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출발>
백월산~굴현고개, 14.69km 7시간.
정말 식겁했던 산행의 추억이었다.
아마도 내 평생 이 정도로 더위에 혹했던 산행의 기억은 없었던 날이었다.
<백월산 일출>
"우와...정말 습하다."
다소 시원할듯해서 시작한 새벽 산행은
그야말로 샤워 수준의 산행으로 변질된 아주 난감한 지경이었다.
새벽에 걸친 산안개의 습한 기온은
새벽이라고 해도 절대 낮은 온도가 아니었기 때문인데,
후덥한 공기에 습한 안개까지 더해져
완전 찜질방 그 자체였다.
산행의 열기와 더해져 산행 시작부터 몸은 땀이라기보다 물로 적셔지는
수준이었다.
날파리떼는 무더위보다 더 극성이었다.
산행이 힘들 정도로까지 몰려드는 날파리가 이 헐랭이 산꾼을
괴롭히고 있었는데, 겪어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몰려드는 날파리들이다.
햇빛가리개를 모자에 부착했더니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얼굴에는 달려들지 않는게 아닌가.
새벽부터 햇볕가리개를 부착하고 숲 속 길을 달려가기 시작했는데
화양고개까지는 논스톱으로 산행에만 몰두했을 정도로 정신 없었다.
<새벽부터 흠뻑 젖었다.>
사실 이번 산행의 최종 목적지는 북면 천마산이었다.
그럼 적어도 40km 비슷하게 나온다.
원형의 환종주를 통해 개운하게 운동 한 번 해보고픈 마음에
시작한 북면환종주의 산행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헛소리였다.
이렇게까지 대략난감한 수준의 더운 날 산행은
고역을 넘어 '미친 짓 수준'이었기에 멈추는 게 당연했었다.
그날 아무도 산에 없었다.
기상청 고시 35도. 체감 온도 37도의 폭염,
숲 속 온도라도 무려 30도 이상
산행 중이니 체감 온도는 더 높았으리라.
화양고개에서 구룡산까지 길이 매우 희미하고
등산로라고 할 것까지 없을 정도의 짐승 길만이 있을 뿐이다.
재작년 4월경, 이곳을 산행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도 길이 희미해 고생했었다.
8월의 한여름, 숲은 온갖 잡풀로 그나마 있는 길조차도 숨겨버렸다.
오룩스맵이 아니었다면
아마 어먼 길로 빠져 난감했을 터이다. 오룩스 맵 덕분에 그래도 간신히 길을 잡았다.
<길이 희미해 엄청 헤맸다>
두 군데의 과수원을 지나 숲 속을 이어가는데
길이 뚜렷하지 않아 방향에 의지해 감각으로 길을 찾아야 했었다.
어찌 보면 동네 뒷산이지만, 이건 지리산의 비지정 험한 길에 견줘도 손색 없을
수준의 난감한 길들이었다.
사고는 이래서 나는 거다.
사고는 이름 있는 높은 산에서 나는 게 아니라
이름 없는 낮은 산에서 오히려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산일수록 더욱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이 비정상>
용천암에 간신히 도착했다.
북면공설운동장에서 용천암까지 정확히 10km다.
식겁했다.
길이 없어서도 난감했지만, 무엇보다 무더위 탓이었다.
새벽이라도 식지 않은 열기는 해가 돋아나도 습기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용천암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혼이 비정상이다.
<용천암>
절터 한 켠 수돗가에서 정신줄 놓고 멱을 감고 있었더니
용천암 스님: "처사님 이거 마시고 가세요"
어설픈 산꾼: "아니 내가 공양을 해도 뭐 할텐데 얻어 먹어야 하겠습니까"
용천암 스님: "뭐... 주면 오겠지요"
스님의 기브 앤 테이크 촌철살인 한마디에
'게으름찍한 부담감'을 안고 왔었다.
비타 500 한 병 받았는데,
박스로 공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용천암에서 구룡산 올라가는 길은 정말 버겁다.
해발 432m 오르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앞 전 경험에서도 이 구간 오르는데 몹시 버거웠었다.
무더위 속, 오름 짓은 정말 불편한 산행이었는데
이젠 땀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몸속 수분을 다 짜낸 듯하다.
밑바닥부터 치고 오르는 구룡산 구간은
가히 정이 딱 떨어지는 구간이다.
높은 산, 높은 고도만 힘든 게 아니라 이런 구간이 사실 더 버겁고 힘들다.
<이젠 그만!>
구룡산을 정점으로 더는 산행이 불가라는 판정을 했었다.
아무리 한여름이라 할지라도 숲 속이 이리 무더울 수는 없었다.
시계 온도는 무려 31도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이런 수준의 산행은 익히 경험 해 본 적이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모기까지 극성이었다.
온 몸, 7방 물렸다.
굴현고개부터
천마산에서 작대산까진 그늘이 없는 구간인지라
이 구간에서 불볕 더위를 무릅쓰고 산행하는 건 거의 자실 행위와 매일반이다.
바깥 온도는 그때 35도, 체감 온도는 끔찍했었다.
즉시 택시 불러서 굴현고개에서 STOP!
현명한 판단이었다.
<굴현고개>
올겨울 다시 한 번 도전이다.
목표를 채우지 못한 미련은 늘 아쉬움이 따름이다.
재도전할 것이다.
그땐 날파리도 없고 잡풀도 그리고 무더위도 없을테니 설마하니
핑계거리가 있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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