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도장골~청학굴(야영)~촛대봉남릉

구상나무향기 2019. 10.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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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가 피는 어느 날,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촛대봉에 가을 소식이 들려오면

 

도장골로 스며들어 촛대봉에 오르길 즐겨했었다.

 



 

<능선에서 본 도장골>

 

 

 

이번 산행은 구절초가 아니라

단풍이 목적.

 

무엇보다 한갓진 가을 서정을 느껴보리란 기대감으로

야영짐을 지고 올랐다.

 

 

 

 

 

<출발점>

 

 

 

단풍이 좋을 지금, 청학굴에서 야영하기로

마음먹고 배낭을 꾸려보았다.

 

물이 확보되고 야영하기에 좋은 터,

무엇보다 코앞에서 일출까지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곳.

 

도장골의 단풍까지 견문한다면

이 계절 최고의 산행지다.

 

 

 

 

 

<스님에게 합장하고 애마를 신세진다>

 

 

 

 

입구에서 1.5km 구간은 잎갈나무 군락지인데

계곡이 나올 때까지 고도를 높히는 코스다.

 

아직까진 한낮 무더위가

기세를 부릴 때.

 

무거운 박짐의 위세와 오르막으로

심장의 뜨거움은 점차 가열차게 박동질한다.

 

 

 

 

 

 

 

<첫계곡이 나오면 쉬어가자>

 

 

 

도장골은 위세가 부드러운 곳이다.

 

무엇보다 등산로가 뚜렷해 불문곡직 헛발질만 해야 하는

지리산의 여타 등산로와는 다르다.

 

계곡을 두 서너번 건너기는 하지만

등산로는 매우 짙어 그다지 헤맬 정도는 아니다.

 

 

 

 

 

 

 

 

 

 

"도장골 단풍이 좋아요"

지인의 말을 쫒아 도장골을 찾았는데

 

딴은 시기적으로 좀 이른듯하다.

 

작년의 싯점으로 보면 지금 지리산의 단풍은 활활 타오르고 있어야 하지만

올핸 좀 늦는 모양.

 

 

 

 

 

 

 

 

 

 

 

 

 

 

다음 주에 방문한다면 더욱 좋았으리라 싶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상념일뿐

 

맑고 화창한 그날의 산행이기에

그건 다른 걸로 보상이 되지 않는 행복감이다.

 

뭐든 만족의 차이일뿐 의미가 없다.

 

 

 

 

 

 

 

<도장골 단풍>

 

 

 

 

이 당단풍나무를 본 지가 20년은 되었으니

오래 전부터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남았으리라

 

강한 물살을 버티려면 어쨌든 바위를 움켜잡아야 한다는

경외감이 드는 생존의 터전.

 

흙이 없으니 영양분은

물과 광합성으로만, 성장보단 생존에 무게를 둔 극한의 터전이다.

 

 

 

 

 

 

<바위에 자라는 당단풍나무>

 

 

 

지리산 단풍은

능선에서 보는 단풍이 더 멋지고 화려하다고 말하고 싶다.

 

색감 좋은 당단풍나무는 계곡보다

사실 능선에 더 많기 때문인데

 

 

 

 

 

 

 

 

 

 

 

계곡에는 당단풍나무 보다 활엽수 나무들이 더 많이

서식한다.

 

키 큰 활엽수는 그해의 환경에 따라 색감의 농도나 때깔이 달라지는데

 

올핸 영 단풍 때깔이 안 나온다.

태풍탓일까?

 

 

 

 

 

 

 

 

 

 

 

 

가을, 단풍의 서정을 장식하는 주인공인

당단풍나무와 몇몇 종류의 활엽수들은

 

계곡보다 숲 속에 무리지어 자라기에

단풍의 농도는 계곡보다 능선에서 보는게 더 짙다.

 

 

 

 

 

 

 

 

계곡과 능선에서 보는 '단풍나무'들은

제각각 모습이 다르지만

 

뭐 보는 사람 입장에선 다 단풍나무다.

 

울긋불긋 바야흐로

때는 단풍의 시기다.

 

산꾼의 호사가 입에 걸려 탄성이 절로 나는 곳

여기, 도장골이다.

 

 

 

 

 

 

 

 

 

 

11시쯤 산행을 했으니

적당한 곳을 골라 점심을 먹는다.

 

산중 라면.

 

집에서는 거의 라면을 먹지 않는데

유독 산에서는 꼭 라면을 먹는다.

 

산에만 오면 왜이리 라면이 맛있는지...

 

 

 

 

 

 

 

 

 

 

이 갈참나무는 수령이 족히 (느낌으로)천년은 더 되어 보인다.

둘레가 어마어마하다.

 

비슷한 둘레를 가진 참나무를 산 속에서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조개골에서 치밭목으로 갈 때 본 참나무의 둘레도 어마어마했었다.

 

 

 

 

 

 

 

<엄청 큰 참나무>

 

 

 

 

 

와룡폭포에 도착한다.

 

전날 비가 왔지만

그다지 물살은 세어 보이질 않는다.

 

어느 여름에 왔을 땐,

저거 보다 더 많은 물줄기를 자랑하고 있었던 와룡폭포다.

 

 

 

 

 

 

 

 

 

 

 

와룡폭포, 이름에 비해 그리 거창한 폭포는 아니다.

 

이곳 근처에 기도터가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는데

기도터를 통해 일출봉능선으로 붙을 수도 있다.

 

 

 

 

 

 

 

<와룡폭포 단풍>

 

 

 

 

와룡폭포를 지나면

합수점에서 오른편에 연하봉골 들머리가 보이는데

 

이곳을 지나쳐 조금만 가면 왼편으로 촛대봉골이 열려있다.

바로 촛대봉으로 오르는 등로.

 

이때부터 능선까지

줄 곧 오름질을 해야 하는 땀방울 구간이다.

 

 

 

 

 

 

 

 

 

 

 

 

멀리서 조망하니 이런 단풍의 서사가 펼쳐진다.

저 울긋불긋한 나무들이 거제수나무와 층층나무 같은 키가 아주 큰 활엽수들.

 

뭐 종류 보고 탄성을 지르겠는가

 

"그냥 쥑인다"

 

 

 

 

 

 

 

 

 

 

 

촛대봉남릉의 분기점을 통과하면

이렇게 암벽 구간을 만난다.

 

시루봉까지 극한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하지만

그또한 즐겁다.

 

이구간,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곳에 서면

천왕봉과 맞은편 일출봉 능선까지 한눈에 조망된다.

 

날씨 탓에 최고의 명당으로

탈바꿈한 시루봉 오르는 길이다.

 

 

 

 

 

 

 

 

 

 

암벽이라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니 힘도 들지만

 

가을 최고의 서정이요 낭만의 시간이다.

 

무엇이 모자르겠는가

 

어디서든 행복을 느끼면

그곳이 '산꾼의 이상'이지 않겠는가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

어디 장소 따져가며 걸리겠는가

 

 

 

 

 

 

 

 

 

 

오후 산풍이 부는 싯점, 짙은 산안개가 넘실대며

능선에 붙는다.

 

조망은 일시에 사라지지만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안개는 그자체로 신비로움을 주며

어디든 그곳을 선경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린다.

 

 

 

 

 

 

 

 

 

거친 오름을 극복하니 시루봉이다.

여기서 촛대봉은 지척.

 

"어 사람들이 보이네"

 

이미 해가 저물 이 시간에 웬 산꾼의 무리일까?

촛대봉에 아른거리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이는 게 아닌가.

 

"혹시 공단?"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행여 공단 직원의 야영 단속이 있을까 싶어

약간의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늦은 산행을 이어가는

일련의 산꾼들.

 

사실 공단 직원보다는 청학굴에서 야영하는 무리라 여겼었다.

멀리서봐도 행색의 차이가 있었기에 나름 기우는 털었다.

 

목적지에 당도한 시간은 오후 4시20분

 

서둘러 배낭을 벗고

물부터 확보한다.

 

 

 

 

 

 

<청학굴>

 

 

 

청학굴 근처엔

야영하기에 좋은 터가 군데군데 많다.

 

곳곳에 고른 지형이 많아

야영하기에 좋은 곳 촛대봉 근처다.

 

청학굴의 석간수는 11월이면 믿을 게 못 되지만

촛대봉 샘터는 늦게까지 물이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이

여기선 텐트 지퍼만 열어도 일출이 보인다는 것이다.

 

청학굴의 바위에만 올라도

일출을 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곳이다.

 

 

 

 

 

 

 

 

 

 

 

 

 

야영이 자연을 훼손하리란 생각은

개념 없는 행동 탓에 자연에게 폐해를 주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움직임과

단촐한 음식의 조리만으로 그 폐해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소심한 산꾼이다.

 

 

 

 

 

 

 

 

 

아니 온 듯 다녀가리라 다짐하지만

혹여나 빠진 게 있나 살피고 또 살핀다.

 

고성방가나 쓸데 없는 행동은

자제하고 잠만 자는 정말 참한 산꾼이다.

 

 

 

 

 

<12시간을 잤다>

 

 

 

새벽녘, 하늘에 이는 총총한 별을 바라보는 재미는

산중 야영의 또 다른 묘미다.

 

나는 야영을 하면

늘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새벽의 기운을 즐긴다.

 

렌턴을 꺼고 언덕에 올라 하늘을 보니

가히 상념에 취한다.

 

그날, 잠만 12시간을 잤을 것이다.

 

 

 

 

 

 

<숲에 스며든 빛>

 

 

 

 

 

"아 구름이 끼었네"

안타깝게도 일출 지점에 구름이 잔뜩 끼어 그 모양새가 조금은 부족한 상태

 

그래도 이정도면 어딘가

꽤 괜찮은 그림은 아니라도 일출만 보아도 큰 행운인 게 지리산이다.

 

다변스런 지리산의 기상 조건에 비춰

돋아나는 태양만 봐도 다행이다.

 

 

 

 

 

 

 

 

 

 

 

 

 

 

 

혹여 일출 방향이 시루봉에 가린 곳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청학굴 정면에서 돋아난다.

 

가히 최고의 조망지다.

 

 

 

 

 

 

 

 

 

 

 

든든히 아침을 지어먹고는

주변을 정리하고 서서히 엉덩이를 떨춘다.

 

오늘 하산 루트는

촛대봉남릉.

 

아직 나는 걸어본 적이 없는 미답지다.

늘 도장골로 하산했지 시루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을 이어볼 생각은 안 해봤었다.

 

오늘, 거기로 목적지로 하고

날머리는 길상암으로 한다.

 

 

 

 

 

 

 

<영신봉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어제 힘겹게 올라온 시루봉을 다시 타고 내려가야 한다.

시루봉 오르기 직전, 바로 거기가 도장골과 촛대봉남릉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도장골과 촛대봉남릉의 분기점>

 

 

 

 

"단풍이 어디가 좋을까?"

 

거림골과 촛대봉남릉 두 구간을 두고 고민을 했었는데

 

도장골을 오르면서

"거림골도 많이 늦겠네"라는 답에 이른다.

 

미답지인 촛대봉남릉으로 향하자...

 

거림골이 나름 단풍이 이쁘다고 여겨 고민했지만

때깔은 담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넘어온 길, 구상나무가 고사했다>

 

 

 

거림골과 촛대봉남릉

거리는 확연한 차이다.

 

야영한 청학굴에선

촛대봉남릉으로 하산하는 게 훨씬 더 빠르다.

 

순식간에 고도를 낮추며 떨어지는데

길은 충분히 뚜렷하고 짙어 헤맬 곳은 아니다.

 

 

 

 

 

<좌측 능선이 촛대봉남릉>

 

 

 

"우와...단풍 좋네"

 

의외로 단풍 때깔이 좋은 촛대봉남릉이다.

생각지도 못한 단풍의 서사가 이곳에서도 멋지게 펼쳐지는 게 아닌가.

 

등산로가 뚜렷해 헤맬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독도주의 구간이 있어 정신만 차리면 어려운 길은 아니다.

 

 

 

 

 

 

 

 

 

 

 

혹여 희미한 길이 나온다면

바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

 

이 길은 뚜렷하기에 희미하다면 길을 잘 못 들어선 것이다.

 

고도를 낮추니 산죽이 산꾼을 괴롭힌다.

 

 

 

 

 

 

 

 

 

 

촛대봉남릉, 곳곳에서

단풍의 서정미를 겪어 보았다.

 

나름 재미있고 편안한 길을 보여주는 촛대봉남릉.

 

조망은 군데군데 나타나는데

좌측 천왕봉을 위시하며 점차 고도를 낮추면 일출봉능선과 도장골만 보인다.

 

 

 

 

 

<조망은 군데군데 잘보인다>

 

 

 

폐헬기장에 도착하면 어느듯

1/3을 내려온 구간이다.

 

순식간에 고도가 뚝뚝 떨어진다.

배낭 무거운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하산했더니 제법 시간이 흘렀다.

 

 

 

 

<촛대봉남릉 폐헬기장>

 

 

 

군데군데

목이가 가득 달린 바위를 발견했었다.

 

귀찮은 것도 있지만

위험한 부분도 있어 버섯 따기는 생략한다.

 

"사실 저거 좀 따서 어디에 쓰것어"라는

나름의 귀찮니즘도 포함했지만 사실 석이버섯이 그리 흔한 건 아니다.

 

요새 지리산에서도

석이버섯 가득한 바위를 보기도 쉽지 않다.

 

 

 

 

 

 

<석이버섯>

 

 

 

 

촛대봉남릉 마지막 분기점에 도착하면

좌우로 길이 열린다.

 

좌측: 길상암

우측: 거림골

 

"어디로 날머리를 정할까"

 

혹여 거림골로 가면 탐방지원센터 위쪽이기 때문에 공단과 등산객들의

눈치가 있을듯하여

 

좌측 길상암 방면의 등산로를 이용하기로 한다.

 

 

 

 

 

 

 

 

 

<솔바구산장 참나무가 있는곳이 들머리>

 

 

 

 

"어 여기 솔바구산장이네"

 

촛대봉남릉의 들머리가 이곳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바로 산장 뒤에 있는 산길.

 

이곳이 촛대봉남릉의 들머리란 건 나도 그날 처음 알았다.

 

하기사

군데군데 얼마나 많은 등산로가 있든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길상암에 도착해

부처님께 무사 산행에 대한 감사함을 더한 삼배를 올리니 시간은 11시 50분.

 

딱 24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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