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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매곡봉~서지산~비늘릿지~운문호

by 구상나무향기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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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리복지회관

 

 

"이게 7시간까지 나온다고요?"

설왕설래가 오고 가는 산행의 들머리 오진리 복지회관.

 

예전 다녀온 사람들의 트랭글 기록에

10킬로 남짓에 무려 7시간 20분이라는 기록에 저어기 의문이었다.

 

"저건 놀매 놀래 다녀온 거겠죠"

"지도 때깔이 7시간 나올 거리가 아닌데예"

 

시작은 그렇게 의문으로 갸웃거리며 들머리로 찾아들었다.

 

"설마 하니 7시간 나오겠어?"

 

 

 

저 뒤 봉우리가 서지산.

 

 

이곳은 청도에 있는 야트막한 산자락.

운문호가 휘어 감고 있는 산봉우리 매곡봉과 서지산이다.

 

두 봉우리를 이어 보기 위해 오늘 이곳을 찾았다.

나와 동료는 처음 가보는 산행지.

 

옹강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코스.

오진리 복지회관에서 범숲상봉을 통해 오르면 되는데, 예전 경험이 있어 이곳이 낯설지는 않다.

 

옹강산과 이웃한 봉우리가 바로 매곡봉과 서지산.

매곡봉이 서지산보다 더 높다.

 

 

 

매곡봉 가는길

 

 

입구 물탱크가 있는 곳에서 등로는 시작된다.

길은 냅다 오르막.

 

전망바위가 나오기 전까지 조망은 없지만

딱히 그렇다고 멋들어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아니다.

 

그저 그런 밋밋한 조망.

 

 

 

 

 

 

 

 

오진리 입구에서부터 매곡봉까지는

희미산 등로와 뚜렷한 등로가 번갈아 가며 이어지는데

 

야트막한 산이지만 인적이 드문 곳.

금방이라고 멧돼지가 튀어나올 듯 적막하고 한적하다.

 

인적은 없고 길도 없어

오룩스 맵에 의존해 방향을 잡고 오르는데 그 오르막이 결코 얕은 지세가 아니다.

 

이러니 얕은 산이라고 쉽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는 말이 그 때문이다.

허벅지가 아련할 즈음에 드디어 매곡봉에 선다.

 

 

 

 

매곡봉

 

 

매곡봉을 찍고 다시 돌아와 서지산 방향으로 잡고 내려오면

임도에 다다른다.

 

이 임도는 오진리와 운문호 사이에 이어진 도로.

여기서 성큼 가로질러 서지산 방향으로 이어가면 된다.

 

 

 

매곡봉 아래 임도가 있다.

 

 

 

 

길은 다소 희미한 편.

 

겨울에 이 정도면 숲이 우거진 여름이 되면 길은 더욱 보이지 않을 듯하다.

이곳은 대충 봐도 사람의 방문이 매우 드문 산.

 

멧돼지와 고라니만 여러 번 보았을 정도로 야생 짐승들이

제법 많은 곳이다.

 

이리저리 방향을 꼭꼭 확인하며 다녀야 하는 성가신 곳.

아차 하면 운문호 방면으로 그냥 떨어지기 일수다.

 

운문호로 떨어지면

길은 없다. 강가의 길은 거칠기 그지없어 사람 다니기 너무 어렵다.

 

땅은 질퍽하고 자갈이 많고

암벽이 드러나 사람 다니기 매우 힘들고 위험한 곳들이다.

 

이는 나중에 내려가서 아주 개고생을 했기에

뼈저리 게 느꼈다. 가보면 안다. 강가의 길은 갈 길이 아니다.

 

 

 

 

 

 

어느듯 아스라히.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매곡봉

 

 

 

어느덧 서지산 가기 전, 바위 터럭에 앉아 점심상을 펼친다.

 

거리는 짧지만 시작부터 매곡봉까지는 오르막과

길 찾기의 연속.

 

지친 심신이 기력을 쇠하게 만드는 마법의 서지산.

짧은 거리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다.

 

결국 나중에 7시간이나 걸려 하산했으니 이곳이 왜 그런 곳인 지는

산행해보면 안다.

 

얕은 산? 절대 아니다. 

 

 

 

우측 작은 봉우리, 오진리에서 오르면 저 봉우리로 올라온다. 저기서 매곡봉까지 오르면 된다.

 

 

어설픈 산꾼, 간만에 고생 좀 했다.

 

이젠 완연한 봄. 

 

산아래는 진달래가 소담스럽게 곳곳에 피었더라

 

매곡봉 가는 길에 진달래 군락지가 많아 호시절 이곳을 지나면

제법 좋은 산행지가 될듯하다. 

 

 

 

 

어설픈 산꾼

 

 

 

바위손의 모습.

이곳은 유독 바위손이 많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잎이 활짝 펼쳐진 모습이다.

부처손과 바위손을 다들 헷갈려하는데

 

건조하면 잎이 오므려 지는 건 바위손.

부처손은 처음부터 잎이 펼쳐져있고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종류다.

 

대부분 산에서 보는 건 다 바위손이다.

 

 

 

바위손

 

 

잎이 오므려져 있는 모습이 마치 주먹을 쥔 모습과 같다 하여

약명이 권백이라 한다.

 

바위손은 가뭄에 아주 강한 식물이다.

 

 

 

 

 

서지산 가기 전, 저 아래 암벽에 인기척이 보인다.

아마 그날 처음 본 사람들이 아닌가 싶은데

 

저기가 바로 비늘릿지.

처음 알게 된 곳이다. 하산할 때 저리로 내려갔었다.

 

 

 

비늘릿지로 오르는 사람들

 


산세로 보건대 "이곳에 릿지가 있나"할 정도로

그저 그런 밋밋한 산으로 보았었는데

 

매곡봉을 지나 서지산으로 오니

곳곳에 암벽들이다.

 

비늘릿지를 위세하여 서지산 터럭에 온통 암벽들.

밑에서 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지세다.

 

 

 

 

 

 

어느덧 매곡봉이 아득하다.

저 뒤 봉우리가 매곡봉.

 

서지산보다 높이야 매곡봉이 더 높지만

서지산으로 오르는 길들은 대부분 희미하고 흐릿해

위험한 산은 정작 서지산이다.

 

 

 

저 뒤 매곡봉이 아득하다.

 

 

드디어 서지산에 선다.

하산은 비늘릿지로 결정. 어차피 턴해서 다시 분기점까지 돌아와야 한다.

 

서지산에서 능선 하나가 있긴 하지만 그리로 내려갔다가는 오리무중.

등산로가 어디로 이어지는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

 

원래 서지산을 찍고 다시 돌아와 오진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능선을 타기로 했었지만

비늘릿지를 발견하곤 즉흥 결정한 것이다.

 

 

 

서지산

 

 

서지산 곳곳 험한 암벽에 붙은 바위손의 모습.

 

운문호가 바라다 보이는 바위 터럭에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바위손이 곳곳에 붙은 모습을 본다.

 

 

 

바위손의 모습

 

 

비늘릿지의 들머리는 다소 흐릿하다.

잘 보고 들어가야지 아차 하면 놓치기 십상.

 

오룩스맵에도 비늘릿지는 나오지 않기에

대충 방향 보고 들어선 것이다.

 

이곳은 아직까지는 미답지. 길이 반질하진 않다.

그만큼 이곳은 외지고 한적한 곳, 웬만한 산꾼 아니면 찾아들기 어려운 곳이 서지산이다.

 

 

 

저 왼편 암벽이 비늘릿지. 운문호가 아스라하다.

 

 

운문호가 절경으로 다가오는 이곳, 비늘릿지다.

비늘같이 생겨 비늘인지 몰라도

 

이 릿지의 구간은 그리 길지 않다.

나는 이곳 산행에서 처음 알게 된 곳. 궁금해서 동료와 함께 이쪽으로 하산하자고 한 것이다.

 

 

 

 

 

이곳을 오르는 데

전날 내린 비로 바위가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암벽이 젖은 탓에  계속 미끄러져

결국 옆으로 우회해서 바위에 오른다.

 

릿지화가 아닌 가벼운 등산화를 신고 온 탓에 미끄러져 위험했었다.

 

 

 

 

 

운문호가 아스라한 이곳, 여기가 비늘릿지.

맨 뒤에 보이는 봉우리는 우회하는 곳이 있어 굳이 오를 필요는 없다.

 

밧줄도 없어 맨손으로 올라야 하는데 밑에서 보니 거의 암벽타기 수준이라

오르는 건 생략했었다.

 

 

 

 

비늘릿지

 

 

이 밧줄을 타고 내려가면 끝이다.

이 밧줄이 마지막 구간.

 

힘껏 잡고 바들바들 떨며 착지에 성공하니

릿지는 내 체질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암벽 타기는 내가 좋아하는 게 절대 아니다.

 

 

 

 

 

비닐릿지를 지나 하산을 시작하면 아래로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다소 희미하든 등산로는 뚜렷해지든가 싶더니

운문호까지 내려가니 오리무중. 

 

등산로는 사라져 버렸다.

운문호까지 내려오니 오룩스 맵은 운문호 가장자리를 둘러가는 루트로 나온다.

 

나는 이곳으로 길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줄만 그어져 있을 뿐 길은 없었다. 개척의 길.

 

 

 

 

운문호

 

 

 

여기서 산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가 등산로를 찾았어야 했는데

오룩스 맵을 믿은 게 화근이었다.

 

"강변으로 걸어갑시다 길이 있을 겁니다."라고 했는데

 

쉽게 생각했었다.

 

길은 없었다.

 

 

 

여기서 산으로 방향 잡고 갔어야 했는데

 

 

 

강가로 내려서니 이건 길이 소위 장난이 아니다.

길은 온통 질퍽하고 자갈길에

 

발 딛기 곤란할 정도의 암벽 사이로 걸어가야 하는 총체적 난국의 험지다.

 

강변에 있는 암벽 사이로 걸어갈려니

아차 하면 낙석이 떨어질 위험구간.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으며 길을 찾지만

 

애초에 이곳은 길이 없는 곳.

 

 

 

 

 

 

 

다시 산으로 올라가니

희미한 등로가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 한다.

 

그러다 다시 강가로 내려와 걷기로 한다.

길은 질퍽해서 걷기가 영 상그럽다.

 

이곳이 거리는 짧아도 7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코스는 식겁하는 개고생의 루트.

 

처음부터 산으로 방향을 잡고 그곳으로 이어가야 했어야 했는데

그나마 지금 날씨가 좋아 다행이지

 

여름이거나 기온이 높은 상황이었다면

이건 거의 극기훈련 수준의 산행 그 이상이다.

 

 

 

 

 

 

 

저 오룩스 맵 처럼 걸으면 안되고

주황색 선의 등산로를 이용해 오진리로 가야 했었다.

 

맵에 지도가 없기에 저 둘레가 맞다고 여겨

따라가다 식겁을 했는데

 

혹시 후답자들은 길을 참고하면 되겠다.

 

전망바위에서 아래로 이어진 등산로를 이용해 비늘릿지를 타고 서지산으로 올라 매곡봉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를 다들 선호한다.

 

릿지는 아무래도 하산 보다야 올라가는 게 더 수훨하기 때문.

 

 

 

맵따라서 가면 안되고 저 주황색 선의 등산로를 따라야 한다.

 

이 지도는 다른 사람의 지도를 가지고 왔다.

이 지도가 정확하다.

 

 

 

 

 

산으로 이어진 길을 가다 다시 내려와

더는 길이 없어 

 

강가를 걸어서 간다.

그나마 굳어진 강가의 질퍽한 길을 인내하며 걸으니 드디어 오진리 마을회관.

 

비라도 온다면 저 길은 걸을 수 없는 매우 질퍽한 길로 변한다.

 

 

 

 

 

전체 지도

코스는: 오진리 마을회관~전망바위~매곡봉~서지산~비늘릿지~운문호~오진리 마을회관

거리: 11km

시간: 7시간

 

 

 

 

시작하기 전, 저 코스가 무슨 7시간이 걸려...라고 했는데

정말 7시간이 걸리더라

 

산은 쉽게 보면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 뼈저리게 느껴보는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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