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0회유성온천100km울트라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5. 5. 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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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에 대한 건강이 제일 걱정인 게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까지 대략 100km만 160회 완주하신 분의 답변은

지극히 단순하다.

 

"안 해서 탈이지 하는 사람에겐 문제없다."

 

"올해 연세가 ?"

 

"나 육십 하나야!"

 

 

 

 

 

 

 

 

대회장에 가면 50~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50% 이상이며,

40~60대 참여자가  전체 80%가 넘는걸 보더라도

대체적으로 고연령대다. 그만큼 경력이 높다는 반증이다.

 

저렇게 힘든 중노동의 스포츠에 연령대가 높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크

 

 

탈이나고 문제가 많다면 다들 병원에 누워있어야 하겠지만,

오히려 더 싱싱하기만 하다.

겪어보지 않는 진실에 대해선 섣불리 말해선 안 될 일이다.

 

 

 

 

 

 

 

준비 안된 자가 어느 날 갑자기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음이다.

그게 진리다.

 

차곡차곡 한발한발 만들어 낸 성취감이

40대에서 그리고 60대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친구'들의 참여가 적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뭐든 젊다고 이뤄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일이든 끊임없는 연속성과 인내력이 있어야

그 밑바탕이 되는 법.

 

'다음 날 아침 영웅'은 현실에선 없다.

 

 

 

 

 

 

 

대회 나가기 전 이상하게 졸음이 심했었다.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졸음은 대회 당일 내내 나를 닭 병 걸린 신세로

만들어 놓았다.

 

푹 잤는데도 졸음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이 헐랭이 뜀 꾼을 쉴새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20KM에서 시작된 졸음은 30KM 사이에서 극을 이루고 있었다.

 

마트에 들러

 

고카페인 음료수 두 개를 털어넣었다.

 

"제벌 졸음아...가거라..가거라..."내내 주문을 걸고 걸었다.

 

나에게 근육통이나 여타 고통의 요인보다

졸음이 제일 무서운 복병이다.

 

 

 

 

 

 

지난 1년 세월, 아마도 지금까지 겪어왔던 

'감정의 소비'를 이 시기에 다 겪어버린 듯 하다.

 

福인지 禍인지 모르겠지만, 어쨌튼

삶이란 재미도 있지만, 때론 실망감과 무기력도 같이 다가온다는 걸

새삼 깨달은 시기다.

 

다변스런 감정의 시간들.

뛰면서 겪고, 뛰면서 생각하고, 뛰면서 느낀 시간이었다.

 

그 날 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해가 떨어지면, 그때부터 울트라마라톤의 묘미가 가장 실감 날 때다.

 

어두운 국도 길을 렌턴 하나에 의지한 채,

그 끝도 없는 길을 홀로 뛰는 게 바로 울트라마라톤이다.

 

이걸 즐기지 못하면

재미가 없다.

 

홀로 가지는 독주의 즐거움!

 

졸음과 그리고 외로움,

신체의 고통을 다스리며, 내가 가야 할 괴롭고도 먼 어둠의 길을  뚫고 가야하는 게 바로 울트라마라톤이다.

 

 

 

 

 

 

 

내 다리를 떼어내 남의 다리를 붙이고서야 해결 할 수 없음이다.

오로지 내 의지와 신체의 힘만으로 견뎌야 한다.

 

"참고 참고 또 참고 그리고 또 한번 참아라"

늘 상 되뇌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날 유독 새벽 안개가 짙었다.

싱그러운 새벽의 기운.

활기차야 했겠지만 마티재를 넘을 땐 공황상태였다.

 

 

 

 

 

 

나는 소망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개인의 욕망과 열망은 다 다를것이다.

 

명예

건강

 

돈과 명예도 좋겠지만,

그 돈과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건강이 더 소중한 법이다.

 

'의지와 체력'이라도 있어야 뭘해도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꼴찌완주자>

 

 

70km 지점인 마티재부터 올해 60이 넘으신 나영철님이 동행주자가 되어 주신다.

나영철님과 함께 제한시간 내 완주자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끝까지 끌어준 소중한 페이스메이커였다.

 

솔직히 80킬로 지점을 넘어서면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노련한 페이스로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대회장에서 워낙에 노익장 형님분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마라톤에선 나이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는 걸 뼈저리 게 느낀다.

 

운동은 안해서 문제지

운동을 많이 한다고해서 그게 문제가 되는건 아니다.

 

본인에게 맞게끔 얼마나 적당하 게 하느냐의 차이다.

 

해보지 않은자의 설레발은 늘 경험자의 조언보다 달콤한 법이다.

"가보지 않고선 그 길에 대해서 아는척을 마라"

 

 

 

 

 

 

마라톤은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를 이기지 못하면 결국 완주의 기쁨은 없다.

 

늘 유혹은 달콤하고 합리적으로 다가온다.

 

"이쯤 했으면 그만해도 된다"

 

지치고 무기력해지고 졸음까지 덤벼오면,

'심약한 나'는 어김없이 나의 이성을 덮친다.

 

 

 

 

 

빠른자는 그럼 고통의 무게가 덜할까 ?

 

결코 아니다.

가쁘게 뛰어가는 런너들도 

이를 악문 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쉬고 싶은 욕망을 참으며 뛰어가는 것이다.

 

느린 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목표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똑같다.

 

다만

빨리뛰는 자는 빨리 도착하고

늦게 뛰는 자는 늦게 도착한다는 차이점일 뿐이다.

 

니나 내나

어차피 참고 견뎌야 하는 무게감은 똑같다는거다.

 

 

 

 

 

 

정신적 면역력을 증강시켜 주는 스포츠, 마라톤이다.

 

스트레스나 짜증 우울 등

'삶의 기복'이 날 덮치고 괴롭히더라도 그걸 이겨 낼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 역할을 해주는 게 바로 마라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자만이 누리는

기쁨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성취감.

 

도전이 있어 기쁨이 있고

그 기쁨이 있어 행복한거다.

 

성취감은 엔돌핀과 도파민이 되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게 해주는 마법의 묘약이 되는 것이다.

 

 

 

 

 

 

 

늘 포기하면 실패와 좌절만 겪으니

사람이 나약해진다.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그 의지력과 체력은

훈련과 단련으로 생기는 것이지

 

결코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삶도 그럴지다.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 남이 만들어 나에게 주는 게 아니다.

 

 

 

 

 

 

 

어차피 내 인생은  내 탓이기 때문이다.

남 탓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라도 가지고 있어야

그나마 살아가지 않을까.

 

이런 개똥 마라톤 철학을 우격다짐하며

나는 오늘도 뛰고 또 뛴다.

 

 

 

 

 

 

제10회유성온천100km울트라마라톤대회

총 참가자 358명

완주자 195명

완주률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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