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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석골사~운문산~함화산~얼음굴~정구지바위~석골사

by 구상나무향기 2016.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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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석골사~정구지바위~상운암~운문산~함화산~얼음굴~정구지바위~석골사

거리: 9.74km

소요시간: 6시간 40분(휴식시간 없음)





<석골사>




"휴~~영남알프스에 이리 험한 코스가 있었나?"

독백이 신음처럼 흘러내린 그 시간이었다.


운문산과 억산 일대의 산은 바위와 너덜지대가 많은 곳이다.


곳곳에 너덜이고 바위와 로프구간이 산재된 그런 코스들이란 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함화산은 대략 난감의 코스였다.





<석골폭포>



석골사에서 상운암 그리고 운문산까지는 평이한 코스다.


오르막도 심하지 않을뿐더러

돌이 많아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어디 가나 만날 수 있는 특색 없는 등산로.


하지만, 반전의 매력을 물씬 숨겨놓은 코스가 있었으니

바로 함화산에서 얼음굴의 코스다.



<함화산~얼음굴, 이 구간은 위험하다>




토요일 꼬박 2시간 동안 쉬지않고 수영을했더니

제법 뻐근한 몸상태였었다.


그러나 좀은 늘 쑤시기 마련이고, 역마살 기운은 시와 때 그리고

몸상태를 가리지 않고 발현한다.


일요일이라는 황금같은 시간대에 역마살 발현이 없을리가 없을터.


뜬금없이 운문산이 생각나 가벼운 코스로 한바퀴 해보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운문산 코스>



석골사와 운문산의 인연은 두 차례 있었다.

2007년과 2009년 두 번, 억산과 가지산에서 시작해 석골사로 하산했던 추억이 있었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30대 중반의 청년은

이제 중년이 되어 흰머리가 희끗거리고 있었지만, 산천의 세월은 늘 그렇듯

바뀐게 없었다.





<석골사에서 운문산까지는 4.3km, 3시간50분 걸렸다>




산행하기엔 다소 늦은 11시에 시작해,

해 떨어진 일몰 후까지 진행해야 했던 예상 밖의 시간이었다.


거리로 따지자면 4~5시간 이내에 원점회귀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에 뉘적거리며 시작했는데


완전 오판이었다.


거리로만 시간을 계산했지

난이도는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상운암 가는 길>



인근 수리봉을 통해서 억산으로 올라 운문산 그리고 함화산에서 석골사로

다시 내려오면 원점회귀로는 그야말로 안성마춤의 코스가 나온다.


즉, 석골사~수리봉~억산~운문산~함화산~석골사

15킬로, 약 10시간 정도 걸린다.


길이 그리 순탄한 코스는 아니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코스란걸 감안해야 할 것이다.


오늘, 나는 절반의 코스로만 진행했지만

6시간 40분이나 걸린것이다.






산행은 늘 즐겁다.


고즈넉하고 서늘한 산중 계곡의 공기를 느끼며

사부 자기 걷고 또 걸으면 그게 바로 힐링이다.





<늘 어설픈 산꾼>



정구지 바위다.

이 바위 이름의 유래가 참으로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지니


"바위 위에 식물이 자라는데 마치 정구지(부추)가 자라는듯해서

정구지 바위라 부른다"라는 유래가 있다.


지금은 바위 위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 '참산부추'는 이곳에 많이 자란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특성에 아마도 참산부추의 모습을 본 어떤이가 부추의 경상도 방언인

정구지라 부른데서 유래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 참산부추는 억산이나 운문산 일대에 특히나 많이 자라는데

특히나 잎이 크고 넓어 꼭 부추같다.





<정구지 바위>



이때는 몰랐는데 바로 이 정구지 바위 위쪽이 함화산으로 오르는 얼음굴 코스다.

저리로 내려왔는데

정말 식겁했다. 비오는 날엔 절대 접근금지 코스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니 운동 많이 하고 산행하세요"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으니 의사가 하는 말이다.


난 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인데,

내 생활 패턴에 짐작컨데

운동량이 적어서 수치가 높게 나올 일은 아닌듯하다.


그건 체질탓이다.


다소는 억울하지만 어쩔 방법이 있나


상운암 약수로 콜레스테롤이 떨어지길 바라며

시원하 게 한 잔 해봤다.





<콜레스테롤 떨어지 게 해주세요>



상운암에 이르니 며칠 전 내린 첫눈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올해 첫눈이었는데 여기 오니 만날 수 있었다.


산행 중, 군데군데 얼음이 얼어 빙벽이 형성된 모습도 보았는데

바야흐로 겨울이다.



<상운암>



법당이 아담한 게 참으로 정갈하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암자이다 보니 어느 곳보다 세속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한갓진 장소다.


수행자의 측면에선 이런 곳에 머무는 것도 딴은 나쁘지 않을듯하다.

일반인도 이런대서 머물렀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터이다.


'나는 자연인이다'같이 속세를 벗어나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들도 많으리라...




<상운암 법당>



칼바람이 몰아치는 능선에 이르니

이젠 정말 겨울인가 실감 난다.


옷깃을 잔뜩 여미지 않고서야,

이젠 겨울 능선에 서기 어려울듯하다.


상운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억산,

우측이 운문산과 가지산 방향이다.





<상운암 갈림길>




운문산 정상 즈음에서 잠시 소동이 있었다.

가방에 메달아 놓은 폰케이스에서 폰만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런 낭패다"


이리저리 찾아서 한참을 헤매다가,

마침 폰의 산행용 어플에서 연결된 안내 메세지를 기억하곤 어느쯤에 떨어진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운문산 배지를 획득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는

정상에 다 와야만 나오기 때문에 정상 부근을 뒤진 결과 찾을 수 있었다.


산에서 폰 떨어지면 찾기 정말 힘들다.


한편으로 털팔이고

한편으로 반푼수인 그야말로 어설픈 산꾼이다.




<운문산에서 함화산 방면>




억산의 깨진바위는 함화산 능선에선 내내 조망이 된다.

정작 깨진바위 앞에 서면 왜 이름이 깨진바위인지 궁금증이 든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그 이름이 이해될 정도로

깨진 바위는 깨진 듯 딱 절반만 도려낸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측 뒤편 큰 암벽이 깨진바위>




함화산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석골사 주차장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4KM 남짓 된다.


여기서 능선을 타지 않고

중간 지점에서 얼음굴 방면으로 내려가면 다시 정구지 바위로 떨어진다.


지도만 이해했지

이 길이 그리 험할지는 몰랐다.





<함화산에서 정구지 바위 코스>




함화산 능선에 서면 얼음골 산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강원도의 펀치볼 마냥

사방으로 산지가 둘러싸고, 아늑하고  옴폭하게 들어앉은 천혜의 장소다.


산속 분지다 보니

논 농사보다는 아무래도 과수 농사가 더 제격이다.


사과 산지로서는 전국적인 산지가 된 이유가 바로

이런 지형 탓이 아닌가 싶다.


함화산에 서면 얼음골이 제대로 보이는데, 그날 옅은 안개탓에

내내 흐렸다.






<함화산 능선에서 본 얼음골 사과 산지 풍경>




본격적으로 하산할 때는 정신없어서 사진도 찍지 못했다.


급경사의 내리막

그리고 이어지는 밧줄 구간

살얼음과 나무뿌리와 낙엽으로 뒤엉킨 너덜지대


미끄럽고 위험한 급경사의 아찔한 구간들이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바위와 로프 구간은 심약한 사람들을

난감하게 만들 험로였다.


비 오거나

눈이 있을 경우엔 이 구간은 사절하는 게 상책이다.


다 내려오니 무릎이 다 시큰거릴 정도로

식겁해서 내려왔었다. 영남알프스에서 이 정도면 상당한 험로란 자평이다.





<정구지 바위에서 위쪽 방향이 얼음굴~함화산이다>



정구지 바위에서 석골사까진 1.7km.


다 내려오니

해는 이미 서산으로 다 기울었고 어둠이 짙게 내려 앉은 석골사였다.







주말, 개운하게 한 바퀴 돌아든 운문산 산행이었다.


불과 10km 남짓한 거리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6시간 40분이나 걸렸다.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산행은 어떤 과정을 겪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시간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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