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없다.
하늘나라선녀들의 총파업의 기세가 뜨겁다.
강원도는 물론이고 지리산도 눈이 거의 없는 시간이 제법 되었다.
예전 겨울, 지리산 어디를 가더라도 눈과의 전쟁을 치르며
러셀을 즐겼던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 치부된 요즘.
학수고대 눈 소식을 기다리든 목은 이미 뻣뻣하 게 굳어버린지 오래다.
아마 간만에 주남저수지를 찾았을 것이다.
코로나 핑계로 마라톤 접은 지 벌써 1년.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을 시점에 잃어버린 뜀박질 감각을 찾으러
훈련차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진영운동장에서 출발해 주남저수지 일대를 돌고 동판저수지를 경유해서
돌아오는 코스.
내가 겨울에 가장 많이 찾는 훈련 코스다.
날아온 겨울 진객들도 구경하고 시원한 겨울바람을 즐기기 정말 좋은 곳, 바로 주남저수지다.
20km, 2시간 50분 걸렸다.
예전 실력과는 현저한 차이가 나는 기량의 저하.
예년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마라톤은 내 정신의 구심점이다.
악착같은 집념과 오기, 그건 오롯이 마라톤에서 배운 것들.
숨이 턱에 차는 것을 참으며 골골대면서도 뛰어내는 오기와 집념.
그걸 정신력이라 달리 말하는데 나는 그걸 매번 해냈고
또 그걸 즐겼었다.
몸도 부풀고 정신도 나태해질 요즘 시기.
따뜻한 1월의 봄을 즐기려 주남저수지로 뛰어보았다.
역시 고니와 기러기 천둥오리 등등 올해도 수많은 겨울 진객들이 주남저수지를 찾아들었다.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도 가득 둘러싼 모습을 보았는데
항상 해마다 같은 장소에 모여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
자기 영역이 있는 모양이다.
고니도 마찬가지 저수지 내 늘 월동하는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카메라맨들이 주남을 찾았는데 일견 아는 인물들도 있을 듯싶어
기웃거렸지만 요즘 우리 회원들은 이젠 철새 사진들은 다들 식상했는지
어김없이 보였던 회원들도 안 보인 지 오래다.
추운 겨울, 훈훈한 열기를 털어내며 주남저수지를 오래간만에 뛰고 또 뛰었다.
시간은 늘어 늘어 2시간 50분.
예전에 비해 기량이 확 줄었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뛰니 그 기분만은 남다른 느낌.
토요일은 뜀박질에 골프 연습으로 열중했고
일요일은 하이스트에 2부 라운딩을 나간 날.
백돌이의 신세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인 그날의 라운딩
임진환 프로가 그러더라
백타를 깨려면 6개월 이상 20 라운딩 정도를 나가야 백타를 깰 수 있다고.
나는 총 11회 라운딩을 나갔는데 그중 최근 라운딩 3번 모두 백타를 깨었으니
나름 선방한 결과다.
캐디의 관용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에 95타.
생크는 아예 없었고 슬라이스만 2번 있었지만 캐디님 멀리건 찬스로
페어웨이로 다 안착시켰다.
그 외 티샷 모두 페어웨이에 안착했으며 버디 찬스만 라운딩 중 3번을 잡았다.
이젠 그런대로 안정적인 파 온이 가능했던 것이다.
숏게임은 제일 잘했던 라운딩이 아니었나 싶다.
2번 홀 포함 파3 라운딩 모두 파로 마무리.
그러나 3,4,5홀 모두 전. 후반 더블보기로 마무리한 게 결정타.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쓰리 퍼터 때문이었다.
하이스트는 페이웨이도 굴곡이 심하지만 그린 또한 대부분 언듈레이션이 무척 심한 곳
평지는 1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 정중앙이 아닌 하필 내리막 끝자락에 핀을 꼽아 놓은 게 아닌가.
나 같은 초보들은 안 그래도 힘든 퍼터를 더 어렵게 한 그날의 악몽.
어쨌든 쓰리 퍼터 문제가 제일 관건이다.
어프로치로 핀에 붙이는 연습만 제대로 하면
머지않아 90타 깨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젠 A, P 포함 모든 아이언을 거리에 맞춰 사용하고
파 온 찬스가 여러 번 있을 정도로 버디 기회도 많아졌다.
이번 하이스트 라운딩은 겨울 라운딩 장. 단점 모두를 보여줬는데
분명 페어웨이로 안착시켰는데 가보니 공이 보이질 않는다.
정중앙으로 보냈는데도 말이다.
동반자의 공 역시 마찬가지. 분명 페어웨이로 갔는데도 공이 보이질 않는다.
캐디 왈 "땅이 얼어 바운스 되어 튕겨나갔어요"
하이스트는 굴곡이 심하고 페어웨이가 좁아서 공이 튕기면 남의 홀로 넘어가기 십상.
황당한 경우는 또 있었다. 9홀, 티샷한 공이 페이웨이 정중앙에 떨어졌는데 그게 튕겨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서 카트 도로까지 타고 내려온 것.
또한 그린 핀을 내리막 라이가 심한 가장자리에 꼽아 놓은 탓에
온 그린 후, 그린스피드 조절 실패로 다들 식겁했었다.
심지어 유투브에서 보는 황당샷을 직접 했었다.
웨지로 퍼 올린 공이 그린에 올라갔다 친 자리로 돌아오는
'빌어먹을 샷'을 직접 선 보이기도했었다. 정말 황당하더라
이 모든게 잔디가 없고 땅이 얼은 탓에 벌어지는 웃픈 헤프닝들이다.
황당한 일도 있지만 겨울이라 풀숲이 없어 볼 찾기도 나름 쉽다는 것도 있으며
심지어 6번 홀 워터 해저드가 얼어 공이 튀어서 원 온 한 경우도 있었다.
7번 아이언을 티샷 한 게 하필 뒤땅을 때려 공이 해저드로 들어간 것.
그런데 워터해저드가 얼어 있어 공이 얼음을 두 번이나 튕기더니 온을 한 게 아닌가.
내리막에서 런이 엄청 나는 이점도 있다.
PAR5 4번 홀은 내리막 경사가 심한데 중앙에서 친 세컨샷이 이리저리 튕기고 데굴데굴 굴러서
그린 코앞까지 굴러갈 정도였었다. 잔디가 있을 시기엔 불가능한 일들.
별 희한한 일이 다 생기는 겨울 라운딩이다.
이번에 버디 찬스만 3번.
결국 파와 보기로 마무리했지만 파 온 하는 실력이 제법 늘었다는 것에
제법 긍지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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