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이놈아 너의 온몸의 지방질을 마라톤으로 녹여주마"
일갈하며 호통치니
이미 동면 초기에 접어든 딸래미의 행동은 곰과 흡사한 생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엉덩이를 걷어차고
얼굴과 온몸에 찬기운을 가득 넣어주니 그제서야 뉘기적 거리며
힘겹게 눈꺼풀을 올립니다.
밥숟갈에 억지로 곰국과 김치를 넣어주니
넙적넙적 받아먹기만 하는 불량곰이기만 합니다.
"아...과연 뛰기나 하겠나 ?"
의문 부호가 꼬리를 뭅니다...
며칠전 준비했던 운동복을 가장한 동면복과
쫄레깅스로 무장하니 제법 티가 납니다.
서둘러 대회장으로 향하니 이미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해 곧 출발한 분위기입니다.
창원통일마라톤대회는 저하고는 3년째 인연이 이어져온 대회이기도 합니다.
일단 본인의 서식지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열리는 지역대회이기도 하며
또한 지방대회치고는 제법 규모와 이름이 있는 대회인지라 해마다 출전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최초 마라톤 입문을 이대회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나름의 의미를 가진
대회라 하겠습니다.
올해는 딸과 함께할 목적으로 창원통일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답니다.
장유마라톤의 최고 에이스인 두분의 페이스메이커가 눈에 띕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역시 그 대회의 인물 역활을 독톡히 하지요
작년에도 페이스메이커를 해주신 윤석권 그리고 임병근 두분께서 올해도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이대회까지 저는 23회째 대회 출전이기도 합니다.
지금껏 긴장하고 또 출전에 대한 의지를 발휘하는데만 집중했지
이렇케 여유있게 경기장을 살펴볼 생각은 못했습니다.
딸과 함께하는 5KM 출전이라 그런지 너무 여유롭기만 하군요
평소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트레칭후 드디어 풀코스 부터 출발합니다.
이렇케 살펴보는 입장의 관람자로서는 처음입니다.
항상 저틈속에 속해 긴장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나 비록 참여는 못했지만 서있는 나조차 왠지 긴장됩니다.
신나게 뛰어보고픈 욕망이 절로 나더군요
이윽코 풀코스 선수들의 힘찬 출발이 이어집니다.
그후 하프코스 그리고 10KM 차례차례 출발을 하고
가족 나들이로 나온듯한 5KM 선수(?)들도 준비를 합니다.
5KM 선수들 거의 마라톤하고는 거리가 먼듯한
표정들입니다. 걷기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인냥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마라톤에 대한 중압감은 전혀 보이질 않는군요
동면곰 웃도리좀 벗어라해도 절대 벗지 않습니다.
춥다는 항의가 빗발칩니다....
허우적대는 스트레칭은 뻣뻣하기만 합니다.
마치
"내가 일욜일 왜 이러고 있어야돼"라는
자책감 섞인 표정이 가득합니다.
가볍게 엉덩이를 한대 걷어차 줍니다.
그러자 억지 웃음을 드러내며 나름 호기를 부려봅니다.
선수 긴장되는가 봅니다.
추위에 떨고 5KM에 대한 중압감으로 쫄아 있습니다.
"야...곰탱아 옷좀 벗어라"
두터운 파카로 무장하고 좀처럼 벗어볼 생각을 안하더니
자기보다 어린 선수의 가벼운 복장을 보더니
오기가 발동했나 봅니다.
겨우 양파 껍질 하나 벗겨냈더니 춥다고 오돌오돌 떠는 모양새가
아주 가증스럽기만 합니다.
냅따 뒷통수를 한대 갈기니
어기적 거리며 시동 걸기 시작합니다.
출발 신호가 울리니 그래도 제법 뛰기 시작합니다.
평소 배운 아빠의 실력(?)대로 나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마라톤에 대한 철학을 심도깊게 가르칩니다.
어깨 힘빼고 배에 힘주고
시선은 정면
팔은 겨드랑이에 붙히고
뒷꿈치 부터 내딛고
계속해서 잔소리를 했더니 제법 초기보다는 자세가 잡힙니다.
나들이(?)나온 5km 주자들의 행렬들입니다.
어때요 자세가 좀 나오지 않습니까
허우덕 대던 자세가 나름 교정이 되었습니다.
역시 행동과 함께하는 교육이 우선이죠
잔소리가 최곱니다.
자세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오르막에 이르자 걸을려고 하고 있습니다.
눈치를 살피자
오른쪽 주먹을 꽉 쥐어보이니
"치사 빤스"라며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빤스 메이커를 들먹이며
힘겹게 쎄를 빼어봅니다...
어느듯 5KM 반환코스에 이릅니다.
이제부터 제법 탄력이 붙었습니다.
곰 신나게 뛰기 시작합니다.
마라톤 하다가 이렇케 주로에서 사진 박아보긴 또 처음이네요
5KM가 사실 짧은 거리는 결코 아니랍니다.
출발할때 보다 한결 표정이 편안해 보입니다.
그래도 좀 뛰었다고 물도 한잔 합니다.
사실 땀이 날리가 없지만 돈내었으니 물이라도 먹어야지하는게
바로 그이유 입니다.
딸래미가 왠지 알뜰해 보여 자랑스럽게 여겨집니다.
드디어 골인했습니다.
흥분된 표정...해냈다는 표정입니다.
저역시 저랬든것 같습니다. 5KM나 풀코스나 나아가 100KM 울트라나
역시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길들입니다.
오늘의 코치 아빠입니다.
요즘 열심히 다이어트 해서 울트라로 늘어난 뱃살을 완전
잡았습니다.
오늘 계기로 마라톤에 대한 재미가 붙었으면 했는데
효과가 좀 있었나 봅니다.
'어때 또 마라톤 해볼래' 이런 질문에
너무나도 당연히
"내 다시는 안갈끼다..."라는 말이 자연적으로나올줄 알았는데
BUT
의외의 대답이 나옵니다.
"아빠 마라톤이 재미있어 다음에 또가..." 오마이갓...
그아빠에 그딸 되겠습니다.
드디어 딸래미 낚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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