지랄같은 대회다.

 

 

 

 

 

 

해운대를 넘어오면 이제 완주의 기쁨을 즐길 시간이다.

 

뭔가 있을것 같은 철학의 시간...

 

"뭔 생각이여, 죽을 지경인데"

 

사실 난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저 이 고통이 끝나니 반갑기만 할 뿐이다.

심오한 철학따윈 개뼈다귀로 준지 오래다.

 

 

 

<폼은 멋지게>

 

 

 

때론 멋지게, 때론 미치게, 때론 고통스럽게...

 

늘 그렇게 마무리를 했지만

 

언제나 마음 속 다짐은 그대로다.

 

"다시는 뛰나봐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