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벌의 철쭉이 이리도 멋있고 장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었나 싶었다.
지금껏 화엄벌에 대한 이미지는 '억새' 이 하나로만 치부했기 때문인데
이번 화엄벌에 핀 철쭉의 모습에 감탄했었다.
들머리는 용소마을.
오를 때 용소골, 돌아 올 때 지푸네골로 이어지는 골짜기 산행을 계획했다
능선에서 즉흥적으로 은수고개에서 내원사로 빠지는 루트로 급변경했었다.
"아이고야"
사실 내원사로 빠지는 골짜기는 예전에도 경험했지만 참으로
난감한 난코스다.
천성산 2봉에서 내려갈 때 가급적 내원사 골짜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용소골은 편안한 골짜기다.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은 아주 유순한 골짜기.
이 용소골을 통해 화엄벌로 오를 수 있는데 짧지 않은 거리다.
대략 천성산 정상 근처까지 용소마을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먼 여정.
킬로 수는 7.5km.
사실 봄소풍 삼아 사부 자기 걸은 탓에 시간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나들이 산행 수준이긴 했지만 짧지 않은 산행 거리다.
천성산 1봉까지 올라 다시 돌아와도 되고
아님 천성산 2봉을 찍고 다시 내원사에서 용소마을로 회귀가 가능하다.
이번 코스는 은수고개에서 내원사로 내려와 다시 능선으로 올라
용소마을로 하산했었다.
길이 너무 좋고 녹음이 좋아
호시절, 산꾼의 가슴에 평화가 찾아왔다.
역시 이런 기분과 상쾌함 때문에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흥얼거리며 올랐더니 어느새 화엄벌에 도착.
숲을 지나 갑자기 찾아온 더 넓은 평야.
거기에 화려한 꽃들이 수를 놓았다.
"우와 이게 다 뭐야"
화려한 꽃다발들이 더 넓은 평야 곳곳에
한 다발씩 수놓아져 있는 장관, 바로 화엄벌이다.
산철쭉과 철쭉.
사실 엄연히 다른 두 식물 인데 다들 퉁쳐서 그냥 철쭉으로 부른다.
여기 핀 꽃들은 다 산철쭉
뭐 이름이야 뭔 대수겠는가 지금은 그저 감탄하고 즐겁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역마살 산꾼 답게 이 화엄벌 속에 들어가 하룻밤 자는 상상을 해본다.
작년 6월, 해맞이 고개 근처에서 야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보다 이곳의 낭만이 더 좋을 듯하다.
억새 핀 어느 날 이곳을 다시 찾으리란 마음을 다지는 화엄벌.
산꾼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한 장소다.
천성산 1봉, 즉 천성산 봉우리는 군부대의 기뢰제거 문제로
아직은 출입통제 구간이다.
7월부터는 정상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전 이곳에 군부대가 있을 시절엔 화엄벌에서 원효암으로
뺑뺑 돌아서야 천성산 2봉으로 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그대로 가로질러가면 된다.
예전 군부대, 즉 천성산 1봉을 통과하고 해맞이 고개에 서면 볼 수 있는 풍경.
5월의 녹음이 싱그러울 때.
언제나 와도 좋을 곳 좋을 풍경이다.
억새가 필 때도 좋고
녹음 좋은 여름에도 좋을 곳이다.
은수고개에서 천성산 철쭉 제단까진 지근이라 철쭉이 얼마나 화려한 지 궁금해
천성산 철쭉 군락지로 향해봤다. 2봉은 자주 찾아간 곳이라 이번엔 생략
철쭉 군락지는 은수고개에서 미타암 방향으로 가면 되는데
불과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미 눈은 화엄벌에서 본 '장관의 철쭉'들로 높아져 있기에
정작 철쭉제가 열리는 이곳의 군락지는 별 감흥이 없었다.
사실 그다지 큰 군락지도 아니다.
자...이제부터 고역의 길이 시작될 줄은 몰랐다.
은수고개에서 내원사로 떨어지는 계곡길.
이 길은 천성산 2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데
예전에도 이 길 내려오면서 식겁을 했던 기억이 소록소록하다.
이유는 경사도가 무지막지하기 때문.
그런데 예전 없었던 통행금지 표지물이 있는 게 아닌가.
"이곳이 왜 통행금지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들어가니 역시나 가지 말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작년 태풍 때 이곳의 계단과 시설물들이 깡그리 다 망가져 지금이야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계단도 없고 구조물도 없이
그냥 급경사의 내리막. 그런데 그 경사도가 무지막지하고 돌들이 많아 매우 위험한 곳.
정말 위험한 곳이라 아주 식겁을 했었다.
간신히 내원사에 도착하고 다시 능선으로 올라야 하는 고역의 길.
지친 상태에서 다시 등산해야 하는 감정은
사실 반갑지 않은 방식이다.
하지만 원점회귀를 하려면 도리 없이 다시 능선에 올라 용소마을로 향해야 하기에
선택에 여지가 없었다.
용소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
17킬로 8시간 소요된 여정이었다.
코스는
용소마을~화엄벌~천성산 1봉~은수고개~천성산철쭉제단~은수고개~내원사~용소마을 능선 갈림길~용소마을
올해 철쭉이 빨리 개화되었다.
화엄벌 철쭉은 대게 5월 중순경 피어나는 데
내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5월 초순에 활짝 핀 경우는 다소 드문 현상이다.
올핸 화엄벌이나 바래봉 그리고 황매산까지 다소는 개화 시기가 예전에 비해 빠른 편.
기후 변화가 실감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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