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몇 년 전부터 그곳에 가보리란 생각을 했든 것 같은데
당최 시간이 맞질 않았든 차. 기회가 없었다.
이번 설 명절에 생긴 기회를 욕지도 여행에 사용하기로 결정.
바로 실천궁행하여 배편과 스케줄을 확인하니 대략 계획이 나온다.
일단 집구석에 박히는 걸 싫어하는 역마살 달인의 성질머리.
어쨌든 집에서 나가야 직성이 풀리니 지루한 설 연휴, 집에 있다간 화병 나기 십상이다.
통영항에서 출발하는 배편, 두 번째 출항이 오전 8시 30분이다.
장유에서 2시간 거리의 통영 삼덕항.
이미 새벽밥 먹고 일어나는 스킬이 남다른 나이기에
결정한 순간 마음가짐은 일사천리다.
한번 마음 먹은 일, 포기란 웬만해서는 잘 없다.
욕지도를 한 바퀴 돌려면 적어도 16시 이후에나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생각보다 빨라 점심까지 먹고도 15시 30분 배를 타고 나올 수 있었다.
어지간히 빨리 걸었나 보다.
차량 승선은 예약해야 하지만 사람만 가면 예약까지 할 필요가 없다.
장유에서 통영 삼덕항까지는 2시간 거리. 거제를 지나 통영까지 오래간만에 달려본 새벽 풍경이었다.
충무김밥으로 유명한 맛집이 삼덕항 입구에 있지만
그 유혹을 멀리하고 냅다 승선하여 눞실에 들어가 코를 골며 자고 있으니 어느덧 욕지도에 도착한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욕지도.
머리만 다이면 3초 안에 자는 스킬의 소유자, 숙면 속에 소음도 잊고 오매가매 푹 잤었다.
욕지도는 처음이다.
작년 사량도 여행이후 욕지도를 걸어볼 생각은 몇 번을 했지만
이제야 욕지도를 밟았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이미 마음에 결심했을 때부터 여행은 시작된 것.
코로나의 암울한 시대, 해외여행은 이미 물 건너 간 시절.
국내여행이라도 조심해야할 시기지만 내면의 역마살 준동까지 자제하기란 어렵다.
설 연휴 때 제주도를 가리란 생각도 했지만
코로나가 겁나서 거기까진 가지 못하고 소심하 게 선택한 곳이 바로 욕지도다.
9월경 해마다 그때가 되면 나에게 연례행사가 하나 있다.
바로 욕지도 밤고구마를 주문하는 일.
욕지도 밤고구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 중 하나.
타박이가 보통 수준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의 포근함을 보인다.
욕지도에 오니 역시나 황톳빛 토질이 고구마 재배에 어울리는 곳임을 알게 해 준다.
이곳에 나는 밤고구마는 타박스럽기 그지없는 최고의 고구마.
욕지도는 섬 전체가 고구마 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에 다 황톳빛 고구마 밭이다.
욕지도를 한 바퀴 돌아볼 요령으로 섬을 찾은 것.
산행은 짧고 간단하다.
욕지도항에 도착하면 셔틀버스가 입구에서 기다리는데
그걸 타고 야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면 대략 4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여정이다.
욕지도는 사량도처럼 산행의 경이로움을 주는 섬이 아니지만
청명한 어느 겨울, 이곳을 찾는 다면 겨울여행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다.
뷰는 보장 받는다.
특히나 욕지도는 낚시꾼에게 인기가 있는 곳.
나같이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여행겸 하여 추천할 장소다.
그날, 섬을 도는데 차량은 거의 없을 정도로 한적했었다.
욕지도항에서 해군 부대가 있는 방향으로 틀어 잠시간 걷다 보면
망대봉에서 이어지는 곳, 출렁다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욕지도에서 가장 멋진 곳이다.
"우와 욕지도가 이런 곳이라니" 감탄이 절로 난다.
이 풍경이 보이는 곳, 차량 한 대가 오토캠핑 중이었다.
가장 멋진 곳에서의 캠핑이라니
사뭇 낭만주의자가 아닌가 싶다.
파도 소리 들으며 밤새 사색을 즐겨도 좋을 곳이다.
출렁다리는 두 군데가 나오는데
사실 관광용으로 만든 출렁다리다.
욕지도에서 출렁다리가 있는 곳, 바로 최고 풍경의 장소라 보면 된다.
이곳을 지나면 다소는 그저그런 해안가만 보일 뿐이다.
모노레일 승강장.
대기봉까지 왕복 2km,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모노레일에서 보는 뷰가 아주 멋지다고 하지만
나는 그저 덤덤하 게 이곳을 지날뿐이다.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왔다면 꼭 타보자
욕지도 모노레일은 최고의 관광 포인트다.
모노레일 승강장을 지나 새천년기념공원이 나오면 그곳에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새천년기념공원에서 촬영한 뷰.
날씨가 그날 살짝 흐렸고 박무에 싸여진 상태로 뿌연 하루였었다.
날씨는 맑았고 겨울이지만 겉옷을 벗을 정도로 기온은 높았다.
걷기에 최적의 기온. 나는 하염 없이 걷고 또 걷고 싶은 그날이었다.
욕지도는 이곳을 지나면 이젠 해안 절벽의 풍경 보다는
아기자기한 섬마을 특유의 갯풍경이 드러나며 다도해 조망이 다른 뷰로 나타난다.
섬이 많아 다도해.
섬은 정말 많다. 욕지도 근처에 두미도, 하노대도, 상노대도, 한산도, 연화도 등등
그날, 그런 섬들이 있는줄 처음 알았다.
욕지도는 두 가지가 유명한데
고등어와 고구마다.
고등어?
왜 고등어가 유명하지 했는데 욕지도에 고등어 양식장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국내 유일의 고등어 양식장이기에
낚시가 아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싱싱한 고등어회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저멀리 원형의 고등어 가두리 양식장이 곳곳에 보인다.
고등어는 둥글게 도는 습성이 있는 탓에 가두리 양식장이 원형인 이유다.
고등어회는 갓 잡은 싱싱한 활어에서나 가능하기에
이곳이 아니면 낚시에서나 가능한 활어회다.
욕지도가 아니라면 맛보기 힘든 고등어회.
고등어는 시간이 지나면 살이 물러지고 비린맛이 생기고 고래회충 때문에
활어가 아니면 먹기 힘든 회다.
국내 유일한 고등어 양식장이 있는 곳, 욕지도다.
하지만 상업적 시설이 그다지 많지 않아
고등어 요리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욕지도항 몇 군데의 횟집이 유일하다.
통영에서도 맛 볼 수 있으니
여행에서 먹거리 1순위로 정해보자. 먹어보니 후회 없을 최고의 횟감으로 추천이다.
총 16km.
그다지 멀지 않아 유유자적 천천히 걸었다.
팬션 풍경이 곳곳에 보이지만
아직은 개발이 덜 된 욕지도. 고구마 밭의 풍경이 욕지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섬이라 하겠지만
딱히 다른 작물을 재배할 만한 그런 모티브는 보이질 않는다.
황톷빛의 산야, 비탈진 굴곡. 그곳에서 농작물 재배는 제한적일 터.
하지만 요즘 세상 누가 농사 짓고 살겠는가 펜션 지어 관광객 불러들이는 게 더 손쉬운 일일 것이다.
투벅투벅 사부 자기 걸으니 어느덧 해안선을 따라 욕지도항으로 이어지는 길을 다 걷고 말았다.
가두리 양식장이 정겨운 욕지도.
섬 곳곳에 활어와 고등어를 양식하는 곳들이 즐비한데
낚시꾼을 위한 유료 낚시터들도 많아
이곳은 낚시꾼들에게 있어서도 제법 유명한 곳이다.
그날도 일련의 낚시꾼 무리들이 속속 도착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특히 마지막 배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1박을 위한
낚시꾼들이 대부분.
욕지도에서 먹거리는 딱히 많지 않지만 강렬한 먹거리가 두 가지 있다.
짬뽕과 고등어회.
검색하면 다 나오는 니도 알고 나도 아는 그런 맛집.
"욕지도까지 와서 뭔 짬뽕"
역시나 고등어회에 대한 기대감이 큰 탓에 바로 횟집으로 들어간다.
갓 잡은 고등어가 아니면 저렇게 살아 움직이는 활어로
보기 힘든 게 고등어다.
고등어회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었든 곳이 바로 제주도.
제주도에서 고등어회와 갈치회가 나오는 세트을 먹어 보고서는 욕 한바가지 하고 나온 일화가 아직 기억이 선하다.
그래서인지 고등어회에 대한 평가는
약간은 부정적이었기에 기대가 컷었다.
"우와 이게 고등어회 맛이구나"
비린맛은 1도 없고 씹을 수록 고소하고 회는 졸깃하니 찰졌다.
물컹하고 비린맛이 나는 그런 고등어회가 아니라
씹을 수록 감칠맛이 더해지는 정말 최고의 횟감, 고등어다.
욕지도까지 왔다면 꼭 먹어보라 추천하는 최고의 회란 자평이다.
특히나 고등어조림까지 서비스로 주는데
게눈 감추듯 먹어버린 공기밥과 고등어회.
안 먹고 갔으면 억울할 뻔했다.
욕지도 한편에 캠핑장도 있어
이곳에서 오토캠핑을 즐겨도 좋을 곳이다.
산행, 도보, 추억 등 여러모로 알차게 여행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 욕지도다.
햇살 따뜻한 어느날, 불연듯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면
욕지도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통영항에 도착해 씻고 나왔더니 어느덧
해는 지고 통영항은 어둠에 잠겨 야경을 밝히고 있는 게 아닌가.
충무김밥과 꿀빵이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 그냥 어느 곳이나 들러 사먹어도 크게 맛이 다르지 않을 정도.
두 메뉴에 대한 맛집은 별 의미가 없음.
사람 없는 곳에 들어가 사먹는 게 정답이고 맛은 아주 대동소이해서 큰 차이가 없다.
왜냐하면 메뉴 자체가
손맛의 차이가 느낄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영대교가 바라다보이는 곳.
편안히 휴식을 취하니 이게 힐링이고 이게 여행의 맛이 아닌가 싶다.
여행, 별게 없다.
내가 즐거우면 그게 여행의 감성이고 정서다.
여행은 불편해도 여행이고
즐거워도 여행이다.
각자 느끼는 감성에 충실하면 된다. 굳이 없는 불편 만들어가면서 평가할 것도 없다.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불편도 내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욕지도 밤고구마 주문은 이곳에서 하면 된다.
내가 5년 동안 주문하는 곳인데 항상 최상의 고구마를 보내줘 늘 고맙다.
나하곤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동안 신뢰가 있어 많이 파시라고 연락처 남겨 본다.
010-5181-0541 최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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