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
소백산, 국립공원으로 산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올랐을 대표적인 명산이다.
개인적으로 소백산은 늘 이맘때가 되면 의레 찾았던 '때 되면 찾는 산'의 대표 격이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모데미풀 군락지 때문이었는데
산행 자체보다는 야생화 위주의 탐행이었던 탓에
늘 코스는 한정된 판박이 장소였다.
시계는 돌아 또 시기가 왔다.
해마다 찾든 소백산, 요 몇 해는 찾지 못해 궁금했던 차.
이번엔 다른 코스로 올라보자는 욕망으로 늦은맥이재 코스를 선택해봤다.
국망봉은 오래전 겨우 나절 조은산님과 함께 칼바람을 맞서며
산행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추억의 장소이기에
나름 이 코스가 반가웠다.
늦은맥이재~국망봉~비로봉
이 코스는 어의곡리 원점 산행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소백산의 대표적 코스다.
<어의곡리 입구, 비올 때는 왼쪽 다리로 진행하면 우회로로 향한다.>
수풀은 싱그러웠다.
5월1일, 봄철 입산 통제가 딱 풀린 그날이었다.
등산객 한 명 만나지 못한 이 호젓하고 낭만스러운 길을
우수에 젖어 거닐어 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음이다.
늦은맥이재 근처까지 갔어야 겨우 산꾼 몇 명만을 조우했을 뿐.
번잡한 기운은 없었으니
5월의 낭만을 제대로 느껴본 하루 였다.
<산길>
어의곡리 코스는 매우 단조롭다.
오르막도 내림도 없는 완만한 길로 늦은맥이재까지 이어진다.
을전마을에서 약 4.5km 구간인데
사진 찍어가매 사부 자기 올랐더니 3시간이 걸렸다.
초입 부분에 계곡을 건너가는 경우가 3차례 나오는데
비오는 날에는 건너기 식겁 하겠다.
내려 올 때 이를 감안해 우회로가 확보되어 있지만
시작 할 땐 낭패다.
비 오는 날 산행이라면
처음부터 아예 우회로 방향으로 진입하는 게 낫다.
(우회로는 입구에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된다.)
<비 올 땐 우회로를 선택해야 한다>
5월의 계곡엔
꽃과 녹음이 지천으로 내려앉았다.
한참 동안 계곡에서 신선놀음을 즐기며
풋풋한 야생화의 싱그러움에 취한 시간이다.
쉬엄쉬엄 걸어보는 진정한 쉼의 시간이자 힐링의 시간.
나에겐 이게 쉬는 거다.
집에 있다고 그게 쉬는게 아닐 지다.
<귀룽나무가 계곡 가득 피었다>
황새냉이가 곱게 핀 계곡에서
한참을 쉬었다 간다.
오전, 나직한 햇살 가득한 녹음 진 계곡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늦은맥이재가 다가올수록
홀아비바람꽃이나 연령초같은 고산 식물들의 꽃 잔치가 숲 속 곳곳에 드러난다.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초본류들이 산꾼들의 시선을 내내 호강하게 만들어 주는데
그 생태계의 조화로움에 눈과 가슴이 즐거운 시간이다.
<건강한 생태계>
늦은맥이재로 부터 국망봉에서 비로봉
그리고 다시 을전으로 내려오는 어의곡리 산행은
소백산에서 보기 드문 원점회귀 코스인데
소백산의 대표적 봉우리들을 섭렵하고
아름다운 계곡미까지 돌아볼 수 있는 '나름의 코스'다.
<어의곡리 원점회귀 코스>
3시간만에 오른 늦은맥이재다.
소백산은 칼바람으로 유명한데, 역시나 명불허전
늦은맥이재에 도착하니 칼바람이 먼저 반긴다.
<늦은맥이재>
을전~어의곡 코스를 6시간20분, 거리는 13.5km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제대로 된 GPS로 실측한 거리는 아닌듯하다.
GPS 실측 거리는 15.26km,
시간은 개인차가 있을 터. 한량스럽게 진행한 나 같은 경우 7시간30분이 걸렸다.
상월봉~비로봉으로 넘어가는 능선길은 참나무 숲 속이다.
그리고 그 아래는 초본류들이 활기차 게 살아가는 대표적인 아고산 지대 형태인데
특히나 소백산이 저렇다.
점봉산이나 덕유산, 한라산 등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아고산지대인데 해발 1,300~1,900m 높이에
비와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거세어 키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지형이다.
아고산지대는 키 큰 나무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신갈나무나 철쭉 같은 다소 키가 작은 나무들이 많이 자란다.
그 틈새로 들어오는 빛줄기에 초본류들이 생육하기 좋기에
이런 지대는 야생화들에겐 천국이다.
즉, 아고산지대=야생화지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봄이나 여름
이런 구간을 지나게 되면 특유의 건강한 생태계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아고산지대의 대표적인 모습, 엄청난 야생화들이 자란다>
상월봉을 지나 국망봉에 이르니
진달래가 보인다.
남녘엔
철쭉이 이제 피니 지니 하는 판에
여기선 이제야 진달래가 피고 있으니 역시 칼바람이 매서운 소백산이다.
<국망봉 가는 길에 뒤돌아본 상월봉>
국망봉과 비로봉 일대엔
진달래가 곱게 피어나고 있었다.
<국망봉>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국망봉이다.
국망봉~상월봉 사이의 철쭉 군락지가 소백산 일대에선 제일 유명할듯 하다.
걸어 오면서 만난 철쭉 군락지가 제법 컸는데
소백산 철쭉제는 해마다 6월 초순에 개최된다.
어의곡리 코스는
철쭉 필 때 찾아도 좋겠다.
국망봉에서 바라보는 비로봉 정상 풍경이다.
비로봉에서 연하봉 일대는 거의 초원지대고
탁 트인 곳이라 바람이 아주 거세다.
올해, 진달래 구경 제대로 못 했는데
뜬금없이 소백산에서 진달래 구경을 했었다.
소담하고 이쁘게 잘 피었을 때 딱 맞춰 온 게 아닌가 싶은데
이래저래 볼게 많았던 그 날 소백산 산행이었다.
국망봉에서 거세게 불든 바람이
비로봉에 서니 잦아들었다.
또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소백산 칼바람이다.
후다닥 도망가듯이 비로봉을 떠난다.
진달래가 소담스럽게 피어난,
따스한 기운이 넘치는 수풀 한 켠에 숨어 소박하게 배를 불리니
함포고복의 시간이자 행복지수 상한가다.
비로봉~을전 코스는 능선 산행이다.
지루한 코스이면서 줄 내리막이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하산만 하면 되는 구간이다.
스틱 불끈 쥐고 무릅 압박에 주의해야 한다.
정신없이 내려왔더니
아침에 출발했던 을전마을이다.
5월의 햇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오후 시간.
바야흐로 어느듯 여름의 문턱으로
다가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세월 참 빠르다.
원점회귀 코스로는 매우 안성마춤의 코스
월전~어의곡리다.
봄 그리고 여름
추천하는 코스다.
조용히 사색하고
힐링하기에 참 좋은 소백산의 명품 코스가 아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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