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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TMB(몽블랑)산행기

TMB(몽블랑트레킹): 레 꽁따민느 ~ 라 발므 산장 ~본 옴므 산장

by 구상나무향기 201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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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레 꽁따민느 몽주아 마을>

 

 

5시쯤에 눈을 떴을 것이다.

 

오늘 일정이 만만치 않아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해야 했기 때문인데,

모떼 산장이나 엘리자베티 산장까지 가야 할 일정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거리로 따지자면 22km에서 26km에 해당하는 먼 거리다.

 

사실 터무니 없는 일정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몽블랑이 만만한 상대로 봤는데

결국 거품 잔뜩 물고

모떼 산장에 들어가자마자 '영혼까지 아웃'되고 말은

 

건방지고어설픈 산꾼의 두 손 두 발 다 든 그날의 산행이었다.

 

 

 

<하룻밤 머물렀던 LE CHRISTIANIA 호텔>

 

 

 

TMB 이정표가 많지 않아

이 말뚝 찾는데 시간 제법 소비했었다.

 

TMB 이정표가 그다지 썩 친절하게 "여기 있지롱"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트레커들은 눈여겨 잘살펴 보아야 한다.

 



 

<TMB 마크가 없어 혼란을 겪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강을 건너고 있어

이 말뚝이 향하는 방향이 강쪽이어서 찾아 내려갔더니 그 길이 맞았다.

 

그래서 TMB 마크가 없더라도 가면 되겠지했다가

나중에 정말 식겁했다.

 

TMB 마크가 없는 곳은 사실 TMB 길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낭 보랑 산장까지 이런 강 옆을 걷는다>

 

 

 

길은 한적한 오솔길이었다.

 

오르막은 없었고, 오른편은 빙하가 만들어 놓은 옥색 빛의 시원한 강줄기가

힘차게 흘러가는 그런 조용하고 편안한 길이었다.

 

새벽녘 아무도 없다고 여겼는데,

한 명 두 명 늘어나더니 어느새 트레커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었다.

 

 

 

<낭 보랑 산장까지 이런 길이 계속 된다.>

 

 

 

낭 보랑 산장 직전

우측에 말뚝이 서 있다. TMB 마크가 없었지만

 

사실 그걸 잘 인지 하지 못했다.

아까 마을에서도 TMB 마크가 없었는데도 그 길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왼쪽 편 길이 애매하게 이어져 있어 마치 길이 막힌 막다른 길이라 여겼다.

 

말뚝이 세워져 있는 우측편의 길이 TMB 길인냥 뚜렷해

그 길로 들어섰다.

 

 

 

<이 말뚝 때문에 우측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잘못 간 길>

 

 

잠시간 초원지대를 지나

오르막 길을 한참이나 오른 뒤였다.

 

느낌이 이상했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TMB 마크도 없을 뿐더러

표지판 내용과 지도 상 내용이 완전 달랐기 때문이다.

 

뚫어져라 쳐다보니

 

그제서야

"아...이 길이 아닌가배" 하고 발길 돌려야 했다.

 

아마도 1시간 정도 소모했을 것이다.

 

 

 

<잘못된 길>

 

 

잘 못 들어간 길에서 셀카!

 

여행은 이래도 재미 저래도 재미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지만.........그래도  힘든건 사실이다..아이고 허리야

 

 

 

<긍정의 힘을 믿어보자!>

 

 

 

그래도 이런 한갓진 길을

재미있게 걸었었다.

 

갈림길이 나와 지도를 보지 않았다면 더 갔을 거다.

어느 순간에 알아채기야 했겠지만, 그래도 나름 눈치가 빨랐다.

 

실수로 들어간 길이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다.

유럽의 숲속 길을 이때가 아니면 언제 경험해보겠는가 말이다.

분명 우리네 산속과는 대비되는 숲속이었다.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시 돌아 내려와

말뚝을 보고서야 무릅을 탁 쳤다.

 

왼쪽 굽어진 길이 막다른 길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 있는 길임을 말이다.

 

헷갈리기 딱 좋다.

나는 건물로 들어가는 막다른 길이라 여겨, 우측에 세워진 말뚝을 따라 진행했는데

 

왼쪽 굽어진 길이

낭보랑 산장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알프스 아주머니가 꽃을 다듬고 있다>

 

 

낭 보랑 산장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이곳 산장 역시

뷰는 매우 훌륭하다.

 

산장이 있는곳은 어디나 풍경 하나는 탁월하기 때문이다.

 

 

 

 

<낭 보랑 산장>

 

 

새벽같이 나온다고 호텔에서 주는 아침도 마다하고 걸어온 길이다.

 

출출해서 샌드위치를 시키니

바켓트 속에 햄을 넣은 이국적인 먹거리가 나온다. 먹다 말았다.

 

커피를 시켰는데

 

사실 이 동네 커피는 맛이 별로다.

우유와 더불어 커피 맛은 오히려 한국이 더 좋다고 본다.

 

 

 

<이국적인 바케트와 이질적인 커피 맛>

 

 

 

낭 보랑 산장의 정취

 

 

 

 

 

 

낭 보랑 산장에서 잠시간 오르막을 오르니

이런 풍경이 확 들어난다.

 

라 발므 산장 가기 전 풍경인데,

 

"아...여기가 알프스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날 정도의

몽블랑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본 옴므를 고개를 넘어가면 더욱 웅장하고 장엄한 풍경이 나타나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아기자기한 초원지대의 감성이 제대로 묻어나는 곳이라 하겠다.

 

몽블랑트레킹에 나선 트레커들,

이때부터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풍경이라 보면 된다.

 

 

 

<라 발므 산장가기 전 초원지대>

 

 

정면에 우뚝 솟은 저 봉우리가

Aig de Roselette(2,384m)의 능선 쯤에 해당하는 봉우리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지도에 보니 표기된 봉우리가 저거뿐이다.

이름은 읽기도 힘들고 다만 높이로 따지면 백두산보다 조금 낮은 정도다.

 

 

 

 

 

드디어 알프스 소녀를 만났다.

저 소녀는 하이디를 알고 있을까?

 

 

 

 

 

여기선 누구나 한장 박고 가는 의례적이 장소다.

 

그동안 숲속 길만 걷다가

갑자기 확 드러난 장소이기에 사람들 눈에 더욱 이채로운 장소이기도 하다.

 

사실 앞으로 드러날 장소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날씨는 매우 무더웠다.

 

 

 

<의례적 똥폼>

 

 

끝도 없을 것 같은 초원지대를 걸어간다.

싱싱한 연두빛 풀밭을 배경삼아 걷고 또 걷는 초원의 길이다.

 

금방이라도 하이디가 양을 데리고 나타날듯 한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길이다.

 

 

 

 

 

날씨가 매우 화창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초원이 더욱 푸르고 짙다.

 

그아래 야생화밭도 황홀하다.

 

목장의 소들은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꽃을 셀 수도 없이

잘도 따먹는다.

 

 

 

 

저런 초원의 길이 엄청나게 길게 펼쳐진다.

힘들래야 힘들 수가 없는 낭만적인 길이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최적화된 그런 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몽블랑이다.

여타 우락부락한 그런 모험적인 길들로 이루어진 산정이라면

많은 사람이 찾지 못했을 것이다.

 

몽블랑을 걷다 보면 나이 든 어른들을 자주 만나는데

 

이렇게 편안한 길과 산장의 편의성이 좋기에

몽블랑을 선호하는 게 아닐지 싶다.

 

내가 힘들었던 건 욕심을 내서 더 많이 걸으려고 했기 때문이고

걷는 거리를 최소화한다면 힘들지 않고 충분히 즐기면서 걸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이곳에서부터 저런 에비앙은 곳곳에 나타난다.

 

능선에는 없지만, 산아래로 내려오는 초원지대면 어김없이 나타나

목마른 트레커들에게 있어 소중한 샘터가 되어 주었다.

 

능선에는 빙하가 녹은 물을 마시곤했는데,

청량감으론 정말 최고다.

 

 

 

 

 

 

다들 즐겁게(?) 초원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인은 거의 만나지 못했고, 동양인들은 싱가포르나 대만 사람들이었다.

 

 

 

 

 

라 발므 산장 가기 전 뒤 돌아본 풍경이다.

 

 

 

 

우락부락한 능선들이 칼날같이 줄을 지어 선 능선이다.

 

편안한 초원지대와 대비되는 능선이라

두 얼굴을 지닌 몽블랑의 카리스마에 저어기 놀란다.

 

 

마치 야누스의 양면처럼 말이다.

 

 

 

 

드디어 라 발므 산장이다.

여기서 본 옴므 산장까지는 버거운 오름짓을 해야 한다.

 

내 걸음에 라 발므 산장에서 본 옴므 산장까지 3시간40분이 걸렸다.

 

 

 

 

저기 이정표에는

본 옴므 산장까지 2시간50분이라고 적혀있지만

절대 신뢰하지 못할 시간표다.

 

믿지마시라.

 

앞전 다른분들의 산행기에도 토로한 걸 많이 봤지만,

TMB 말뚝에 표시된 시간표는 믿을게 절대 못된다.

 

모떼 산장이 6시간55분 적혀있는데

난 정확히 9시간만에 도착했었다. (뻘짓 포함)

 

 

 

 

 

 

말뚝에 적힌 시간표에 1.5배 정도 계산하면

비슷하게 도착할듯 싶다.

 

거의 대부분 그렇다고 보면 된다. 난 제시간에 도착한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런 구간에서 의례적 똥폼을 발휘할

풍경들이 많다.

 

황홀한 풍경 앞에 그냥 가기 좀 뻘쭘하다. 똥폼 함 잡아보자

멀리 몽블랑까지 왔는데 말이다.

 

 

 

 

 

본 옴므 산장 가는 길이

아찔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세는 깊지 않지만 오르막은 줄 곳 이어진다.

 

 

 

 

 

일본 북알프스에서는 풍차의 일본말 '칭구루마'라 부른다.

열매가  바람개비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백두산에서는 담자리꽃나무라 부른다.

 

이곳 몽블랑에서도 아주 흔하게 피고 있었는데,

이 야생화는 주로 높은 고산에서만 볼 수 있다.

 

 

 

 

 

"하우 매니 킬로그램?"

"에잇 킬로"

"왓! 에이트킬로그램?"

"노우 에잇 킬로"

 

 

MTB을 힘겹게 지고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물어봤다.

몇 킬로냐구

그랬더니 8KG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순간적으로 18KG인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한 번 들어봐도 되냐고 했더니 그러랴고 해서

정말 들어봤다.

 

가벼웠다. 진짜 8KG더라

 

 

 

 

 

<MTB도 많이 하고 있더라>

 

 

한 고비 쉴 수 있는 곳이다.

여기가 본 옴므 고개인가 했더니 그냥 언덕일 뿐이다.

 

본 옴므 고개는 여기서 1시간 이상 더 올라야 한다.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비가 오면 보지 못할 풍경인데, 날씨가 화창해서 너무나도 맑은 조망을 본 건 정말 행운이었다.

 

 

 

저 멀리 올라온 길이 보인다.

 

 

 

 

올라오면서 계속해서 뒤돌아본 풍경이다.

 

 

 

 

 

팀버라인!

즉 수목한계선이라서 나무는 없고 초원지대가 아주 방대하게 드러난다.

 

몽블랑의 능선은 대부분 팀버라인의 초원지대다.

 

산아래 마을에서 이어지는 등로를 제외하곤 거의

초원지대를 걷거나 아님 자갈길을 걷는다고 보면 된다. 능선상 암벽지대나 숲 속은 없다.

 

 

 

 

 

비가 오거나 하면 땅은 매우 질퍽되는데

그래서 발목까지 오는 중등산화가 필수다.

 

비가 아니라도 빙하 녹은 곳이 많고 곳곳에 진창이 많아서

트레커들은 중등산화는 기본적인 장비다.

 

 

 

 

 

꾸역꾸역 어느새 이만큼 올랐다.

힘든 급경사의 오르막이 아니기에 걷기엔 충분하다.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네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오르는 헐떡임 만큼은 아니다.

지리산 오르는 게 더 힘들다고 보면 된다.

 

다만 무더위가 변수다.

 

 

 

 

 

드디어 본 옴므 고개가 보인다.

 

 

 

 

 

쨍하니 맑은 하늘과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만년설을 인 알프스 산군들이 트레커를 즐겁게 만들었다.

 

 

 

 

만년설 구간을 트레커들이 통과하고 있다.

 

 

 

 

알프스도 눈이 많이 녹았다.

빙하가 너무 많이 녹아 몽블랑 산정을 제외하곤 거의 남지 않았단다.

 

지구온난화가 빙하를 급속도록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눈 녹은 자리에 다양한 생명체들이 자라나고 있어

그또한 자연의 변화가 아닌가 여겨진다.

 

 

 

 

 

돌무더기는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있다.

기원의 의미일까?

 

비와 바람이 심하면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도 겸하는듯

산마루에 올라서면 어김없이 돌무더기가 나타나곳 했었다.

 

조금 더 영험할지 모를 알프스 산신령에게

안전한 산행 해달라고 기원 어린 마음으로 돌 하나 올려봤다.

 

 

 

 

 

구비구비 휘어진 길이

구곡간장 이어진다.

 

꼴드 본 옴므, 좋은 남자라는 뜻이란다.

주변의 봉우리들은 이 봉우리를 돋보이러 하는지 다들 우락부락한 모습들이다.

 

 

 

 

 

나는 땀이 적은 편이다.

 

체질적으로

땀이 많이 흐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기 탓에 땀을 제법 흘렸다.

 

챙겨온 소금이 제법 요긴했었는데

물만 마시다보면 전해질 부족으로 부작용이 올 수 있다.

 

 

 

 

 

드디어 본 옴므 고개에 도착했다.

해발 2,329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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