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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제주도 50km 뛰기(산방산~한경면~한림항)

by 구상나무향기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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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아름다웠다>





코로나19, 이 여파로 3~4월 개최되는 모든 마라톤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어버렸다.


3월7일 예정된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역시 개최가 취소 되었고

이 대회에 참여하고자 했던 열망도 하릴없이 되고 말아버린 현실.


대회가 없다고

방구석1열로 노닥거릴 팔자가 아닌 나.


어떤 에너지 소비의 탈출구가 필요했었다.





<산방산에서 출발>




"아니 꼭 대회가 있어야 뛰나

그냥 가서 뛰면 되지"


사실 설 연휴 때,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 했을 당시,


이 구비구비 돌아드는 해안가의 아름다움을

언젠가 맘껏 탐닉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제주도,

어느 외국과도 비견될 만한 아름다움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사계리 해안>




코스 설계를 하면서 도착은 애월읍으로 하였다.

돌아가는 일정을 감안, 공항과 가까운 애월이 좋았다.


그렇다면 50km 정도의 거리상 출발은

산방산 자락이 "딱 좋아" 위치.


산방산~애월, 이 구간을 뜀박질 해보리라 계획을 잡았다.







산방산 사계리 해안가에서 애월까지 대략 50km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못 미친 한림항까지가 50km였다.


카카오 맵과 오룩스 맵을 켜고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정확히 읽어 들일 수 없는


비포장길과 해안가 돌길은

맵에서도 거리 계산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산방산에서 새벽밥 먹고 출발.

사계리 해안가부터 헉헉대니 벌써 땀이 줄줄 흐른다.


어제는 비가 와 시계가 안 좋았는데

오늘은 맑게 개어 너무 나도 청명한 제주 하늘을 보여준 그날.


뛰기엔 최적이었다.


겨울옷을 벗고 봄옷으로 뛴 건

훌륭한 선택. 봄기운이 완연했었다.






<뒤에 인어상이 요염하다>





사계리 해안가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제주의 다양스런 모습을 보게 되는데


산, 들녘 그리고 바다.

제주의 전형을 즐겨볼 수 있는 비경들이 나타나는 곳들이다.


때는 유채꽃 시절.


산방산에서 애월까지가 아마도

제주도 전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면 과장된 말일런지 몰라도


"우와 외국이다 외국"

나는 뛰면서 이런 독백을 얼마나 많이 읇조렸는지 모른다.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사계리해안가~차귀도까지는 입이 귀에 내내 걸렸었다.












50km 뛰는 내내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도 바다의

이런 풍경은 지겹도록 볼 수 있다.


낚시꾼들의 한갓짐, 더불어 온갖 철새들의

정서를 지켜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그들은 낚시를

나는 뜀박질을...


그들은 편안함을

나는 개고생을...







<어디가나 낚시꾼이 가득했다>





햇볕이 강렬해 나름

무장을 했는데


이는 날카로운 바닷 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까지 해주는

필수 용품이다.





<봄햇살은 무섭다>





마라도가는 여객선 타는 곳, 송악산의 언덕을

지나면 저런 풍경이 압도한다.


'최남단해안로'


산방산에서 뛰어온 형제해안로와 더불어

풍경으로 가히 최고의 해안도로.







앞에 저 건물이 바로 카페이자 팬션 '대낭굴'이다.


이곳은 일몰의 명소.


얼마 전 가을, 난 이곳에서 인생 최고의

일몰을 경험해봤었다.


탁트인 시야 저편으로 지는 노을은

삭막한 정서에 행복을 지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대낭굴 카페>






양배추와 무밭이 한창인 한갓진 전원을 따라서

뛰어가니 하모 해수욕장이 나온다.


바로 마라도 가파도 정기 여객선 타는 곳.


아마 여기까지가 10km 지점이 아니였나 싶다.


풍경이 좋아

시간 가는줄, 거리 늘어가는 것도 모르고 뛰었었다.






<하모 해수욕장>




모슬포항을 지나  대정면까지는

제주도의 전형적인 해안가 도로를 뛰어가는 코스다.


구비구비 돌아드는 코스.

지루할 틈은 없다.


굴곡이 없어 오름도 내림도 없는

거의 일직선의 쉬운 코스다.


여기까지 정신 없이 풍경에 취해 뛰어든 시간.








흔히 태양국이라 부르는 '가자니아 리넨스'


남아공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생명력과 번식력이 매우 강한 종류다.


가자니아가

제주도 해안가 언저리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서정은 또하나의 볼거리다.





<가자니아>





정신없이 신도2리 포구에 도착하니

20키로 지점을 통과한다.


출출하지만 이곳까지 편의점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 거리를 재보니

뛰는 방향에서는 딱 30km 지점의 한경면 세븐일레븐.


그곳을 1차 목적지로 정한다.


배낭 안엔 약간의 물만 있을 뿐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깜빡 잊고 먹거리를 넣지 못했는데

해안가에 편의점이 이리 없을지는 몰랐다.









고산리 유적지가 있는 언덕.


나는 이곳에서 마치 알프스의 어느 곳에 있는냥

착각을 했더랬다.


때는 유채꽃의 시절.


유채꽃의 노란색과 무밭의 짙푸른색이 더해져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당산봉>




어느 강심장도 이곳을 쉬어가지 않으리오


누구보다 운이 좋았다는 것을

나는 복으로 여기며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행복은 하늘 저 높은 곳에 있어 얻기가 힘든 것이 아니다.

발밑에 줍기만 해도 되는 것, 바로 행복이다.


"시간아 가지 말아 다오"를

외치며 나는 천천히 이 길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뜀박질 여행중 최고의

풍경을 본 곳, 바로 여기다.






<고산리 유적지 언덕의 풍경>






해안가 도로에서 수월봉 이정표는

꾸준이 이어진다.


평지인 제주도, 산봉우리가 아니라

해안가에 돌출된 작은 언덕인데 이름이 수월봉이다.


이윽코


수월봉을 지나 고산리 언덕을 넘으니

불연듯 나타난 차귀도.






<차귀도>





마을앞 차귀도 포구(고산 포구)는  온통 오징어와 쥐포를 파는

가게가 즐비했었다.


마침 이곳에 작은 슈퍼가 있어

음료수를 사다 냅다 원샷으로 마시고 초코바 하나를 갈무리한다.


한경면까지 가야 편의점이 있을줄 알았는데


다행히 이곳에서 슈퍼를

만날줄 몰랐다.







<차귀도 포구의 오징어>





여기서부터는 특이한 길이다.

당산봉을 넘어 올레길 12코스의 환상적인 해안길을 걷는 코스 인데


당산봉이라 하지만

얕으막한 지세의 산봉오리.


이곳에 오르면 차귀도와 차귀도 포구의 아름다운

바다가 한눈에 조망되는 천혜의 길이다.





<차귀도 포구, 포구 앞 매점들>






당산봉 들머리를 지나쳐

언덕위를 오르니 길은 연신 구비구비 돌아 평지로 치닫는다.


"어...해안길이 아니잖아 길이 너무 뒤틀어지는데"


그제야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이번 코스는 산을 오르는 길.


다시 돌아가니 역시나 당산봉으로 향하는 길이 열려있다.











당산봉 오르막을 살짝 오르니

차귀도가 한눈에 조망되는 최고의 풍경이 드러난다.


"우와 정말 멋지구나"


찬사가 어찌 안 나올 수 있겠는가


차를 타고 가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내가 이 때문에 뛰고 걷는지 모를 일이다.


뜀박질에 대한 나름의 개똥철학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

누가 만들어 주겠는가





<당산봉에서 보는 차귀도>




조난을 당한 두 사람.


한 사람은 구조를 기다리고

한 사람은 섬을 찾아 떠난다.


망망대해에 홀로 조난을 당한 상황이라면

그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기다릴까? 아님 섬을 찾아 떠날까?


나는?


내 성질에 찾아 떠날듯 싶지만

나는 사실 기다리는 편이다.


성질머리가 더러워 찾아 떠날듯 하지만

그럴 땐 끈덕지게 참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당신이라면 어느 쪽인가?









올레길 12코스, 생이기정에서 한경해안로 만나는 지점까지는

비포장길이다.


당산봉에서 내려오면

한경해안로를 만나는데 용수리포구까지가 딱 30km.




<평소보다 늦었다>





산방산에서 뛰어 오는 구간 동안 몇 안 되는 편의점이다.

용수리 포구의 세븐일레븐.


여기까지 4시간 30분이 걸렸는데 평소 실력보다 30분 정도

느린 기록.


풍경이 좋아

사진 찍고 화장실 가고 비포장길 걷다 보니 늦었다.





<용수리 포구 세븐일레븐>





제주도에 왔으니 음료수도 한라봉을 골라봤다.


냅다 원샷으로 마셔주고

물 한병 갈무리하곤 터벅터벅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지금껏 먹은 거라곤 초코바 하나가 전부.


30km 지점을 통과했지만

특이한 컨디션 난조는 없었다.


뛰다 보면 컨디션에 대한 느낌이 온다.

평소 기량에 비해 좀 늦어 진다 해서 컨디션이 나쁜게 아니다.


그날,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뛰는데만 열중했더니 사진이 몇 장 없는 구간이다.

해상풍력을 위한 풍차가 어찌나 많든지


한경해안로.


여긴 풍차의 구간이라고 불러도 좋을 곳.


뛰는 동안 풍차가 가득한 풍경을 내내 볼 수 있었다.





<판포 포구의 이쁜 카페들>





판포 포구의 아주 아름다운 쉼터가 나타난다.

에메랄드빛의 바다색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


저기 저 탁자에서 커피 한 잔 두고 몇 시간을

멍하니 있어도 좋을 그럴 장소다.


요새 나도 스트레스가 극심하기에

휴식이 필요한 시기.


저기 저 쉼터는 나에게 필요한 곳이다.


지금은 뛰고 있지만

다음에는 저곳에서 편히 쉬기를 소원해 본다.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쉼터>




여기는 판포 포구다.

저멀리 있는 섬이 비양도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색깔 보시라

얼마나 이쁜가


에메랄드빛 정말 그 자체다.





<비양도가 보이는 에메랄드빛의 판포 포구>







신창리를 지나 월령리까진

아마 35km 정도 구간일 듯한데


정신없이 뛰고 또 뛰었더니 사진이 없다.


배터리가 다 되어 배낭 속에 넣고

여분 배터리로 충전을 했더니 더욱 사진이 부족한 구간.


신창리 마을을 지나

열심히 뛰다 보니 어느덧 월령리마을이다.











월령리마을을 지나면 월령포구가

올레길 14코스다.


이곳에 오면

아주 특이한 장면을 보게 되는데


바로 백년초 재배지를 보게 된다는 거.


"우와...이게 백년초구나"








그 재배 면적이 엄청난데


이 일대 전체가 백련초 재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안가 빼곡히 다 백년초밭.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다소는 이채로운 코스다.


여기 해안가엔 백년초 자생지도

볼 수 있다. 국내에선 유일한 곳이다.






<백련초밭과 풍차>




에메랄드빛, 바로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천연의 색이 드러나는 곳.


아마 뛰는 동안 가장 색깔이 이쁜 곳이

여기가 아니였나 싶다.


월령포구를 지나 월령코지 해안 돌밭길은

유독 바닷빛이 이쁜 곳들이다.








백련초 재배지와 자생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백련초도 특이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 또한 일품이다.


천천히 보며 즐기고 싶지만

마라토너는 쉬면 안 된다.


월령마을로 접어든다.










월령 포구 여기까지가 41km.


판포 포구 즈음이 아마도 40km가 아니였나 싶다.

벌써 1km나 훌쩍 지나버렸다.








여긴 월령 포구

저 멀리 해상풍력을 위한 풍차들 실루엣이 아득하다.


한경해안로를 따라 쭉 이어오면

저런 풍차들을 내내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월정리 해안보다

이곳 한경면 해안로 풍차들이 더 많고 풍경도 좋다.






<월령 포구에서 본 풍차>





여기가 월령코지.


코지는 제주도 방언으로 해안가에 쭉 늘어진 지형을 말한다.


월령에 있는 코지라

월령코지인데


여기서부터는 길이 매우 재미있고 독특하다.


바로 제주도 특유의 돌길을 걷게 되는 구간이다.







<월령 포구, 저 뒤에 팬션 앞이 월령코지>





50km 구간이 어디쯤일까?


이제 40km을 지났으니 종착지를 선택했어야 했다.

애월은 한참 못 미치는 곳이고


대략 카카오맵으로 계산하니 한림항이 나온다.

대충 거기 가면 50km 지점이 될 듯.


실제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이 딱 50km 지점이었다.






<풍차가 있는 올레길>




월령코지를 지나 올레길 14코스는

해안가 돌길이다.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 돌길을 걸어 볼 수 있는 코스 인데

그 분위기가 사뭇 남다르다.





<돌길을 걷는다>





이곳은 해녀콩 자생지로 알려져 있는데

해녀콩은 사실 토끼섬과 더불어 제주도 해안가 곳곳에서 많이 서식하는 야생화다.


예전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독이 있는 해녀콩을 먹고

해녀들의 낙태약으로 사용했는데 자칫 목숨을 잃기도 했었다고 한다.


해녀들의 애환이 묻어 있는 해녀콩.







<인터넷 자료, 실제 올레길 14코스의 해녀콩 자생 모습>





나는 저 섬이 비양도 인지도 몰랐고

저 구비구비 길을 돌아 가면 협재 해수욕장이 나오는지도 몰랐다.


그저 나는 이 길들에 대해 매우 심취하고 있었고

매우 행복해하고 있었든 시간이었다.


어찌 보면 개고생의 행보.

그런데도 난 기쁘고 즐거웠다.


육체의 고단함이 꼭 슬픔은 아닐 것이다.

그 고단함이 있기에 때론 행복을 선사하는 것.


그게 마라톤이다.





<비양도가 보이는 돌길>





"어..저기 잠녀의 집이네"


딱새우로 유명한 금능어촌계 잠녀의 집.

부지불식간 나타난 곳.


예전 이곳에서 딱새우를 뜯으며

비바람을 맞은 기억이 생생한 곳이기에 나에겐 나름 추억의 장소다.


이곳으로 길이 이어지는지 전혀 몰랐었다.






<금능어촌계 잠녀의 집>





특히나  협재 해수욕장이

금능마을에 숨어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몰랐다.


마을을 지나 뜬금없이 나타난 풍경.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야..이거 정말 보라카이가 따로 없네"


협재 해수욕장은 정말 이국적인 곳.


마치 동남아 열대 해수욕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국적인 장소가 바로 협재 해수욕장이다.


제주도의 길들이

이렇게 다양하며 스펙타클하다는 건 가보면 안다.








<이국적인 곳, 협재 해수욕장>




비양도가 한 폭의 그림같이 나타난다.


협재의 맑디 맑은 물 위로 나타나는 비양도.

마치 걸어서도 갈 수 있는 듯한 느낌이다.







협재 해수욕장까지가

45km


5km 더 가면 한림항.


물 한 병 사서 냅다 원샷으로 마시고

한림항으로 서두른다.









협재 해수욕장엔

코로나19를 무릅쓰고 수많은 인파들로 넘처나고 있었다.


가족들과 연인들.


다정스런 모습들에 연신 미소가 띄어진다.


피곤한 몸이지만

정신은 참으로 맑고 건강했었다.


무엇보다 협재 해수욕장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지금 개고생 행보만 아니였더라도

이곳에서 돋자리 깔고 누워 자고 싶은 곳.


"이놈의 팔자야"










시끌벅적한 협재를 지나 옹포리 마을로

뛰어가니 그제야 한림항 간판이 보인다.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

자..힘을 내자 힘을..






<한림항>





한림항 비양도 승선장


정확히 이곳이 50km 지점.

7시간 40분만에 도착했다.


다소 늦었다.  비포장길과 사진 촬영 등

쉬어가는 시간이 많아 늦어진 것이니 기량과는 별개의 문제다.


제주도를 반바퀴 돌았다는 자부심과 뿌듯함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도의 그 아름다운 풍경을

내내 두 발로 뛰며 즐긴 것.


차량을 타고 훌쩍 지나가는 것과 또다른 정서다.










그제야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하니 아주머니가 땀방울로 하얗게 얼룩진 바지를 보고 물어본다.


"바다에 들어갔어요?"


"아니요 뛰다 보니 땀으로 젖은 소금입니다"


"얼마나 뛰었기에 그래요"


나는 산방산에서 50km을 뛰어왔고 지나온 발자취를 기록으로 보여주니

아주머니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사실 난 아무렇치도 않게 대답했을 뿐이다.

'늘 하는 무리들'에게 있어 나는 하수에 불과한 마라토너


50km 뛰어온 게 뭔 대수겠는가.










그래도 또 해냈다.


내 자신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뿌듯함과 자신감.


그건 해본 사람만 안다.








산방산에서 한림항까지

오룩스맵 궤적이다.








15년 전, 나는 이 한권의 책을 읽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나는 이 책을 무척이나 심도 깊게 읽었고,


그리고 책에 나오는 세 번째 생쥐와 같은 신념으로 인생에 있어

중요한 행보를 결정하기도 했었다.


.사라져 가는 치즈를 기다릴 것인가

.누군가가 찾아 줄 것인가

.아님 찾아갈 것인가






<이놈의 팔자, 뭐더러 그리 뛰댕기는지>





망망대해에 고립되어 기다리는 순간이라면

나는 섬을 찾지 않고 구조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 치즈가 사라져 가고 있다면

난 치즈를 찾아 떠날 것이다.


어떠한 처지가 나의 인생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선

난 모른다.










누군가가 그러더라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고 "


인생은 적당한 농띠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관뚜껑 덮히기 전, 후회하지 않을거 아닌가.


누군가 물어보는 질문.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하기가 점점 무서워 진다.





<뛰고 나서 먹은 도시락>



하지만


늘 나는 자신있게 대답한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사무실에 직접 심은 히아신스가 꽃을 피웠다>





"행복해서 뛰는게 아니라

뛰고나니 행복해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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