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말 맞는지 모를 정도로
夏장군의 기세는 여전히 드세다.
설마하니 시간의 흐름까지야 거스를 수 있겠는가 싶어
억새가 피고 있다는 소식에
이 땅 최고의 억새 평원 신불산으로 걸음해봤다.
*일시 2016, 9월 17일~18일
*코스, 휴양림~신불재~신불산~영축산~휴양림
<신불재 억새>
신불산 야영은 몇 년 전에 지인과 여름 경에 해본 후 여적 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벼르고 별러 야영 짐을 지고 올라보았다.
땀은 구슬지 게 흘러내려
온 몸을 흠뻑 적셨는데
오르막의 압박감은 짐의 무게에 비례해
헐랭이 산꾼의 허벅지를 더욱 경련지게 하고 있었다.
3시간 남짓한 살랑한 오름 짓, 신불산 정상에 도착하니
몇 무리의 사람들이 벌써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해 질 녁이 되니 수많은 무리들로 가득차 신불산과
간월재는 야영객으로 초만원이었다.
시끄러워 잠 못 들 야영이 될 지 생각조차 못 한 시간이었다.
대게는 적막강산을 즐기며
홀로 고즈늑한 시간을 즐기는 게 야영의 묘미인데
서너 무리의 야영객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홀로 즐기는 아늑한 야영의
기대치는 상실되어 버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홀로 숲 속에 텐트를 칠 걸
영 잘 못 생각한 판단이었다.
누가 저렇게 소란스럽게 사람들이 들이 닥칠 줄 알았냐 말이지.
<이때만 해도 한량했다>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나름 이곳에 터를 잡았는데
억새 숲 속은 출입금지 지역이라 들어가지 못했기에 아쉬웠다.
그래도 들어가지 말라는 데는 안 가야지 억지로 들어가서 야영해서야
되겠는가
그래도 많은 사람이 질서의식은 충분히 지켜주고 있어
성숙한 야영 문화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게 아닌가 싶다.
밤새도록 소란 피우는 사람도 없었고
쓰레기는 당연 없었다.
<웬만한 공간은 야영객들이 다 차지하고 말았다.>
테크에 자리가 없자
일부 야영객은 자갈이 있는 공터에 텐트를 치기도 했다.
새벽엔 일단의 무리들이 더 들이밀고 왔었는데
텐트 갯수는 더 늘어났었다.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떨어지고 시나브로
일몰의 시각은 다가오고 있었다.
책 한 권 읽고 있음 어느덧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낭만의 시간이었다.
한편에 마련한 초라한 나의 움막이다.
텐트 구입한 지 제법 된 것 같은데
1년에 두어 차례만 사용하기에, 고가의 기능성 보다는 실속을 택한 나름 서민주택이다.
사실 저 텐트는 숲 속의 좁은 면적에
혼자 야영하기 적합한 용도로 무게는 불과 1.6키로다.
그래서 작고 가볍다. 화려함 보다는 실속형으로
넓은 장소에서 사용하기 보단 숲 속이 좋다.
작년 이맘때 지리산에서 야영할 때 모습이다.
홀로 숲 속에 지내기엔 딱 좋은데
방수성이나 투습성도 나름 좋은 편이다.
시끌벅적한 신불산 정상의 모습이다.
다들 피곤했는지 부산함도 9시를 넘지는 못하더라
다들 곤히 잠든 시간, 새벽에 잠시 나와
별을 보며 산길을 거니는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풀벌레 소리 들으며, 숲의 나즈막한 숨소리를
새겨 듣는 것도 산 속 야영의 진미다.
동료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나름 낭만이겠지만, 나는 조용히 혼자 있는게 좋다.
그날, 서울에서 왔다는 20명의 야영객들이
테크를 다 점령해 버렸다.
더 넓은 간월재도 야영객들로 넘쳐났다고 하니
가히 억새 시즌 내내 이런 풍경이 이어질듯 하니 혹여 야영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참고 하시길 바란다.
일출과 일몰의 시간은 거의 같다.
오전 6시14분 그리고 오후 6시16분이 억새 시즌의 일출과 일몰시간이다.
신불산 정상에 서면 일몰과 일출을 같이 감상할 수 있기에
아래 보단 조금 더 고생해서 신불산 정상에 오르는 이유다.
<일출>
화려했던 일출의 빛사위와 달리 태양의 오름은 곧 구름에 가려져
그 빛이 퇴색되어 버렸다.
소혀처럼 드리우는 검붉은 태양의 일출 장관은
보기가 매우 힘들다. 산에 오른다고 그걸 매번 볼 수 있는게 아니다.
일출의 장관을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산신령 덕을 고스란히 받질 못하면 힘든 광경이다.
검붉은 일출의 장관도 그렇커니와
나는 일출의 기운이 드리우는 싯점의 산그리메의 회색빛이 좋다.
새벽의 기운과 안개의 절묘의 화합이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가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햇살의 뜨거움은
따갑기만 하다.
서둘러 아침을 차려 먹고서는 신불 평원으로 걸음 해보았다.
역시 어느 계절에 와도
신불평원은 제각각 다른 모습이 아닌 늘 한결같다.
항상 그 모습 그리고 그 색채다.
<억새>
영축산 가는 길이 아마도 영남알프스에선
가장 걷기 좋은 길이 아닐지 싶다.
봄엔 철쭉
여름엔 녹음
가을엔 억새
겨울엔 고즈늑함
계절에 따른 묘미가 다 다르다.
숲이 아니기에 걷기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신불평원이다.
<신불재>
여름 나절 폭퐁우를 맞으며 이 억새평원을 걸어 본 적도 서너번 있었는데
숲이 아니기에 고스란히 비와 바람을 온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날씨의 심술에 따라 때론 '고역의 평원'이 되기도 한다.
<신불재>
영축산에 서면 여러갈래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청수골 산장으로 이어지는 여러 능선과 그리고 골.
제법 많은 루트가 도사리고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통도사, 우측으로 가면 다 청수골로 이어진다.
<신불평원>
영축산에서 2시간 남짓, 드디어 어제 시작했던 신불산휴양림에 도착하여
1박 2일의 고즈넉한 가을 낭만을 마무리하였다.
이래저래
안팎으로 고민이 많은 시기라서 그런지
야영은 또 다른 나를 성숙시키는 좋은 시간이 되어 주었다.
고민은 깊을수록
사색은 더 할수록
판단은 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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