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이빨>
좌측으로 몽블랑(4810m)
정면엔 거인의 이빨이라 불리우는 'Dente del Gigante(4014m)'가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몽블랑 산군의 날까롭고 험준한 일련의 침봉들!
그리고 이어지는 초원지대.
프랑스쪽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탈리아 방향으로 갈수록 몽블랑은 좌측에,
정면은 거인의 이빨들이 자리한다.
'거인의 이빨'은 특정한 한 봉우리를 지칭하는게 아니라
이탈리아 구간에 이어진 거대한 능선이다.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거인의 이빨>
버스 타고 내려갔다면
이러한 풍경을 보진 못했을 것이다.
여행사의 단체여행객들은 반대로 역주행을 택한다.
꾸르마예르에서 버스 타고 LA VISAILLE 마을에서 내려
이 구간으로 올라 꾸르마예르로 하산한다.
언덕이 높지 않은 탓인지 'COL DE'라고 붙는 지명조차도 없다.
하지만 오를 때 버거웠다.
한참을 이리저리 폼을재고 사진을 찍고 쉬었다 간다.
잡으러 오는 사람도
잡으러 갈 사람도 없기에 알프스의 낭만을 최대한 즐기며 천천히 쉬엄쉬엄 걸었다.
바야흐로 알프스 최고의 낭만을 즐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정면에 보이는게 빙하의 흔적이다.
저 큰 빙하의 흔적이 이젠 메마른 땅으로 바뀌어 버렸다.
천년을 흘렀을 빙하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한 때 빙하가 흘렀을 저 거칠고 메마른 땅도
이젠 이렇게 야생화가 뒤덮고 활력적인 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본다.
이런 풍경 속을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꾸만 돌아보게 되고 또 쉬어보게 된다.
<똥폼은 국적을 초월한다>
알펜로즈가 가득 피어난
뒤로는 몽블랑이 버티고 있는 참으로 멋스러운 장소다.
저 옴폭한 장소에 들어가 텐트 치고 하루 동안 머물면
승천할 것 같은 장소다.
빙하 녹은 물이 시원하게 흘러가고 있다.
작은 개천을 넘어
이렇게 계곡을 형성할 정도로 빙하가 만들어 내는 수량은 제법 많다.
이 빙하수는 메마른 땅에 활력을 불어 넣어
온갖 생명을 자라게 할 것이다.
마셔보니 정말 시원했다.
언덕을 넘으니 이젠 평지가 드러나면서
좌측으로 저런 풍경이 엄습한다.
무지불식간
천둥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빙하가 깨져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소리 엄청 크다.
이런 소리는 트레킹 중 몇번 들었다.
베니 골짜기의 모습인데
그 위로 이어진 능선이 거인의 이빨이다.
거친 계곡 옆 가장자리엔
옹기종기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오른쪽에 흰색의 줄이 등산로다.
초원을 가로질러 저렇게 한참을 걸어간다.
팀버라인이 대부분이라
초원지대를 걸어가는게 매우 익숙해진다.
나무와 숲 그리고 암벽으로 이루어진 우리네 산길과는 매우 대비되는데
그래서 등산화의 재질도 다른것이다.
수입산이 다 좋은게 아니라
우리네 지형에 맞는 신발이어야 불편함이 없는거다.
베니 골짜기의 위엄은
갈수록 대단해진다.
사실 더위에 지쳐있었다.
메종 빌 산장이 어디에 있나 참 많이도 기웃거렸다.
산장은 꼭꼭 숨어있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내내 거인의 이빨과 함께한다.
버스 타고 내려갔다면
몰랐을 풍경이리라. 물른 아예 모르면 감동도 미련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메종 빌 산장 거의 다 왔을 무렵이다.
야생화밭이 거인의 이빨을 배경으로 환상적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동화속의 장면인냥
그렇게 트레커의 가슴을 적시는 숨막히는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많이 봐왔지만
그래도 이런 서정적인 모습에 가슴이 분탕하는 건
'낭만 도보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 풀밭에 누워 하루종일 누워만 있어도 참 좋을 상 싶었다.
샤모니 서점에 야생화 도감이 있는지 기웃기려봤는데
의외로 도감은 팔고 있지 않았다.
야생화 뒤로 설산 그리고 길
알프스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가장 성수기가 7월 중순에서 8월까지인데,
비가 많이 올 시기다.
하지만 매일같이 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게 아니므로
트레킹 중에 이런 날씨를 만날 경우가 많다.
나느냐 운이 좋아 내내 맑았지만, 흐리거나 비가 와도
곧 개기 때문에 이런 풍경을 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보단
걸어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힘든건 잠시지만
가슴에 담은 추억과 낭만은 평생 가기 때문이다.
<저 뒤로 메마른 땅이 빙하가 녹고난 지형이다>
여러 트레커들도 이곳에서 낭만을 즐기다가 가는 장소다.
어느 강심장의 사람이라도 쉽게 지나치지 못할 거대한
자연과 만난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어렵사리 '나의 이상'을 찾아왔는데
눈과 가슴에 담고 또 담을 일이다.
지나 온 길, 그리고 지나 가야할 길
어디를 보더라도 서정적 낭만은 충만하다.
아쉽게도 이곳은 지명도 없다.
lac de combal에서 메종 빌 산장 가는 길이라 여기면 될 터이다.
드디어 메종 빌 산장이다.
엘리자베따 산장을 지나쳐 이곳까지 내내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배도 고팠고, 더위에 매우 지쳐있었다.
메종 빌 산장에서 곤도라를 타고 꾸르마예르 마을까지 내려갈 수 있었지만
그날 곤도라는 중지되었다.
산장의 쥔장이
이유를 설명하는데, 영어가 짧아서 잘알아듣지 못했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콩글리쉬 F학점이라
이유는 모르겠고 어째튼 운행하지 않는다는 말만 새겨 들었을뿐이다.
걸어서 가면 1시간 45분 거리다.
베네토네 산장까지 4시간15분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신뢰하지 못할 시간표라 해도
대충 베네토네까지는 억지로 가면 되겠지만, 너무 지쳐있어 오늘 일정은 꾸르마예르에서
쉬기로 작정했다.
메종 빌 산장에서 다소 여유를 좀 부렸다.
어째튼 1시간이면 꾸르마예르까지 내려갈 수 있으니 말이다.
산장에 머물면서 계획을 이리저리 검토해봤다.
도저히 내가 가진 일정과 TMB의 난이도와 비교해
라운드를 완성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수정이 불가피했는데,
몽블랑을 너무 쉽게 봤다가 큰 코 다친 격이었다.
<메종 빌 산장>
메종 빌 산장에선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했는데
사실 그때는 몰랐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스테이크를 먹어봤으리라
샐러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노신사가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곤도라가 운행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너 그거 아냐?"
"알고 있는데 우째 그러십니꺼?"
"내 마눌 다리가 억시 아파서, 도저히 못걷는데 너 나랑 택시 품빠이해서 갈래?"
"아..그래요..그렇게 하시죠"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점심인지 저녁인지>
사실 그건 택시가 아니라
산장에서 운영하는 짚차였다.
운전하는 사람이 1시간 후에 출발한다는 말을
나는 택시가 1시간 후에 온다는 말로 잘 못 알아들었다.
사실 1시간을 더 기다려야했는데
그럴줄 알았으면, 걸어서 내려갔으리라.
성질급한 한국 산꾼이 어찌 묵묵히 기다리고 있으리오
후다닥 내려가고 말았지 말이다.
<곤도라는 운행 중지..이유는 모르겠다>
이탈리아 꾸르마예르 마을이 그림같이 조망된다.
내가 잊고 있었는데
메종 빌 산장은 이탈리아였다. 그래서 다소 거칠고 억양이 쎈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다소 열정적인게 한국 사람 성질 급한거랑 좀 닮았다더라
사실 뭐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나 모르긴 매 한가지라 듣기만 했지만
확실히 이탈리아 사람들 억양이 쎄긴 쎄더라.
할일없어 이리저리 기웃거려봤는데
언덕에서 바라본 메종 빌 산장이다.
거인의 이빨이 드러난 능선에 참 아담하게도 자리잡았다.
스키 시즌이 되면 더욱 사람들로 붐빌것이다.
MTB를 하는 사람, 뛰는 사람, 산악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
참으로 다양한 꾼들이 쉴새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는데
이런 자연을 가진 그들이 부럽기도 부럽다.
1시간 30분은 더 기다리고 있었다.
슬슬 엉덩이 접착제의 효능이 떨어지고 있을 싯점이었다.
드디어 메종 빌 산장 쥔장이
운전하는 거친 짚차에 몸을 싣고 꾸르마예르 마을로 내려간다.
아일랜드에서 온 저 노부부의 부탁이 없었다면
사실 후다닥 걸어갔을 테지만, 이미 약속을 한 터라 정중히 기다렸다.
사실 딱히 할 일도 없었다.
택시비나 곤도라 비용이나 이 짚차의 비용이나 다 매일반이다.
아일랜드 노부부가 예약했던 그 호텔에
나도 같이 입실했다. 덥고 지쳐서 다른 호텔 찾기가 매우 귀찮았다.
알고보니 이 호텔이 버스터미널 바로 코앞에 있어
매우 편했었다.
그렇게 그날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는데,
정말 멋지고 멋진 알프스를 즐긴 그날이었다.
<호텔 창가에서 본 풍경>
네째 날 일정: 모떼 산장 ~ 세이뉴 고개 ~엘리자베티 산장 ~ lac de combal 갈림길 ~ 메종빌 산장 ~ 꾸르마예르
07:10 모떼 산장
09:40 세이뉴 고개
11:10 엘리자베티 산장
12:15 우측 꾸르마예르 갈림길(직진해서 LA VISAILLE까지 1시간 걸으면 버스 탈 수 있음)
15:42 메종빌 산장
18:20 곤도라 고장나서 차량으로 꾸르마예르 하산.
19:00 이탈리아 꾸르마예르 도착
걸은거리 총 20.2km, 차량이동거리 5km, 1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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