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장당골-써레봉-치밭목산장-대원사

구상나무향기 2014. 1. 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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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좋으신 분들은 보시면 대략 짐작할 겁니다.

지형도만 보더라도 "어! 저긴 갈 길이 없을텐데..."라는 독백이 나올겁니다.

 

맞습니다. 장당골에서는 써레봉으로 가는 길은 사실 없습니다.

 

 

 

 

장당골에서 시작한 산행은 장당보호소에서부터 삐걱했습니다.

임도 끝지점, 희미한 조림지대에서 길을 잃고서는 좌측 능선으로 오르면서 발단은 시작되었습니다.

(장당보호소 또는 조림지대 끝지점에서 우측으로 붙어야 치밭목으로 향함)

 

시간이 다소 널널했다는 안이함과 체력에 대한 자만심에 식겁을 좀 했습니다.

봉우리 하나 오르니 또 나오고, 또 오르고 나니 뒤에 또 있고....

 

"아이고 이번 봉우리가 끝이겠지..."했는데 저 뒤끝에 써레봉이 그제서야 떡하니 나타나는겁니다.

식겁하겠더군요 일몰은 점차로 다가오는데 말입니다.

 

장당골에서 정확하게 4개의 봉우리를 사투끝에 올랐습니다.

 

 

 

 

 

최소 종아리에서 허벅지급 러셀, 그리고 막장 산죽 숲...빨치산 제대로 했습니다.

암벽이 많아서 더욱 힘들었고, 음지인 북사면이라 눈이 그대로 쌓여있어 러셀에 식겁을 했답니다.

 

'눈늪' ..이게 실제로 사람을 얼마나 당황하게 만드는지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눈도 늪이 되더군요 ...배낭을 던지고 잔가지를 붙잡고 네발로 기어서 기어서 빠져나왔습니다.

체력을 얼마나 잡아먹는지 정말 눈길에는 자만하면 안되겠습니다. 

 

 

 

 

 

<뚫고 나온 지점>

 

 

장당골에서 빨치산으로 봉우리를 2개 정도 넘으니

그제서야 무덤이(참 신기한 무덤이었습니다) 하나 나오더니 중봉골로 떨어지는 급경사의 길이 나오더군요

장당골로 올라, 써레봉에서 중봉골로 떨어지는 능선으로 붙은거였죠 ,거기서부터 써레봉까지 오른거였습니다. 

 

나오자마자 누워버렸습니다.

 

 

 

 

 

 

 

 

치밭목에 안착한 시간이 오후 6시30분이었습니다.

딱! 일몰 후 30분 만에 써레봉 바로 아래로 뚫고 나왔습니다.

 

장당골에서 8시 출발했으니 10시간30분이나 걸렸습니다.

가보신 분들이야 알겠지만, 좀 헤맨다해도 그길은 5시간이면 넉넉하게 도착합니다.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시간만 보더라도 대충 감이 올 겁니다. 

 

 

 

 

 

 

치밭목산장 마당에서 본 일출입니다.

토.일 날씨 엄청 좋았습니다. 아마 이렇게 따뜻한 지리산의 겨울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치밭목산장은 히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몹시 춥습니다.

주는 모포가지곤 추위를 온전히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치밭목에서 하룻밤 유할 분들은

동계 침낭을 꼭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오돌오돌....뱀사골대피소 추억 이후로 아마 제대로 떨어본 것 같습니다.

 

 

 

 

 

 

 

치밭목에서 전의를 상실하고

대원사로 하산을 결정하여 이틀동안 20KM 정도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무제치기폭포입니다.

장당골에서 우측으로 치고 올라오면 만난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무모하게 오를 산꾼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무제치기폭포는 수량이 매우 적은 폭포인데요, 신기하게도

겨울만 되면 저렇게 빙벽이 형성됩니다.

 

평소 때는 물이 적어 저런 모습은 상상이 안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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