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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TMB(몽블랑)산행기

TMB(몽블랑트레킹) :본 옴므 산장~모떼산장

by 구상나무향기 201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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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희미한 길들이 바로 모떼 산장 가는 길이다>

 

 

 

반지의제왕 2편: 두개의 탑

첫 장면을 보면 오크족에 납치된 호빗을 구하기 위해

 

반지원정대가 가쁘게 초원지대를 뛰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도 참 궁금했었다

 

"저기 배경이 어디기에 저리 멋있지"

 

이제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금방이라도

오크족이 튀어나와 반지원정대와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만 같은 장소!

 

바로 이곳이다.

 

 

 

 

 

이름모를 아니 이름도 알기 귀찮을 정도의

엄청난 개체들의 야생화들이 즐비하게 나타난다.

 

팀버라인이기에 수목이 없다.

 

초원지대의 야생화는

트레킹 내내 트레커의 감성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광각으로도 소화 못 할 넓디넓은 광활한 알프스를 먹거리 삼아 걸으니

배고픈지도 모르고 걸었다.

 

본 옴므 산장에 다 왔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게 걸어온 길이다.

 

 

<저 밑에 본 옴므 산장> 

 

 

 

해발 2,443m에 위치한 본 옴므 산장이다.

레 꽁따민느 몽주아 마을에서 시작한 트레커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다.

 

위치와 거리상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구간에 있는

모떼 산장까지는 3~4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다.

 

일찍 도착하지 못했다면, 본 옴므 산장이 하루 나절 마무리하기엔

적절한 위치일 뿐 아니라

곳곳에 야영하기 좋은 구역이 많아 쉼터로서도 매우 적절하다.

 

무엇보다 뷰가 환상적이다.

 

 

 

 

 

 

본 옴므 산장에서 길은 두 가지다.

 

1. 5km 밑에 위치한 Les Chapieux(레 샤삐유) 산장으로 가서 모떼 산장으로 가는방법: 11.8km

2. Col des Fours을 넘어 모떼 산장으로 가는방법: 7.7km

 

거리로 따지자면 1번이 더 멀지만 길은 순탄하다.

본 옴므 산장에서 머물기 애매하다면 1번을 추천한다.

 

1번을 선택하면 Les Chapieux 산장 인근에서 야영이 가능하다.

또한 산장에서 물품과 사람을

이동시켜 주는 서비스를 한다고 하는데 문의해보시라.

 

멋진 풍경을 보고자 한다면

당연 2번이다.

 

하지만, 지도를 보더라도 Col des fours에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거리가 짧다고 길도 좋은건 아니다.

 

나는 2번을 선택해 불과 7.7km 걷는데 5시간30분이나 걸렸다.

길이 위험하고 험한 건 옵션이다.

 

 

<본 옴므 산장에서 길은 두 갈래다.>

 

 

하지만

2번을 선택하면 1번이 모르는 환상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다는게 최대 장점이다.

적어도 산꾼이라면 2번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white out 상태라면

지체없이 1번을 선택하자, 비가 온다면 2번은 매우 위험한 길이다.

 

 

 

<fours 고개 가다 뒤돌아 본 풍경>

 

 

 

본 옴므 산장에서 간단하게 요기 하고서는

서둘러 fours 고개를 향해 출발했었다.

 

14:00가 조금 늦은 시간이었으니, 적어도 17:00 이전에는 모떼 산장에

도착 가능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모떼 산장에 19:30분에 도착했을 뿐더러 

몽블랑 트레킹 중 가능 식겁했던 바로 그날이었다.

 

 

 

<모떼 산장 가는 길>

 

 

Fours 고개는 페인트로 방향을 표시해놨다는 사실을 몰랐다.

방향을 알리는 말뚝이나 표지석은 없었다.


페인트 글씨를 보고

우측으로 틀었어야 했지만

뚜렷한 길을 따라 그대로 직진했었다. 글씨를 보진 못한 탓이었다.

 

 

<모떼 산장 가는 길>

 

 

저 아래 희미한 길이

바로 모떼 산장 가는 길이다.

 

아래 어떤 건물이 보이길래 난 그 건물이 산장인줄 알았더니

 

가보니 산장은

저기서 1시간 이상을 더 가야만했다.

 

더넓은 초원지대라서 1km가 엄청 멀게 느껴진다.

 

 

 

 

 

여기가 바로 Mountain. Tondu(3,191m) 정상이다.

항상 구름에 가려 그 진면목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늘 제대로 그 모습 볼 수 있었던

몇 안되는 행운아였다.

 

 

 

<M.tondu(3,191m)>

 

 

lacs jovet

산정호수인 조벳이다.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상 표기되어있다.

 

 

 

 

 

이곳이 Tondu 정상이다.

산이름은 나중 지도를 보고 알았다. 그때는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몰랐다.

 

해발 3,191m에서

이렇게  파란하늘을 만난다는 건 유래없는 날씨다.

그건 큰 행운이었다.

 

해발 1,915m 지리산에서도 이런 풍경은

연중 몇 안되는 손꼽는 날씨다.

 

날씨가 맑았던 히말라야나 북알프스에서도

설산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

 

 

 

<M. TONDU에서 바라보는 풍경>

 

 

 

날씨는 행운이었지만

이 tondu 정상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선 TMB 이정표가 없다. 당연히 TMB 길은 이미 지나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른체

이 길 너머로 TMB가 이어지는줄 착각하고 있었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TMB 이정표는 전혀 친절하지 않다.

상냥하지 않고 아주 단순하다.

 

사실 매우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해발 3,191m의 산꼭대기에서 길을 잊었다고 생각해보라 끔찍한 악몽이다.

 

 

 

<이런 길을 계속 가로질러 걸어갔다.>

 

 

"어 길이 없었졌네"

 

tondu 정상에서 뚜렷한 길을 따라 너덜길을 걸어오니 어느순간 길은 뚝 끊어졌다.

 

너덜지대라서 길이 잘 안보이나 싶었는데

길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으며 그많던 트레커들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흐르는 적막감!

웬지 이상한 느낌!

 

산꾼이라서 그래서 모르겠지만, 특유의 예민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tondu 아래에서 바라본 정상, 누군가 서 있다.>

 

 

길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만년설을 썰매 타듯이 엉덩이로 타고 내려갔다.

 

어느 순간

 

"헉~ "

 

도저히 이동할 수 없을 만큼의 난감한 만년설 지대가 엄습하는 것이다.

이건 길이 아니었다.

 

그제야 저 멀리 건너편, 이동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아차차차차..길은 저기구나"

 

그랬다. TMB은 Fours 고개에서 우측으로 향해야 했던 것이다.

나는 그 길을 지나쳐 TONDU 정상까지 올라온 것이다.

 

 

 

 

<오! 마이갓, 저런 만년설 지대를 통과해야 하다니>

 

 

 

사실 나도 순간 판단이 흐렸다.

아니다 싶을 때 다시 돌아 올라 갔어야 했는데

 

너무 많이 내려온 탓에 올라가기도 선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조금 더 우측으로 걸어가면 정상 올라온 길과 만나겠지라는 생각으로

 

우측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만년설이 녹아 질퍽거려 미끄럽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급경사 지역을 가로 지를 땐 정말 식은땀 절로나더라.

 

 

 

<미끄럽지 않아 다행이었다>

 

 

위험한 순간을 몇 번 넘기고

겨우 만년설을 통과했더니 그제야 정상으로 올라온 길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1시간 30분 동안 개고생했는데,

안그래도 힘든데 더욱 힘을 빼고 만 몽블랑 최고의 뻘짓이었다.

 

아차 미끌려 아래로 내려갔다면

그대로 추락사다. 그만큼 급경사 지역으로 이루어진 너덜지대였었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위험천만한 순간을 벗어난 1시간30분이었다.

 

 

 

<만년설 통과하고 겨우 찍은 사진>

 

 

한숨 돌리고 겨우 아래로 내려오니

그제야 바위에 페이트로 표시된 TMB 마크가 보인다.

 

여기가 바로 fours 고개였다.

일련의 트레커들이 이곳을 지나기에

 

"This length is the way tmb?"

 

"OK"

 

 

 

 

<fours고개는 말뚝이 없고 페인트로 표시해놨다>

 

 

어쨌든 이 길이

TMB 길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시간 30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제대로 길을 잡았다.

 

하지만 매우 질퍽하고 급경사의 내리막이라

스틱 두 개를 불끈 쥐고 천천히 내려와야 할 위험한 길이다.

 

만년설과 너덜이 섞여 있어 매우 미끄럽다.

 

 

 

 

 

이런 길을 1시간 이상 내려가야 하는데

목동들이 거주하는 아랫마을(La ville des Glaciers)까지 내려오는데 꼬박 2시간이상이 걸렸다.

 

해발 3,191m에서

1,789m로 고공낙하 하는 셈이다. 완전 아래로 내리꽂는다.

 

그러니 저 위의 글에서

풍경을 보자면 2번을, 만일 비가 오거나  풍경이 조망되지 않는다면 지체없이 1번을 택하자.

 

 

 

<내리막이 아찔하다. 힘겨워하는 트레커>

 

 

어느 순간 길은 너덜지대로 다시 바뀐다.

더 아래 아래를 외치며 고도를 낮추니, 초원지대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진에 흰색으로 그어진 선이 바로 모떼 산장으로 가는 길이다.

지치고 힘든데 참 멀더라.

 

 

 

 

 

 

빙하 녹은 물은

계곡을 이루며 거칠게 흘러가고 있다.

 

 

 

 

이제 어느정도 급강하를 마치니

초원지대가 나타나며 황홀한 야생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고생 끝에 바라보는 야생화라 그런지

더욱 정감있다.

 

여기서 한무리의 중국인 트레커들을 만났다.

일행 중 여성 한명이 힘들어해서 다들 지체되고 있었다.

 

 

 

 

같이 영어인지 뭔지 모를 대화를 주고 받으며(이상하게 대화가 되더라)

모떼 산장까지 함께 했었다.

 

이 사람들은 현지 가이드를 대동했기에

그 가이드를 통해서 TMB 구간에 대한 정보를 나름 전해들었다.

 

가이드가 싹싹하고 참 친절했었다.

 

 

 

 

 

 

드디어 모떼 산장이다.

05:30에 출발해서 19:30에 도착했었다.

 

식겁한 하루 나절이었다.

 

 

 

 

 

방을 배정 받고, 대충 씻은 다음 저녁도 대충 먹었다.

 

산장은 어디를 가더라도 깨끗하다.

화장실은 수세식이고 온수도 잘나온다.

 

다만 덮고자는 담요에 대해서는 깨끗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만

 

거대한 자연 앞에 지치고 힘든 나약한 '생명체'에게

하룻밤 훌륭한 휴식처이기에 불평 따위는 나오지도 않는다.

 

그저 이것도 감사할 다름이다.

 

 

 

<산장의 저녁식사>

 

자리에 눕자마자 '졸도'하고 만다.

 

 

 

<모떼 산장>

 

 

 

 

세째 날 일정: 레 꽁따민느 몽주아 ~ 낭 보랑 산장 ~라 발므 산장 ~본 옴므 고개 ~ 본 옴므 산장 ~ des fours 고개 ~ TONDU정상 ~  La ville des glaciers ~  모떼 산장


05:30 레 꽁따민느 몽주아

09:00 낭 보랑 산장

10:20 라 발므 산장

12:00 본 옴므 고개

14:00 본 옴므 산장

15:40 Mountain Tondu 정상 (해발 3,191m)

길 잘 못들어 식겁한 코스, 다시 돌아와 제자리 찾음.

19:30 모떼 산장

 

총22.6km, 14시간 (뻘짓 2km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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