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났다.
그것도 몹시도 말이다.
도덕재를 지나 40키로 cp에 도착했을 때 몸상태는 그야말로 처참했었다.
접질러진 발등은 이 대회를 조금 이라도 더 진행하지 못 할 큰 변수로 작용했었다.
30키로 부근, 스트레칭을 위해 잠시 멈춘 후 막 출발할 때 ,
순간적으로 발등과 발목 사이를 접질러 버린것이다.
악! 하는 순간도 없이,
내 몸은 그대로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순간 불같은 통증이 다리 전체를 타고 오른다.
갈만했지만
통증은 쉬이 가라앉지가 않는다. 통증이 더욱 심해질 즈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한가지 뿐이였다.
30cp에 도착했을때,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찬아씨의 실루엣이 보인다.
급히 고함쳐 부르니 다행히 날 알아보고 돌아 와준다.
"진통제 좀 줘요"
내가 선택했던 처방은 진통제 였든 것이다.
나에게 해당 하지 않을 듯했던 현실이 결국 나 역시 빗겨가지 않음이다.
진통제를 두 알이나 먹고서 그렇케 뚜벅뚜벅 어둠 속을 하염없이 걸었다.
짙은 어둠 속,
아무도 없는 외로움,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
하소연 하고 싶어도
그리고 의지하고 싶어도 아무도 없었다.
들리는 건 거침 숨소리와 ,
적막한 밤의 고요 만이 지배할뿐
이 숲 속에서 날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자책감
그리고 회한
순간
휴대폰에 손이 간다.
출발 전 대회측에서 나눠 준 비상연락망이였다.
갈등이 순간 일었지만 다시 손을 내려 놓는다.
"더 가보자"
100키로의 먼 여정 속에 감춰진 두뇌 속의 진실이
성취감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 성취감 이전엔 지독한 오기와 집착이
숨어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싶다.
오기 그리고 집착,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도덕재 정상에 오르니 한기가 치솓는다.
자켓을 입고서는 또 고민에 이른다.
비상연락망
그리고 휴대폰
갈등 그리고 결심
"조금만 더 가보자"
그러나 내리막은 더욱더 발등의 고통을 부채질하고 말았다.
결국 급경사의 길을 반쯤 내려오다
또 한번 굴러 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보기 좋게 말이다.
이번엔 무릅까지 다쳐 버렸다.
멀리서 부터 따라온 주자가 어느듯 날 앞지른다.
"힘내세요"
아마도 내가 앉아 있는 모양새를 보곤 쉬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을듯 싶다.
쉬고 있었든 게 아니라
구른다움,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허공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시간이였다.
앞 주자가 황급히 사라진 어둠 속
갈등은 이미 결심이 된 이후다.
겨우 절뚝대며
40cp에 도착해 결국 포기 선언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cp 도착해 한참을 머뭇거리다 내뱉은 말이였다.
서글펐고 또 내 자신에 화가 났다.
조심하지 못했던 내 불찰
그리고 기량의 부족함
회수차를 타고 오면서 어둠 속을 뛰고 있는
수많은 런너들을 바라보며
통증보다 더 큰 아픔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통을 이기는것 역시 훈련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마음 속 고통까지야 잠재우지 못함이다.
"내탓이요 내탓이요"
소실적 성당에 갔을 때 미사를 볼때면 어김없이 외쳤던 문구였다.
그래 내 탓이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말이다.
아침에 주자들이 하나둘 들어올 때 쯤
또 한번 자괴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순천만에서의 환희가 이번 영동에서는 결코 허락하지 않음에
아쉽기도 했지만, 이 또한 큰 훈련임을 인정하는바다.
그들의 격정 깊은 얼굴표정 그리고 그들의 환희!
그리고 나의 아쉬움이 오버랩된다.
영동에서의 여행은 보다 많은걸 나에게 안겨준 시간들이였다.
성공과 실패
그리고 도전
나에겐 버킷리스트가 있다.
그 버컷리스트의 항목을 하나 둘 지워 갈려면 아직도 멀었다.
시간은 또 있고 세월은 언제나 흐르기 마련이다.
아쉬움은 기대감이 되고
그 기대감은 또 성취감이 될것이다.
무엇이든 플러스 발상을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면역성이 강하여 좀처럼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늘 마이너스 발상만 하는 사람은
한심스러울 정도로 쉽게 병에 걸리고 만다.
똑같은 상황, 똑같은 라이프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기 있고 건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기운이 없고, 병약한 사람이 있다.
이같은 차이는 대부분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 하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 중에서 -
대회측에서 찍어준 사진인데요
이렇케 보니 뱃살이 장난 아니구만요...
에고...살빼야지...
영동 울트라 사진은 아래를 클릭하십시요
'마라톤 > 마라톤대회 참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과 함께한 제9회창원통일마라톤대회 (0) | 2009.11.23 |
---|---|
제7회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 (0) | 2009.11.16 |
제3회 순천만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 (0) | 2009.09.21 |
100km 울트라마라톤 첫 도전기 (0) | 2009.06.17 |
부산오산종주 산악트레일런 35km 참가기 (0) | 2009.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