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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강아지 실종 사건

by 구상나무향기 2019.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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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문을 나갔어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매우 떨려있었다.


"예? 어디로 나갔는데요 왜 나가요?"

당황스런 질문과 답.


간단한 인테리어 때문에 업자를 불렀고

그 인부가 잠깐 문을 열어놨는데


이 틈에 쏜살같이 자유를 찾아 튀어 나간 강아지

바로


'다복'이다.


2010년 봄, 집으로 데리고 왔으니

어느덧 10년 세월에 접어든 노견인데 이놈이 드디어 가출한 것이다.







하든 일도 때리 치우고 일단

집으로 향한 머리 속엔 내내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주마등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복이는 사회성 부족탓에

일단 사람만 보면 짖어대기 일수다.


이쁨 받는 강아지면 누군가가 데리고 있겠지만

다복이는 다르다. 안 맞으면 다행






쫓기 다니면 결국 아파트 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찾기가 힘들 것이란

판단이었다.










"내일 태풍이 온다는데"

지금도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있는 현실.


"이놈이 도대체 어디로 갔나"


아파트 둘레만 2km.

나는 이 둘레를 마라톤 훈련 코스로 삼는다.


그만큼 이 아파트는 넓다.


이 넓은 아파트를

비까지 처량하 게 맞으며 곳곳을 찾아 누볐지만 허사였다.


허탈한 심정은

다른 곳에서 곧 드러났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냉담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 그날 처음 깨달았다.


누군가에겐 가족

누군가에겐 그냥  집 나간 강아지였다.










집 나간지 3시간째.


이젠 유기견 센터, 관공서, 관리사무소 등

내가 연락할 수 있는 곳은 이미 다 취해놨고


누군가 연락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을 찰나


기적적으로 누군가가 보호하고 있는 다복이를

발견하고 다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의외로 가까운 곳이었다.








발견된 장소는 인근 카페의 테라스였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친 강아지가

하도 짖어대 테라스에 넣어 놓고 유기견 센터에 연락했다고 한다.


그나마 이 사람들이 가둬 놓은 덕분에 

찾아낼 수 있었지 아님 더 멀리 도망갔을 것이다.


천만다행.


놀란 가슴은 그렇게 그놈과 나  사이

해프닝으로 끝났고







3시간의 가출 후,

놈은 다시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다.


어렴풋이 먼 곳을 바라보며

자유를 만끽했을 때의 느낌을 되새기고 있는 듯 한 녀석.


"저놈 머리를 한 대 때릴까"

하다가 비 맞고 그야말로 '개'고생한 녀석이 안쓰러워

슬며시 아껴둔 개껌을 내려놓는다.













오늘은 늦더라도

산책이나 같이 해야할까보다.


"뛰자 다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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