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딱 이맘때, 영광 불갑사에서 느낀 비의 낭만을
지리산 천은사에서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참 시원하게 퍼부었는데, 그날이나 오늘이나
엄청나게 쏟아부은, 비의 낭만에 젖은 山寺의 시간이었네요
보제루 한 편에 앉아, 넋 놓고 비 소리만 듣고 있었더니 엉덩이에 뿔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간만에 오봉리를 찾아 새봉까지 한 바퀴 돌고 난 산행이었는데,
아마도 서너 번은 더 가 본 산길이었는데도 실수는 순간이더군요
엄한 길로 접어들어 나름 재밌는(?) 산행의 묘미를 겪게 되었는데,
지리산 길이야 항상 그렇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오봉리~새봉~외고개~오봉으로 약 10킬로 남짓한 산행을
7시간 동안 하고 난 후, 천은사를 찾았든 그날이었습니다.
천은사를 지나 화엄사를 지날 즈음에
'지리산오여사'라는 재밌는 식당을 만났습니다.
들깨해장국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요
나에겐 좀 특별한 의미의 음식이기도 했는데,
이는 예전에 어머니가 보름날 많이 해주셨든 추억의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보름날, 오곡밥과 더불어
겨우 내 준비했던 여러 묵나물을 넣어 정성스레 끓여 주셨던 바로 그 들깨국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이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 생각 못 했습니다.
아마 먹어본 지 10년은 더 된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모습은 예전 어머니가 해주신 들깨국 그대로였는데요,
이건 식혀 먹어도 그 진미가 그대로 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뜨거울 때 그리고 차가울 때도 다 나름의 맛이 있는,
보양식인 지리산의 토속 음식이죠
어머니는 토란이나 다슬기 그리고 겨우내 말린 늙은호박과 고사리
그리고 각종 묵나물을 여기에 넣고 끓여주셨습니다.
그에 비해 지리산오여사의 속재료는 조금은 부족해 보였지만, 그 맛은 손색이 없었습니다.
단가 맞추려면, 그 정성의 재료를 몽땅 털어 넣긴
힘들 것이겠죠
들깨국 한 그릇에 참으로 많은 감정을
느낀 그날이었습니다.
예전 어릴 적, 겨우날 먹었던 그 어머니의 손맛을 이곳에서 뜬금없이
느껴 보았던 추억의 시간이었는데요,
들깨국을 아는 사람이라면, 화엄사에 가는 길에 꼭 들러보길 권유하는 바입니다.
위치는 토지면사무소 맞으편, 대로변에 있습니다.
(아...저는 지리산오여사하곤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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