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코로나 여파 때문에
봄이 왔지만 봄이 오지 않은 듯 세상은 한겨울의 그 시점에 머문 듯 싸늘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역마살성질머리'를
집구석에 처박아 놓을 수는 없는 노릇.
천태산.
중국 천태산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원동의 천태산.
얼마나 멋진 산이길래 이름부터 남다를까...
일단 떠나보자
천태산은 지금껏 미답의 산.
영남알프스의 산봉우리라면 서너 번 이상씩 산행 경험을 가졌지만
유독 이쪽 산행 경험이 없어
천태산은 경력 20년에 처음 오르는 산이다.
천태산은 밑에서 보면
우락부락 거친 암벽이 병풍을 두르듯 온산을 휘감는 험산으로 보인다.
실제 암벽 타는 사람들이
밧줄을 메고 오르는 장면을 보기도 했었다.
그만큼 암벽과 암벽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볼거리를 자랑하는 산.
천태산이다.
하지만 그건 밑에서 볼 때의 정서고
정작 산행 시에는
바위도 암벽도 탈 필요가 없는 아주 유순한 산행 코스로 이루어져있다.
딱 초보용으로 어울리는 코스.
보는 거 하고 실제의 모습과는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
천태산의 면모다.
<천태사>
용연폭포, 이름도 거창한 폭포지만
지세는 약하다.
물이 없어 그나마 더 약한 모습.
비가 온 후라면
제법 거칠고 우렁찬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용연폭포>
폭포 위로 이어진 계단, 무릅 압박이 거세지만
그렇다고 장시간 이어지진 않는다.
천태산은 비교적 완만한 오름과 편안한 산길을 제공한다.
사부 자기 걸으며
대화하기 딱 좋은 산행지.
정상부를 제외하고
조망할 곳은 안 나온다.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하면 되는 그런 곳.
천태호.
"산속에 웬 호수?"라고 궁금했는데
정확히는 삼랑진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다.
양수발전, 낮과 밤에 하부 저수지와 상부 저수지의 물을 서로 이용해 발전을 하는 방식인데
상부 저수지가 천태호
하부 저수지가 안태호
이곳은 자전거 라이딩으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천태호, 삼랑진양수발전소 상부 저수지>
진달래는 이미 정상부를 제외하곤
거의 다 피었다.
바야흐로 산천은 이미 봄이다.
매화는 이미 지고 목련은 흐드러지 게 피었고
이젠 벚꽃의 꽃망울이 터질듯 부풀었으며
살구꽃 피운 마을 어귀는 완연한 봄임을 증명하고 있는 시절.
정상부에 오르니 바람은 차지만
그래도 봄이다.
어느듯 사부 자기 걸었더니
집채만한 바위가 나오더니 천태산 정상이다.
사통팔달 탁트인
장쾌한 풍경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쓸데 없을 것 같은 의문이 생긴다.
천태산(天台山).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정상석 한자가 '태(台)'가 아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한자다.
<정상석의 한자가 틀렸다>
천태산, 이게 맞는 한자다.
물론 한자야 이게 맞을지 몰라도
다른 이유로 정상석 글자를 저렇게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무식이 철철 넘쳐 '꾸지람 들을 일'이 나중에 생길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궁금은 하다.
<내가 수정해봤다>
천태산 정상에서 천태공원까지는 아주 편안한 길이다.
길이 트레킹 수준.
천태공원은 천태호 주변을 걷는 곳인데
천태호를 지나 꿈바위를 따라 천태사로 다시 내려가면
원점회귀다.
<정상에서 본 천태호>
호수를 지나 천태사 가는 꿈바위부터는
다소 내리막이지만
계단이 잘 되어있고 험하지 않아
꿈바위에서 천태사까진 1시간이 채 소요되지 않는다.
<이름의 유래가 궁금한 꿈바위>
때마침 싸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3월 중순을 지난 싯점에 동장군 기운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제법 심상치 않은 한기다.
진달래의 방긋 웃는 미소를 시샘했는지
찬바람은 하산 내내 이어지더니 급기야 비까지 내린다.
<꿈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그러나 하산은 금방.
3시간 30분 남짓한 산행은 금방 끝이 난다.
천태사의 거대한 부처님 앞에서
잠시 기도를 드리며 오늘 천태산의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부처님 제발 코로나 좀 물러가 게 해주세요"
오룩스맵 궤적.
총 7.5km
3시간 35분
아주 천천히 걸었다.
미나리와 딸기.
원동은 매화축제가 끝났지만 두 먹거리들로
더 유명한 곳.
코로나 여파에 된서리를 맞고 있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사람들 보니 반갑다.
우리도 적당한 곳을 골라
미나리 삼겹살로 봄을 맘낏 해봤다.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다.
'산행기 > 일반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음산~호거대능선~범봉북릉~운문사 (0) | 2020.03.23 |
---|---|
내원사계곡 입구~노전암 원점회귀 (0) | 2020.03.18 |
금강폭포~에베로릿지~단조샘~신불재 (0) | 2020.02.17 |
주차장~통도사~서운암~오룡산 능선~주차장 (0) | 2019.12.31 |
양등마을~송곳산~오두산~양등마을 (0) | 2019.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