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성삼재~노고단~반야봉 왕복

구상나무향기 2019. 7. 15. 13:31
728x90


<노고단대피소>





9년 전,

서북능선을 막 종주하고 성삼재에 도착했을 때였다.


"혹시 예약하셨어요"


영하 15도 가량 되는 혹한의 기온에

간신히 도착했던 성삼재.


그때 시간이 18시를 넘기고 있었기에

혹한 속, 산객의 안전보다 예약부터 따지고 드는

공단 직원이 못마땅해 악다구니를 부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지난날의 추억.

지금은 그랬다간 바로 쫓기난다.







<노고단 임도>





예전만 하더라도

늦게 대피소 문을 두드려도 입실이 어렵지 않은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예약 없으면

얄짤 없이 하산해야 하지만


어찌 보면 무분별하게 이용하던 시절보다

지금이 되려 더 계획적이고 안전한 산행 계획을 꾸린다.





<노고단 풍경>




성삼재~반야봉 왕복은

가장 기본적인 산행 코스다.


반야봉, 심원이나 반선과 달궁으로 향하는 수많은 골과 능선을 품고있는

지리산 최고의 험로다.


이번에는 얌전히

반야봉 왕복 종주로만 가닥을 잡았는데


노고단 식생을

보기 위해 사부 자기 산행을 계획했기 때문이었다.








"날개하늘나리가 피었을까요?"


2주 전부터

날개하늘나리를 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다.


'애기나리 이덕우'님과

노고단 식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아마 늦게 핀 개체가 있긴 하겠는데

하지만 좀 늦을거야"




<기린초>






공단에 문의하니

이미 7월 첫 주에 개화된 개체를 보여준다.


이 개체는 CCTV에 설치된 개체인데

개화가 빨라 내가 산행하는 날짜엔 이미 열매를 맺을 시점이었다.


나는 이 개체만 생각해

사실 날개하늘나리를 보리란 희망은 사실 접고 있었던 차.








<술패랭이>





애기나리님은 지리산 야생화에

매우 열정이 깊은 분이다.


유독 지리산 야생화에

조예가 깊고 지식이 풍부하신 분인데


지리산 곳곳의 야생화를 계절별 훤히 꿰뚫고 계신

지리산 야생화의 달인이시다.





<날개하늘나리>





기우와 달리 오매불망 

기다리던 날개하늘나리가 딱 맞춰 피어있는게 아닌가.


날개하늘나리를 처음 본 게 10년도 더 된 어느 여름날의

덕유산이었다.


그후 나는 노고단에서 날개하늘나리가 핀다는 정보를 알고

이때를 학수고대 기다렸기에


날개하늘나리를 접하는 나의 감정은

매우 격한 상태였었다.





<날개하늘나리>





역시 이미 진 개체는 열매를 맺고 있었고

개화가 느렸든 이쁜 녀석이 다소곳하 게 기다려주고 있었다.


자연환경보전법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2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날개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봉선화는 손대면 톡하고 터지지만

날개하늘나리는 손대면 벌금이나 징역형이다.











돼지령을 지나 임걸령을 향하는 길이

이다지도 멀었는가 싶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런지

오늘따라 유독 길이 멀다.


"그새 거리가 더 늘어났나"


반야봉이 더 멀리 갈리는 없을 터이고

끙끙거리다 노루목에 선다.









<반야봉 돌양지꽃>



참으로 오랜만에 올라온 반야봉.

사위는 안개에 가렸지만 감회는  새롭다.


10년 전, 그때는 매주 지리산을 찾을 시기였는데

이곳에서 야영도 서너 번 했었고


반야봉에서 이어지는 수많은 루트에 대해서

다 걸어봐야만 직성이 풀렸던 시절이었다.


이젠 얌전히(?) 다닌다.











피아골 용수암골에서 낑낑거리며 올라오다

반야봉 길목에서 공단 직원과 딱 마주친 적이 있었다.


반야봉에서 가을 정취를 느껴보리란 기대감은

한순간 하릴 없이 되었고


그 길로 붙들려 피아골 삼거리까지 끌려가야만 했던 추억도 있다.


반야봉에서 야영하는 게

그때는 어찌 그리 좋았든지


물론 지금은 반야봉이 아닌 다른 구석을 찾아

조용히 스며든다.







노고단고개에서 반야봉까지 정확히 5km.

왕복하면 10km다.


평이한 길이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길도 아니다.


노루목에서 반야봉 정상까지 오름이

제법 버겁다.


노고단의 별천지 여름 세상을 구경하고

아쉬움이 있다면 반야봉까지 왕복을 추천한다.




<하늘나리>




지리산은 늘 한결 같다고 여겨지지만

속내의 변함은 다변스럽다.


예전에 들고나기 좋은 길들이

이젠 온갖 잡목들이 막고 밀림이 되어버렸다.


식생이 많이 변한 지금의 지리산.

구상나무는 말라 죽고 활엽수는 더욱더 번창하고 있으니


이 또한 세상사 변함이 아니겠는가?







<미역줄나무>




변하지 않는 게 없다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아야 될 고집은 '신뢰'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사실 모든 게 무너지기 마련


교우나 연인의 관계나

신뢰는 산천같이 의구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악다구니개똥철학'이다.





<구상나무 속 누른종덩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