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TMB(몽블랑)산행기

TMB(몽블랑트레킹): 꾸르마예르~베르나르다능선~사핀고개

by 구상나무향기 2015. 7. 14.
728x90

<호텔 창가의 풍경>

 

 

 

예외 없이 졸도하듯이 쓰러진 전날 밤이었다.

한번도 여유있는 저녁을 즐겨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호텔이든 산장이든 입실만하면

쓰러지듯 자빠진 나날들이었는데

 

사실 이건 '여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의 측면으로 보자면,  

불편한 여행일 수 있을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일정의 부족 탓 때문이었다. 일정이 부족하니 무리해서 더 많이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꾸르마예르의 아침>

 

 

 

몽블랑을 너무 가벼이 본 탓도 있지만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더위에 노출된 채.

 

장시간을 걸어다니는 행위가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심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탓이다.

 

일정만 여유로왔다면 라운드트레킹을 해보고 싶었지만,

일정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꾸르마예르 교회 가는 길>

 

 

tip) 꾸르마예르 버스터미널에서 La Vachey마을까지 수시로 버스가 다닌다.

시간표를 확인하니 거의 1시간 단위로 출발하고 있었다.

 

첫차는 8시52분, 막차가 19시52분까지다.

이 버스를 이용하면 꾸르마예르~보나띠산장 구간, 17km 이상 점프가 가능하며

하루를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이 구간 코스가 환상적이라 웬만하면 걸어보길 권하지만

힘들다면 가감히 점프하시라.

 

 

 


<꾸르마에르에서 La vachey까지 버스가 다닌다.>

 

 

 

그날 보나띠산장을 지나 la vachey에서 버스 타고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지만

결국 그나마도 힘들어서 sapin고개에서 꾸르마예르로 돌아오는 코스로

변경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할리한센>

 

 

시내 중심부에선 TMB 말뚝이 안 보인다.

일단 교회 근처로 가보기로했다.

 

거기에 가면 TMB가 이어진다고하는 귀뜸을 들었기 때문이다.

 

말뚝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기에

길을 잘 찾아 들어야 한다.

 

 

 

<이 교회 뒷쪽 길이 TMB다.>

 

 

이 교회의 첨탑은 멀리서도 보이기 때문에

무작정 이 교회만 찾아 오면 된다.

 

페인트로 TMB라 적어 놓은게 전부다. 친절한 이정표는 기대하지 마시라

이 구간은 마을인지라 표식이 잘 없다.

 

 

 

 

 

중간 중간 저렇게 페인트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잘 찾으면 보이게끔은 해놨다만

 

순간 정신줄 놓거나

비가 와서 정신 없을 땐, 어먼 길로 빠질 수도 있으니 이 구간 길 놓치지 않게 정신차리자

 

샤모니에서 본 샬레 목조 주택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쁜 골목을 지나면 TMB 길은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내려오는 마을 주민에게

 

"이 길이 TMB 길이 맞아요?"하고 물었더니

"??????"

 

다들 친절은 하더라만은 언어 소통은 정말 힘들었다.

*내 발음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에이 그냥 맞겠지 하고 올랐더니 길은 맞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자국어를 선호한다.

 

 


 

 

마을를 벗어나고 임도 전에 그제야 TMB 말뚝이 보인다.

 

보나띠 산장이 4시간이라고  적혀 있지만, 나는 5시간이 지났어도 그 근처도 못 가고

헤매고 있었다. (베르나르도 능선 타면 좀 늦음)

 

결국 사핀고개(col sapin)에서 돌아 내려 와야만 했다.

 

 

 

 

 

올라가면서 본 꾸르마예르 시내 전경이다.

샤모니와 더불어 산악 도시인데, 샤모니랑 거의 닮았다고 보면 된다.

 

꾸르마예르에서 샤모니간 터널이 뚫여있어 40분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간 이동이 가능하다.

 

다음 날, 아침 첫차를 타고 샤모니로 돌아갔었다.

 

 

<꾸르마예르 시내 전경>

 

 

드디어 베르토네 산장이다.

 

상어의 이빨마냥 생긴

몽쉐티프(Mont chetif, 2343m) 봉우리가 고압적인 면모로 다가오는 그림 같은 산장이다.

 

무더위에 지쳐 시간이 제법 지체되었다.

 

콜라 하나를 원샷으로 들이켜도 풀린 눈동자는 제대로 회복이

안 되고 있었다. 사실 너무 더웠다.

 

 

 

<베레토네 산장>

 

 

산장에서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이런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TMB.

우측 오르막이 베르나르다 능선이다.

 

 

 

 

 

베르나르다 능선을 따라 사핀고개를 통해

보나띠 산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좌.우측 어디로 향하더라도 TMB은 이어진다.

다만 베르나르다 능선이 좀 힘들다.

 

풍경을 선호하는 도보족이라면

고민도 할 것 없이 무조건 베르나르다 능선으로 향하자.

 

 

<베르나르다는 우측>

 

 

 

힘들다 해도 언덕길 오르는 건 잠시다.

 

조금 힘내니 상어 이빨 같은 봉우리 뒤로 어제 이어져 온 길들이

아득히 드러나는 천혜의 풍경이 압도한다.

 

이미 선답자의 산행기를 통해서 베르나르다 능선으로 갈 걸

정해놓았었다.

 

다들 이 길에 대한 찬사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인데,

보나띠 산장에서

베르나르다 능선을 밟지 못한 사람의 넋두리가 제법 묵직했었다.

 

 

 

 

<몽쉐티프 뒤로 아득하게 세이뉴 고개가 보인다>

 

 

 

맨 왼쪽은 몽블랑과 거인의 이빨

오른쪽은 그랑조라스다.

 

사실 뭐 지명 따위야 중요하겠는가

설산이면 다 똑같지.

 

그냥 그날 그 풍경에 압도 될 뿐이다.

 

 

 

 

 

언덕을 오르면서 본 풍경이다.

지명을 좀 알고가면 나름대로 이름을 불러줄 수 있으니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설산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배니골짜기에서 보였던 거인의 이빨은

이제 그랑조라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며 스위스 페렛 계곡위에 펼쳐진다..

 

 

 

<페렛 계곡 위 그랑조라스>

 

 

그랑조라스 설산이 눈앞에서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베르나르다 능선이다.

 

그랑조라스 외 두 개의 굵직한 봉우리가 베르나르다 능선에서 조망되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고압적이다.

 

몽블랑, 4,807m

그랑조라스, 4,208m다.

 

 

 

<그랑조라스>

 

 

 별 일곱 개짜리 야영지.

 

이곳에서 야영하며, 별을 바라보는 낭만을 누려볼 수 있다면

산꾼으로서 로망을 다 부려봤을법하다.

 

'현실의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야영을 가슴으로만 느낄 뿐이지만

눈으로 담은 저 아스라한 풍경은 지금도 생각하면 설렌다.

 

 

 

<최고의 야영지>

 

 

알프스 최고의 백미 그랑조라스와 몽블랑이 조망되는 이곳은

베르나르다 능선에서 최고의 명당자리다.

 

야영 후 아침에 일어나는 붉은 일출을 마주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런 '죽일놈의 복'까지는 산신령이 허락치 않았음이다.

 

후답자가 실컨 누려보길 바랄뿐이다.

 

 

 

 

<자연주의자 감성파 산꾼의 똥폼>

 

 

 

그랑조랑스 봉우리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다.

 

 

 

 

 

 

사실 언덕을 넘어오기 전 이런 풍경이 존재하리란 생각도 못했다.

이 모습을 보고서는 한동안 멍해지면서

 

한참을 바라보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베르나르다 능선의 초원지대다.

 

 

<역시 알프스!>

 

 

왜 사람들이 베르나르다 능선을 타고 오기를

조언했는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이 풍경을 못 보고 버스를 타는 사람도 억울했겠지만

베르토네산장에서 TMB 구간으로 걸어간 사람들도 아쉽긴 매한가지일 것이다.


하기사 못봤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터.



 

<똥폼의 매력은 무심한 표정에있다.>

 

 

라운드트레킹을 한 사람들의 조언에 따르면

 

"이 능선 구간은 몽블랑 트레킹 중 제일 특이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저 노란색의 야생화는

민들레 종류다.

 

엄청난 개체수로 가득 자라나고 있었는데,

민들레 외에는 다른 야생화는 거의 없었다.

 

 

 

<초원지대>

 

 

걷는 자의 행복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걸어도 걸어도 어찌 피곤하다 하겠는가.

 

 

 

<노란 야생화는 모두 민들레>

 

 

이런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형성되어져 있는데

그 물 속에 비친 설산의 풍경이 사뭇 조화롭다.

 

 

 

 

 

이 언덕길을 넘어오면서 잠시 헤프닝이 있었다.

잠시 쉬고 일어나면서 휴대폰을 놔두고 왔기 때문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마 1시간은 더 걸었을 상 싶었다.

 

멋진 풍경이 있어 촬영하고자 폰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 거다.

 

"아.....맞다. 거기 놔뒀구나"

 

1시간을 걸어온 길을 다시 뛰어가야만 했었는데

어슬픈 자의 건망증탓에 결국 두 다리만 고생했다.

 

 

 

 

<저 먼 길을 다시 뛰어갔다왔다>

 

 

이런 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실 TMB 길보다 시간은 거의 2배가 걸린것 같다.

 

느릿하게 걸은 탓도 있지만, 이 구간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두 커플을 만났는데

 

참 상냥한 커플이었다.

내가 배낭도 없이 뛰어가니

 

"뭔 일 있냐?"

"어..내가 폰을 놔두고 왔어"

"이런..초원지대인데 찾을 수 있겠냐?"

"걱정마라 내가 좀 똑똑타"

"똑똑하면 잃지 말아야지 멍청아..."

 

 

<야 폰 찾았다>

 

 

폰 회수 하느라

좀 땀을 빼긴 했지만, 간만에 배낭 벗고 뛰었더니 제법 홀가분했었다.

 

역시 짐을 진거와 없는거는 여러모로 차이가 많다.

짐을 지면 그만큼 무겁고 힘든거다.

 

"욕심도 좀 버리고 살면 가벼워서 잘살겠지"

몽블랑 산행을 하면서 내내 느낀 어설픈 철학이기도 하다.

 

 

 

 

 

민들레가 잔뜩 피어난 이 곳에서

신나게 뛰어오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어...안면이 있는데 누구지"

 

 

 

 

나의 궁금증은 바로 해결됐다.

 

"너 어제 우리 호텔에 묵었지"

"어...그리고 보니 호텔 쥔장이네, 아주매 여기 우얀일이고"

"나 운동중이다. 꾸르마예르에서 뛰어 왔지"

"와 대단하다. 얼마나 뛴거고?"

"대충 5시간 뛰면 된다" <---이거 엄청 빠른거임

"그렇구나..나도 오늘 다시 꾸르마예르로 돌아간다..또 보자"

"응..조심해서 댕기와라"

 

호텔의 여쥔장하고 여기서 또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대충 이러한 애기를 나누곤

 

마침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해 한 컷 남겼다.

 

 

 

<초원을 뛰댕기는 알프스 아주머니>

 

 

그 날 다시 그 호텔에 투숙했는데, 사실 저 아주머니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

너무 무덥고 지쳐,  다른 호텔 찾기가 귀찮아서 그냥 입실했었다.

 

방도 똑같은 방 주더라.

 

 

 

<걸어온 길>

 

 

한참을 걸어왔는데도 도대체 사핀 고개가 보이지도 않는다.

TMB길로 걸었다면 이정도 시간이면 보나띠 산장에 도착해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사핀(sapin)고개에서 산장까지 7.5km나 되는 먼 거리인데

시간으로 따져도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내가 좀 사부자기 걷긴했어도

베르나르다 능선이 제법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코스이긴 하다.

 

 

 

 

<걸어온 길>

 

 

저 아래 꾸르마예르가 보인다.

이곳이 해발 2,500m가 넘는곳이다. (백두산 2,750m)

 

 

 

 

 

페렛 계곡의 모습이다.

저 마을로 버스가 다닌다.

 

보나띠 산장에서 La Vachey마을까지

걸어 내려와 거기서 버스타고 꾸르마예르로 돌아오면 된다.

 

물른 역으로 꾸르마예르에서 La Vachey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꾸르마예르~보나띠 산장 구간을 줄일 수 있다.

 

17km 이상 거의 하루가 줄어든다.

 

 

 

 

<페렛 계곡>

 

 

저 우측 협곡을 따라 올라가면 보나띠 산장이 나온다.

La Vachey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려 했지만

 

이미 베르나르다 능선을 다 밟은 지금

구태여 보나띠 산장까지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사핀 고개에서 꾸르마예르로 돌아가는 걸 선택했다.

 

 

<보나띠 산장 가는 길>

 

 

드디어 사핀(sapin) 고개.

TMB 구간 바깥이지만, 보나띠로 가는 길은 두 갈래로 이어진다.


사핀 고개에서 보나띠 산장까지 거리만 7.5km

지도상 표기된 거리다.


최소한 2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거리.






 

이곳에서 꾸르마예르로 돌아가는 루트를 택했다.

 

스위스 구간을 마칠 일정이 부족해

라운드트레킹은 이미 포기했었다.

 

내일 샤모니로 돌아가 락블랑에 오르기로 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사핀 고개, 정면이 보나띠 산장 방향, 반대편 내리막이 꾸르마예르>

 

 

 

꾸르마예르로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았다. (5.2KM)

급경사의 내리막 길을 3시간이나 걸려 내려가야만 했는데

 

지리산이나 설악산 골짜기는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었다.


스틱 없음 거의 기어 내려와야 할 수준의 급경사였는데

사진 조차 찍질 못할 정도로 지치고 힘들었었다.

 

무릅이 견뎌 주는게 그저 감사할 다름이다.

급경사에 정말 식겁했었다.


"아이고 니미럴"

욕설이 절로 나온다.

 

 

 

<사핀 고개에서 꾸르마예르 방향은 내리막이다.>

 

 

힘들게 내려온 하산길이었는데,

아까 그 알프스 아주머니는 동네 뒷산 다녀오듯이 뛰어 다니는거 보고

그제야 뒷북을 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더위에 지쳐 간신히 내려와 까르푸에서 큰 우유 한 병을 그대로 원샷 해버렸다.

 

작은 사이즈의 우유도 안 팔고

이온음료도 팔지 않아 덩치 큰 물병만 사고서는 그대로 서서 다 마셔버렸을 정도로

갈증이 심했다.

 

정말 무더위에 장사 없더라.

 

호텔 찾는 것도 귀찮아 그냥 아까 만났던 그 호텔 여쥔장이 있는 곳으로

다시 재입실했었다.

 

 

 

 

<그날 늦은 시간에 먹었던 스테이크>

 

 

 

다섯째 날 일정: 꾸르마예르 ~베르토네 산장 ~ 베르나르드 능선 ~ 사핀 고개 ~꾸르마예르

 

일정 변경하여 베르나르드 능선만 밟고 다시 꾸르마예르로 돌아오는 코스로 잡았음.

너무 힘들어 스위스 구간은 빼기로 결정. 짧은 기간에 라운드가 힘들다고 판단했고

무엇보다 스위스 구간은 풍경이 단조롭다는 평가라, 바로 샤모니로 달려가 락블랑으로 오르기로 했음

 

08:00 꾸르마예르

11:30 베로토네 산장

11:44 갈림길 진입, Bernarda 능선 진입

15:30 사핀 고개

19:30 꾸르마예르 도착

 

총 17.6km, 11시간 30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