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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가지북릉~가지산~상운산~쌍두봉

by 구상나무향기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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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넘이재

 

 

 

영남알프스 최고 험지 중 하나인 가지북릉.

 

운문북릉이나 천문지골중앙능선, 얼음골 자락과 더불어 영남알프스에서는 알아주는 험지가

바로 가지북릉이다.

 

특히나 학심이골~가지북릉의 골짜기 코스는 리얼 지옥을 맛보는 개고생 루트로

악명이 자자하다.

 

쌀바위에서 학심이골 들머리는 추락, 위험, 구조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배바위

 

 

저번 주에 이어 이번 주도 험지 산행에 도전.

 

가지북릉 산행은 아주 오래전, 내림으로 온 적이 있었기에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는 북봉을 넘은 뒤 능선을 버리고 학심이골로 굴렀는데

정말 식겁 했던 추억이 가득했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심이골에서 가지북릉간 루트는 고생길이 활짝 열리는

험지이긴 매한가지.

 

이번에는 가지북릉으로 가지산까지 온전히 올라가는 루트로 정했다.

 

 

 

 

초소 옆에 가지북릉 들머리

 

 

 

학심이골과 심심이골 합수점 가기 전, 초소가 나온다.

환경감시초소 바로 옆, 가지북릉 들머리다.

 

학심이골로 가지 말고 이곳으로 들어가야 가지북릉 능선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루트.

 

이곳을 조금 지나면 심심이골과 운문북릉 들머리가 바로 나오는데

들머리 찾기 주의 구간.

 

쭉 직진하면 사리암 주차장이다.

 

 

 

시작부터 격한 오르막이다. 맞은편 운문북릉

 

 

시작부터 고된 오름을 선사하는 북릉길.

 

맞은편은 운문북릉의 격한 능선이 고스란히 보이고

좌측에는 배넘이재에서 상운산까지 이어지는 시원한 능선이 자리한다.

 

시작은 흐렸는데

점점 날씨는 맑아져 능선 중간 지점부터는 화창했었다.

 

 

 

우측 봉우리가 상운산.

 

 

온도는 나아지지 않는다.

서늘한 기온, 시작부터 겨울치곤 나름 적절한 온도였었다.

 

자켓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며 겨울을 즐긴다.

 

무엇보다 바람이 문제. 바람이 없으면 따뜻하지만 능선에 불어 닫치는 칼바람에 맞서면

사뭇 사무친다.

 

 

 

역마살 달인

 

 

 

북봉 오르기 전, 다양한 밧줄 구간이 나온다.

 

내려가고 올라가고

밧줄을 부여잡고 힘겹게 북봉으로 올라야 한다.

 

만일 한겨울 빙벽이 형성된 시기라면 정말 위험한 구간이자 아찔한 곳들이다.

반드시 아이젠 착용은 기본.

 

 

 

거대한 암릉.

 

 

이곳은 북사면이라 하루 종일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곳.

잔설이 있을 경우엔 특별히 주의해야 할 구간들이다.

 

아이젠 없이 이 구간을 넘나 드는 건 

119 신세 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추락, 구조라고 적힌 입간판이 괜스레 세워져 있는 게 아닐 터이다.

 

 

맞은편 운문산과 운문북릉.

 

 

 

어느덧 암릉에 접어드니 조망이 훤칠하다.

 

저번 주 운문북릉에서 본 조망과 다른 방향이지만

아찔한 풍경만은 똑같다.

 

아직 중국발 미세먼지가 불어오지 않은 시점.

시리도록 맑은 풍경을 맘껏 즐겨보는 낭만의 산행이었다.

 

 

 

 

아래 북릉길. 저 능선 너머 배넘이재가 보인다.

 

 

밧줄 구간을 넘기고 나면

암릉 구간이 나오고 거기서 조망하는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운문산과 운문북릉의 능선

그리고 저만치 아늑히 조망되는 지룡산과 복호산 자락

 

맞은편 상운산의 능선 등

일망무제의 아찔한 풍경 속, 감탄은 신음이 되어 나직이 흐른다.

 

 

 

 

 

운문산과 가지산의 정중앙, 아랫재다.

심심이골과 상양마을이 연결되는 언덕마루.

 

저기서 이곳을 바라보면 북봉과 가지산은 지근처럼 가까워 보인다.

 

마치 딱 붙어 있는 듯 가지산 정상과 가까워 보이지만

하지만 올라가는 데만 1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

 

눈의 거리와

발의 거리는 다른 법이다.

 

 

 

북봉에서 바라보는 아랫재

 

 

멋진 조망 속, 시원한 풍경을 보고 있는

역마살 달인의 폼새다.

 

역시 이러한 멋과 낭만에

암릉길을 좋아하는지 모를 일이다.

 

암릉에 오르면 비록 힘들고 어려운 고행이지만 풍경 하나만큼은

소위 끝내 주기 때문이다.

 

 

 

 

아찔한 조망을 즐기는 산꾼.

 

 

 

 

 

 

북봉 오르기 전, 밧줄 구간은 군데군데

출현하는 데 

 

오르고 내리기가 사뭇 긴장되는 곳이 몇 군데 된다.

 

 

북봉 가기 전

 

 

암릉이 나오면 이제 북봉이 가깝다.

힘을 내자

 

허벅지의 압박이 거세질 무렵

드디어 북봉에 선다.

 

 

 

이 암릉을 지나면 북봉

 

 

가지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북봉.

 

가지산에서 이 북봉을 위시하여 뻗어 내린 능선을 가지북릉이라 하는데 

가지산에서 학심이골과 심심이골 사이에 솟아난 북쪽 능선.

 

쌀바위에서도 학심이골로 떨어지는 능선은 있지만

이곳 만큼 그리 험하지는 않다.

 

 

 

 

저 뒤 봉우리가 가지산.

 

 

두 사나이의 모습.

이곳에서 가벼운 점심을 먹고서는 서둘러 엉덩이를 떨 춘다.

 

가지산 정상, 몇 사람들만이 머물 뿐 

주말인데도 정적에 가깝다.

 

 

 

 

가지산 대피소.

이곳 바로 뒤편으로 이어진 능선이 바로 가지북릉.

 

코로나의 기습에 깊은 산속의 대피소에 들어가는 조차 부담스럽다.

사람이 있는 곳은 일단 피하고 봐야 한다.

 

예전 같으면 들어가 이것저것 먹었을 것을

오늘은 바로 통과한다.

 

 

 

 

가지북릉은 가지산대피소 바로 옆이 들머리다.

 

 

 

낙동정맥이라고 적힌 표지석

바로 옆 가지북릉의 북봉 암벽이 고압적으로 다가온다.

 

저 북봉은 멀리서 봐도 아주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데

영남알프스 자락 어디에서 봐도 굵직한 모습의 실루엣이다.

 

가지산을 바라보면 필히 나타나는 커다란 암벽.

 

 

 

사람 피해서 정상석만 후딱 찍었다.
저 뒤 북봉

 

 

이제부터는 길은 매우 편하다.

 

"역시 험한 길을 걸어봐야 이런 길을 걸으면 편하다는 거 알겁니다."

 

인생살이도 똑같을 것이다.

 

지금까지 험하고 고된 길을 걸어왔기에 이런 편안하고 부드러운 길은

그런 길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말이다.

 

만일 그런 험하고 격정적인 암릉길을 걸어보지 않았다면

이런 편안한 길을 걸으면서도 힘들다고 할 것이기에 말이다.

 

역시 인생은 경험, 각자의 삶에서 한계와 미련을 느끼기 마련이다.

 

산행하면서 느끼는 작은 '각성'이다.

 

 

 

 

쌀바위, 우측 상운산. 저 왼편 끝 봉우리는 문복산

 

 

가지산에서 쌀바위 대피소까지는 대략 30분.

잠시 숨을 돌리고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조금 부려 본다.

 

이곳에서부터 상운산 들머리까지는 임도다.

상당히 편한 코스.

 

지금까지의 길과는 사뭇 다른 여정.

상운산 입구에서 한 차례 오름을 이어가면 그때부터 쌍두봉까지는 줄 곧 내리막이다.

 

 

 

쌀바위 대피소

 

 

오늘 넘는 봉우리만 총 4개, 4개 모두 1,000고지가 넘는다.

북봉, 가지산, 상운산, 천문봉(마지막 쌍두봉은 암벽이지 봉우리가 아니다)

 

상운산은 가지산 옆에 있어

그리 주목 받는 산은 아니지만 천문사에서 이어진 능선 중 가장 길고 굵직한 능선이다.

 

이곳을 통하면 학심이골로 떨어질 수 있는데

학심이골로 들어가는 가장 안정적인 등산로다.

 

상운산은 쌀바위와 운문령 사이 이어진 봉우리, 그 사이에 임도가 나 있기에

사실 산꾼들에게 크게 주목 받는 산은 아니다.

 

 

 

상운산, 바람이 매서웠다.

 

 

이제 여기서 방향은 쌍두봉 방향.

한참을 내려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더 나아가면 천문봉이 나온다.

 

예전 이곳에 올라 라면 끓여 먹고 내려간 가을날의 추억이 서린 곳.

그때도 쌍두봉을 통해 올랐는데 이번에는 하산 루트.

 

천문봉은 복호산과 지룡산의 능선이 이어진 곳으로

배넘이재에서 씩씩거리고 올라오면 만나게 되는 봉우리다.

 

 

 

 

천문봉, 표지석을 헬기장 바깥으로 옮겨 놓았다.

 

 

쌍두봉은 봉우리가 아니라 큰 암벽이다.

암벽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곳 인데

 

그래서 쌍두봉이라 한다. 쌍두2봉 보다 쌍두1봉이 더 크고 우람하기에 이곳을 쌍두봉이라 부른다.

 

이곳에서부터 천문사까지 긴 능선.

 

지루한 하산길이다.

 

 

 

쌍두봉 정상

 

 

 

쌍두봉에서 배넘이재와 천문사로 내려가는 두 가닥의 길이 나오는 데

가급적 배넘이재로 넘어가는 길을 선택하라고 추천하는 바이다.

 

예전 배넘이재에서 올라온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걸어 보지 않은 길에 호기심으로 천문사로 내려가는 등산로로 하산했는 데

판단 착오였다. 그 길이 제법 멀고 지루하다.

 

 

 

 

쌍두봉, 릿지를 타고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천문사에 도착하니 16:30분

8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거리는 13.4km 남짓.

 

이제 서산에 해가 기울고 어둑해지는 천문사.

스님의 염불 소리만 절가에 맴돈다.

 

 

 

 

코스: 천문사~배넘이재~가지북릉~북봉~가지산~쌀바위~상운산~천문봉~쌍두봉~천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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