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조개골~치밭목산장~중봉~청이당

구상나무향기 2014. 7. 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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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갈 일이 생기면, 다시 돌아가면 그뿐이다.

 

"다시 돌아가자"

 

예전 조개골 산행의 기억을 뜨올려봐도 길을 놓친것 같다는 판단에

길이 사라진 그 원점으로 돌아갔다.

 

역시 돌아가니 계곡 맞은 편에 길이 있었다.
누군가 표지기를 쌍그리 다 치워버려, 초행자들은 계곡 건너편의 등산로를
인지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어먼 계곡으로 치고 오르면 난감할 수 있기에 더욱 주의 깊게 찾아야 할 것이다.

지리산의 비지정 등산로는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지리산은 어떠한 등산로보다 험하고 거칠다.

 

개인적으로 지리산행만 100회가 훨씬 넘었다. (절대 자랑아님)

그 경험으로 충고하지만,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게 지리산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

 

 

 

 

 

참으로 오랜만에 조개골을 찾았고, 또한 오랜만에 홀로 지리산에 파고 들었다.

 

치밭목 산장에 하룻밤 유하기로 한 건, 다른 대피소엔 예약이 만석이라

내가 쉴 만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치밭목은 현장 입실이다. 빨리만 가면 왠만하면 다 입실이 가능하기에

오늘 조개골로 잡은 이유다.

 

 

 

 

 

 

조개골은 여러 차례 경험이 있어, 사실 길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지리산의 계곡 길은 대부분 계곡을 서너번 건너가며 산 길을 이어가기 때문에,

뚜렷했던 길이 희미해졌다면,

그건 계곡 반대편에 길이 이어진다고 판단해야 한다.

 

 

<길이 있음을 알려준 다른이의 배려>

 

 

3시간 30분 정도의 아주 여유로운 걸음으로, 치밭목 산장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산장에 도착했으니, 딴은 하는 일이 없어 쭈뼛거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민 대장의 입담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사람의 말투와 얼굴이 그리워 치밭목으로 가는지 모를 일이다. 벌써 12년 인연이다.

 

 

 

 

 

 

 

잠시 짬을 내어

무제치기 폭포로 향해봤다.

치밭목 산장에서 무제치기 폭포까진 약 1.1킬로 떨어져 있는데, 내려가니 한참 내려간다.

 

의외로 올라오는건 또 금방이다.

아마 심리적으로 내리막이 더 많이 내려간듯한 착각이 드는 모양이다.

 

 

 

<셀카가 많다>

 

 

치밭목 산장 안의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20명 정도 수용가능하다.

여름에는 춥고, 겨울엔 더 춥다.

 

치밭목 산장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방한대비를 하고 와야 한다.

아무리 한여름 철이라도 지리산의 밤 공기는 매우 차갑다.

 

치밭목 산장은 히터가 안 되기 때문에 겨울에는 정말 춥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담요를 3장이나 덥고, 밑에 2장을 깔았는데도 오돌오돌 떨은 추억은

 

아마도

내가 겪은 지리산 대피소 추억 중 최악이었다.

 

 

 

<치밭목 산장>

 

 

홀로 외로이 앉아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셀카로 찍어봤다.

 

나중에 여러명이 동시에 입실하는 바람에 소란스러워졌지만, 고즈늑하고

또 조용했던 치밭목 산장에서의 하룻밤이었다.

 

 

 

 

 

메뉴는 햇반에 라면된장국을 챙겨왔었다.

 

이것저것 많이 챙겨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먹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 탓에 항상 먹거린 조금이다.

나하고 다니면 굶고 다니기 딱 좋다.

 

다만, 그날

맥주를 챙겨오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웠다.

 

 

 

 

 

 

하늘은 흐렸지만 ,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비는 소리없이 지리산을 적시고 있었다.

 

 

 

<전날의 모습>

 

 

 

눈을 뜨니 비가 소록소록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올거란 예상을 했기에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비의 낭만 또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다지 많은량의 강수량은 아닌듯 하다. 비는 지적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의 치밭목 산장의 모습>

 

써레봉에 오르니 그제서야 풍경이 드러난다.

비는 왔다 그쳤다를 반복했고, 폭우는 내리지 않았다.

 

 

 

<구름에 가려진 좌측 천왕봉과 우측 중봉>

 

 

 

 

 

 

 

 

써레봉에서 본 천왕봉과 중봉은 운무에 가려져있었고,

각 골짜기마다 운해가 퍼져있어 일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간만에 산꾼으로서 호사를 누려봤다.

 

 

 

 

 

 

 

 

 

중봉에 올랐다.

힘듬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체력이 늘었나 ? 근육이 늘었나 ?

어째튼 해가 갈수록 산행은 더 편안해지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하봉 헬기장에 피어난 터리풀의 모습이다.

여름 야생화들이 이제 막 개화하고 있었다.

 

 

 

 

하봉 헬기장에서 요즘 야영하면, 바로 단속 대상이다.

예전보다 더 엄격해진 공단의 방침 때문인지, 헬기장의 잡풀은 더욱 무성해졌다.

 

이곳에서 야영했던 추억도 참 많았는데,

이제 그야말로 추억으로 남겨야 할 판이다.

 

 

 

<하봉 헬기장>

 

 

하봉 이후부터는 조망할 곳이 매우 많다.

아마 지리산에선 가장 훌륭한 조망터다.

 

군데군데 동부 능선에서만 볼 수 있는,  지리산의 장쾌한 능선의 미와

놀라울 정도의 원시적인 골짜기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매력 때문에

동부능선을 자주 찾는 이유다. 볼 게 없다면 힘들게 올 이유도 없을 것이다.

 

 

 

 

 

 

 

동부능선은 코스가 매우 다양하다.

 

그중

국골사거리를 지나 청이탕터에서 조개골로 하산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능선을 더 밟아보고 싶었지만, 하산 후 계곡에서 씻을 목적으로

이내 코스를 바꿔 하산 루트로 정했다.

 

 

 

 

 

새재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루 코스를 1박2일로 돌아왔으니, 당연 빨리 끝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리산의 코스를 원점회귀로 돌려면, 당일치기로 하면 고생이지만,

1박으로 나누면 넉넉한 것이 특징이다. 조금 더 멀리 갈려면, 택시 회수는 기본이다.

 

여유있게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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