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8회 영동곶감울트라마라톤대회 101km

구상나무향기 2014. 10. 14. 14:04
728x90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고독히 뛰는 런너.

 

그에게서 당황스런 독백이 흘러 나온 건 70km을 한참 지났을 시간이었다.

 

"아이구야 이제 75km 구나"

 

나는 바닥에 표시된 75km 구간을 이미 지났다고 여겼다. 

 

 

 

 

 

75km를 한참 넘어 80km에 가깝다고 여겼건만,

그제서야 75km 지점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만큼 지루한 달림을 이어가고 있다는 반증의 시간이었는데,

바닥에 기록된 킬로수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사실 그전에, 컷오프를 간신히 턱걸이로 통과했더니,

신체적 압박감이 상당했었다.

 

54킬로 지점을, 8시간30분 안에 통과해야 하는데,

제한시간 9분 남겨두고 겨우 컷오프를 통과했었다.

 

얼마나 뛰고 또 뛰었는지 모른다.

도착시간만을 제한하는 대회도 있지만, 이렇게 컷오프를 두는 대회도 더러있는데

이 영동대회가 바로 그런 대회였다.

 

컷오프 지점까지 거의 넋놓고 뛴 시간이었다.

 

 

<54km cut-off 지점, 고생 무척했다.>

 

 

75km를 간신히 넘겼더니, 피로는 겹으로 쌓이고

졸음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통증은 오른 무릎 인대에서 감지되고 있었는데,

결국 80km 지점을 넘겼을 싯점에, 진통제 한알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도전에 실패하여 겪는 좌절감이, 지금 내 몸에 전달되어지는 고통보다

더 크게 느껴질 사정이었다. 그땐 그랬다.

 

 

 

 

한 없이 길고 긴 도덕재와 도마령을 넘어야 할 때는,

참으로 지루하고 또 지루한 시간들이었다.

 

까만 하늘 위로 별이 총총하게 뜬 그날 밤 !

달 한번 휘엉차게 밝았었다. 렌턴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둠의 길을 묵묵하게 앞만 보고 뛰고 또 뛰었다.

 

 

 

 

속절없이 줄어드는 시간 앞에 어떠한 런너들도 당당할 수 없을것이다.

마라톤의 숙명적 존재인 '시간' 앞에선 언제나 괴롭고 힘들다.

 

격정적이고 고통스런, 그 시간을 뛰어 넘어야 할 때,

고비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 유혹은 '포기의 합리화'다.

 

"너는 뛸 만큼 뛰었어 그러니 여기서 포기해도 충분해"

 

유혹은 수시 때때로 주자를 괴롭힌다.

 

 

 

 

 

 

80km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제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다.

 

방법은 단 한가지

 

"뛰세요~ 걸으면 탈락입니다"

 

주위로 주자들에게 격려와 당부로 전달하지만,

정작 나 자신부터가 위기의 순간이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그리고 또 한 번 참아라"

 

구태여 마라톤 정신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끈기와 인내만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간이다.

 

그걸 극복하고 즐기지 못하면, 완주의 기쁨은

누려보기도 힘들고, 매번 포기로 얼룩진 도전기가 될 것이다.

 

 

 

 

 

결단코 말하지만, 제한시간 16시간 동안 쉬고 걸을 시간은 없다.

 

쉬지 않고 뛰어야만 그 제한된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게 바로

울트라마라톤이다.

 

즉,

100킬로 동안 잠시도 쉬지않고 뛰어야 한다는 말이다.

 

 

 

 

영동곶감울트라마라톤대회는 101킬로다.

100킬로와 달리 1km가 더 되는 대횐데, 이 1km가 사람 잡는 마의 거리다.

 

넉넉하게 도착하는 런너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나같이 겨우 도착하는 런너들에게 있어 1km가 주는 압박감은 실로 상당하다.

 

그 1km 때문에 제한시간을 넘기는 주자들이 숱하다.

탈진 상태에서 남은 1km의 오르막을 뛰기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90km, 참으로 고된 걸음이 아닐 수 없을 시간이다.

일직선 상의 주로가  제일 버거울 시기다.

 

이때부턴 바닥에 1 km 단위로 주로 표시를 해주는데, 카운트다운 하듯이

하나 하나 거리가 줄어가는 느낌을 겪어본다는 게 그다지 반갑지 못하다.

정말 지루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대회든간에 이 10km 구간은 항상 지루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심신이 그만큼 지쳐있을 시기라 더 그렇다.

 

한계심의 절정을 맛보게 된다.

 

 

<드디어 완주>

 

 

 

결승점을 찍을 땐, 늘 그렇다.

생각은 백지상태고 몸은 만신창이다.

 

뿌듯함과 벅참

그리고 환희

 

몸과 달리 정신상태는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행복한 순간이다.

쓰러져 단내를 풀풀 흘리고 있어야 하겠지만,

발걸음은 이내 가벼워진다. 그게 성취가 주는 마법이다.

 

 

 

 

나머지 1km 구간은 오르막이다.

그래서 시간을 다 빼앗아 가는 거린데, 이 구간을 소리를 지르며

힘차게 뛰어 들어갔었다.

 

도착은 정확히 10초를 남겨둔 시간이었다.

 

 

 

 

올해 총 4개 대회를 뛰었다.

청남대.세종.서울 금천구.영동

 

영동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핸 울트라대회를 마감하기로 했다.

나에겐 마라톤 참여보다 더 우선 시 해야 할, 다른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에겐 더 소중한 꿈이 생겼다.

 

행복!

 

그것은 언제나 그렇지만 말보단 실천이고

행동으로 움직일 때 나타날 수 있는 '삶의 보람'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