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산(億山), 억만건곤(億萬乾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한다.
즉 '수많은 하늘과 땅 중에서 명산' 이라는 뜻.
인근에 영남알프스 최고의 산, 구름의 문이라 불리는 운문산도 있지만
억산을 이리 높히 칭송하여 부르는 이유는 딱히 풍경이 좋거나 지세가 훌륭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억만건곤이라는 놀라운 단어가 출현한 것이라면
아마도 그건 풍수나 종교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억산은 밀양 석골사와 청도 대비사 두 군데에서 올라가는 루트가 일반적이다.
석골사에서 오르는 루트 중 수리봉을 통해서 오르면
문바위까지는 거친 오르막으로 허벅지 압박이 거세다.
대비사에서 오른다면 사실 이보다는 조금 편한 코스.
시간과 거리는 다들 엇비슷하다.
인근 봉우리들과 연계해 얼마나 더 많이 거리를 늘리느냐에 따라
하루의 산행을 정하면 된다.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이 거칠다.
오르막의 압박이 산꾼의 허벅지를 아프게 하지만
이미 여러차례 경험이 있는 곳, 억산과 수리봉 그리고 문바위 일대의 산행 경험은
제법 있는 편이다.
이곳에서 시작해 운문산으로 올라 함화산이나 석골사로 하산하면 하루 10시간도 가능한 거리가 나온다.
오늘은 억산까지가 목표.
영남알프스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 고헌산, 운문산, 문복산 총 9봉을
일컫는 데 이 봉우리들의 고도가 모두 1,000m가 넘는다.
다만 그중 해발 1,000m가 넘지 않지만
영남알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봉우리가 바로 억산.
사실 이 억산까지가 영남알프스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 이 봉우리를 빼고 영남알프스의 봉우리를 다 밟았다고 말할 수 없음이다.
큰형님 영남알프스 도전의 마지막 봉우리.
산행을 50 중반부터 시작해 누구보다 더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도전했던 지난날
지리산과 설악산을 넘어 굵직한 전국의 산야를 다 섭렵하더니
급기야 영남알프스 9봉을 넘어 마지막 10번째로 선정한 이 억산만을 남긴 상황.
오늘 드디어 이 억산을 밟아 영남알프스 10 봉우리를 섭렵하는 날이다.
날씨는 흐렸다.
오후부터 비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거리가 먼 대비사 보다 접근이 짧은 석골사에서
시작한 이유다.
역시나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문바위를 지나면서부터 비 줄기는 굵어져
비바람과 함께 기온은 급전직하로 떨어져 산꾼을 사무치게 만든다.
수리봉을 지나니 흐릿한 날씨 속, 문바위와 운문산 자락의 거친
암벽들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이는 곧 안개 속으로 사라져 사위는 온통 화이트 아웃이 된다.
능선에서 문바위까지는 지척, 350m가량이다.
날씨가 좋았다면 문바위에 올라 조망을 즐기고 싶었지만
비바람이 몰아쳐 서둘러 하산해야 했기에
문바위와 사자봉은 그대로 지나쳐 잰걸음으로 억산까지 치닫는다.
문바위 갈림길을 지나면 고도차 없는 평지의 숲속.
흐름은 빨라진다.
흰바위봉 갈림길을 지나 드디어 억산에 선다.
석골사에서 2시간 남짓, 거리는 약 5.8km다.
비 오는 탓에 빨리 걸었더니 빨랐다.
대게는 사부 자기 3시간 이내로 보면 된다. 문바위나 또는 그 일대 바위 터럭에서
쉴 곳도 많고 풍경을 즐기기도 좋은 곳들이 많기에 서둘러 갈 이유는 없다.
산수 좋을 5월이면
이곳에서 한참을 쉬어도 좋을 곳이다. 녹음도 좋고 바람도 좋을 시절.
문바위와 인근 바위에서 보는 풍경은 사뭇 멋지다.
억만건곤의 억산.
그만큼 하늘과 땅 사이의 으뜸이라는 곳.
풍수지리적으로 그런 듯하다.
사실 억산의 풍경은 운문산에서 바라보는 고압적이고 웅장한 풍경의 서사 보다는 덜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기운이 과연 억만건곤의
강한 기운이 서린 곳인 지는 모르겠지만 사위는 온통 안갯속이라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예전 보아온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서둘러 억산에서의 세리머니를 끝내고 팔풍재로
비바람에 맞서며 향한다.
멀리서 보면 마치 큰 바위가 깨진듯한 형국이라 깨진바위라 부른다.
어디서 보든지 정말 딱 깨진듯한 형국.
갈라진 바위가 아니라 두 개의 큰 바위가 이웃하고 있는데 그 형태가 마치 둘로 쪼개진 듯한 모습으로
절묘하게 보여서 깨진바위다.
오늘은 구름과 바람이 거세게 휘감더니 안개로 둘러싸여져 신비로움만 가득하다.
안개 자욱한 대비골의 모습.
대비사가 있는 골짜기라 대비골로 부르는데 석골사가 있는 계곡까지 다 대비골로 부른다.
청도 대비사에서 밀양 석골사까지 대비골 계곡은 길지만 거칠지 않고 유순하다.
하지만 운문산 자락엔 석골사로 떨어지는 능선과 골짜기 중
거칠고 험한곳이 많아 주의해야 할 산행지.
특히나 함화산 얼음굴이나 비로봉 능선 등은 정말 위험하다.
억산 정상에서 석골사로 내려가는 하산 루트가 있는데
이곳도 위험천만한 곳. 간담 좋은 산꾼들이나 갈 곳이지 웬만하면 피하자
팔풍재로 내려가기 전, 저멀리 삼지봉 모습이다.
삼지봉과 범봉 그다음 봉우리가 바로 운문산.
구비구비 이어지는 저 산길을 거슬러 올라 운문산에서
다시 석골사로 내려오는 루트를 활용하면 하루 8시간도 거뜬하다.
팔풍재에서 바람부는 곳을 피해 도시락을 펼친다.
석골사 방향은 온통 된바람이 부는 통에 서있기도 벅차다.
그런데 반대방향은 바람도 없고 조용한 게 아닌가
두런두런 앉아 숲속에서의 소담스런 밥상을 펼친다.
늘 그렇듯 소박하고 단촐하다.
구름의 문이라고 부르는 운문산.
오늘 구름에 휘감겨 삼지봉이나 범봉 그리고 운문산까지 죄다 안개 장막으로
가려져버렸다.
바위에 서면 저 멀리 운문사와 그아래 대비골을 비롯,
긴 칼을 찬 장수마냥 고압적인 암벽으로 이루어진 이곳의 풍경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영남알프스 일대에서 이 일대 만큼 암벽과 바위로 이루어진 곳도
드문데 말이다.
팔풍재에서 석골사까지 2.7km
1시간 이내에 도착 가능한 거리.
계곡도 유순해서 걷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다만 이곳은 돌과 바위가 많은 전형적인 돌길 등산로다.
아차하면 미끌리지 쉽상인지라 나도 아찔한 고비를 넘긴다.
안그래도 미끌한 돌길. 비가 오니 더욱 식겁한다.
5시간 남짓한 산행을 종료하고 가뿐하 게 석골사에 도착.
비바람 몰아치는 3.1절 산행을 마치고
요즘 한창인 한재미나리와 삼겹살로 푸짐한 점심으로 허기를 달랜다.
역시나 요즘 먹는 미나리가 가장 으뜸이다.
아삭하고 부드러워 풍미가 제일 좋을 때다.
이 계절, 산행 후 먹는 미나리와 삼겹살의 조화로움은 가히 일미다.
석골사~수리봉~문바위 갈림길~억산~팔풍재~대비골~석골사
거리는 9.2km, 시간은 5시간
쉬는 시간은 점심 먹는 2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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