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주가 흘러 또다시 라운딩이 잡힌 날.
한 달에 두 번 라운딩 나가기로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리되었다.
또다시 찾은 하이스트 cc
어찌 보면 참 지긋지긋하 게 찾아오는 하이스트가 아닌가 싶다만
다음번부터는 다른 CC로 방향을 좀 선회해야 할 듯하다.
역시나 하이스트는 어려운 곳, 뭐 쉬운 곳이 어디 있겠냐 만은 사실 하이스트는 쉽지 않은 필드는 사실이다.
뭐든 10번 정도 가면 익숙해져 거기가 제일 쉬운 필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하이스트는 좁디 좁은 페어웨이와 굴곡진 그린 & 페어웨이는 비기너들에겐 적응 불가다.
이번 동반자들은 다들 보기 플레이어.
다들 구력 10년 이상된 베테랑들이다.
멀리건 찬스는 OB 타에서 무조건 1회. 벌타는 해저드와 OB 타 모두 적용했고
다만 무벌 드롭과 잠정구만 허용한 게임. 애초에 시작부터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시작했었다.
이번 라운딩은 진짜 fm대로 진행되었다.
물론 그게 정답이라 생각했고
나 또한 멀리건 없고 벌타 모두 적용해 계산해보고 싶었다.
과연 몇 점 나왔을까?
날씨는 골프 치기 딱 좋은 기온.
산이라서 그런지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에 재킷을 입어야 했지만 거의 1월의 봄 수준이다.
이번 라운딩에서 파3는 정말 훌륭하 게 마무리했었다.
모두 파로 마무리, 파 4인 2번 홀에서는 드디어 버디.
12회 라운딩 만에 첫 버디를 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 티샷은 정말 엉망이었다.
자세 교정을 좀 했더니 그새 또 흐트러져버린 게 아닌가.
슬라이스가 남발해서 식겁했었다.
역시 연습장과 실전 필드는 느낌부터가 남다르다. 내가 봐도 몸통 회전이 원활하지 못했고
인 투 인 궤도가 아니고 아웃 인 궤도로 엎어뜨리는 경향이 뚜렷했었다.
칠 땐 몰랐는데 나중에 명상에 잠겨보니 딱 그랬다. 또 자세가 흐트러진 것이다.
그렇게 몇 홀을 슬라이스로 벌타만 잔뜩 먹었다. 멀리건 찬스도 없었던 그날.
속도 좀 쓰렸지만 룰대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동반자들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든 건 퍼터.
거의 한두 홀을 제외하곤 대부분을 투 퍼터로 끝냈기 때문이다.
고령 동반자가 "퍼터는 정말 잘하네"라는 소리를 연거푸 했었다.
사실 나는 골프가 그렇게 썩 재미있지는 않다.
생각을 해보자
어찌 보면 마라톤보다 훨씬 더 쉬운 게 골프다.
마라톤은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해야만 가능한 스포츠다.
근력, 체력, 정신력 모두 삼박자를 끌어올리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헬스장을 밥 먹듯 다니고 등산과 뜀박질을 일상생활에서 생활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해야 겨우 하프 완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입문하고 몇 년이 지나야 비로소 풀코스를 뛰고 거기서 2배의 더 노력을 해야
100킬로 울트라마라톤을 뛰게 된다.
수 년이 걸리는 먼 세월 동안 훈련하고 또 훈련해서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난 이 극한의 스포츠를 무려 16년 동안 90회를 넘게 완주했었다.
그중 100킬로 울트라마라톤만 40회를 완주,
뛰는 매 순간이 극한의 도전이었고 인내력의 절정을 겪어야 했던 스토리.
진통제 먹어가면서 정신력으로 버텨낸 극한의 고통.
골프는 그에 비하면 얌전 하디 얌전한 정적인 운동이다.
사실 스트레스는 마라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내가 골프를 못 칠 이유가 전혀 없는 이유지만
스트레스는 골프도 상당하다. 왜냐하면 내 몸 컨트롤이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이다.
동반자 세분은 다들 10년 이상의 구력을 가진 분들.
그런데 점수로 보자면 사실 민망한 수준.
그냥 즐기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있어서 점수 따질 이유는 전혀 없다.
처음부터 명량골프고 즐기는 문화다.
그래서 인지 점수 계산은 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점수를 굳이 좋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점수는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한다.
나도 이제 스코어 계산 안하고 되는대로 치기만 할뿐이다.
6번 홀이 꽁꽁 얼었다.
해저드에 떨어진 공이 튀어 사방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제법 재미가 있다.
여성 골퍼들은 저 워터해저드 영향으로
공이 튀어 페어웨이에 안착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4번 홀은 파 5.
두 번 연속 슬라이스로 우측 숲으로 보냈는데 하나만 살고 하나는 죽어버렸다.
앞 전 게임에서는 모두 페어웨이로 보냈는데
이번 게임은 영 티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4번 홀은 하이스트에서는 그나마 페어웨이가 가장 넓어 티샷이 제일 경쾌한 곳이다.
그리고 내리막 라이라 케리의 잇점도 상당하다.
투 온으로 버디 찬스가 많을듯 하지만
도그렉을 지나면 급격히 페어웨이가 좁아 지기 때문에 정교한 샷이 요망되는 신중한 홀이다.
아차하면 남의 홀로 보내거나 해저드로 넘겨 버린다.
고수들도 여기서 대략난감해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연이어 나오는 5번 홀도 페이웨이는 거의 개미 허리 수준.
특히나 그린의 언듈레이션은 하이스트에선 최악의 장소.
쓰리 퍼터 아니면 다행이다. 초보들은 포 퍼터가 대부분.
특히나 벙커 및 그린 근처에서 웨지로 퍼올린 공이
친 자리로 다시 굴러 내려오는 악명 높은 그린이다.
나는 저번 게임에서 그랬고 이번에는 다른 동반자도 똑같은 경험을 했었다.
골프는 기술이고 감각적인 스포츠지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가학을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마라톤은 끊임없는 고통을 주며 그걸 스스로 극복해야만 완주가 가능한 마의 스포츠.
그걸 해낸 사람이 서서 작대기만 휘두르면 되는 간단한 스포츠를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인내심과 오기와 집착, 이건 마라톤에게 있어서 기본 미덕이다.
머리 올리고 딱 6개월이 흘렀다.
나의 오기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은 90타 수준의 백돌이지만
보기 플레이어를 넘어 파 플레이어로 넘어갈 그날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난 슬라이스를 남발한 내 모습을 떠올리면 이불킥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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