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2회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 무지원 100km

구상나무향기 2013. 6. 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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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역>

 

"10km을 넋놓고 걸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

 

후미 그룹에 해당하는 실력자로 따지자면 대략 10km는 빨리 뛰면 1시간 10분

늦어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자..그럼 위의 물음처럼 아예 넋놓고 걸으면 얼마나 걸릴까 ?

 

 

 

<세종대회는 무지원이다.>

 

 

"배가 고파 죽겠네 "

 

울트라대회에서 배가 고픈 경우는 많다.

물론 그럴 때면 먹으면 된다.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는 대회에 참여했다면 적어도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은 즉시 해결된다.

 

하지만 어떠한 지원도 해주지 않은 대회라면 어떨까..?

물론, 근처의 마트나 식당 등에서 물품을 제공받으면 된다.

 

무지원이라도 사실 큰 어려움 없이 물과 식품을 해결할 수 있기에

무지원이라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주로가 일반적인 도로나 아닌 인프라가 전혀 없는 자전거 도로였기 때문이다.

 

자전거 도로는 도심지에서 외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주위로는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만 군데군데 있을뿐

물과 음식물을 공급받을 어떤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 쪽은 강이고 다른 한 쪽은 수풀지대

중앙에 자전거 도로만 한줄 있을뿐이다.

 

그야 말로

진정한 무지원 울트라대회가 바로 이 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다.

 

 

 

<100km 100회 완주하신 74세 김수원님>

 

 

물 공급은 31km 지점에서 공공시설 급수대 한 곳.

그리고 50km 반환점에서 주는 물이 전부다.

 

이 무더운 날씨에 딱 두번의 급수로만 거쳐야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목은 타고

배고픔은 한계에 이른다.

 

하지만 기초 욕구를 해결해줄 어떠한 장치도 없다.

인내만이 주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자 수단이다.

 

버겁고 버겁다.

 

 

 

 

 

90km에 이르니

체력의 한계보단 배고픔 참기가 더 힘들다.

 

시원한 물이라도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지만

참을 수 밖에 없음이다.

 

배고픔과 목마름은 결국 런너가 하고 싶지 않는 '탈진'이라는 초유의 사태의

빌미가 된다.

 

 

포기냐 도전이냐

 

90km에서이미 제한시간에 도달했다.

남은 10km...

 

얼마 만큼 걸릴것인지 나도 모른다.

 

 

 

 

 

"기다려 줄테니까 걱정말고 천천히 들어 오십시요"

 

주최측 김동국씨의 명쾌하고도 반가운 답변이 들린다.

회수차 지원도 어려운 형편이라 포기도 못한다.

 

뛰기란 애초에 글렀다.

 

뚜벅뚜벅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넋놓고 걸은 10km

정확하게 2시간 11분 33초가 걸렸다.

 

울트라대회에 참여 하면서 가장 늦은 시간이었다.

도착시간은 18시간 11분 33초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시간표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시간과의 숙명적 대결을 벌이지만

엄연히 자신과의 싸움이다.

 

 

 

 

 

 

'포기냐 뛸것이냐..'

그건 전적으로 주자의 몫이다.

 

울트라는 그걸 즐기는 것이다.

시간을 즐기는 게 아니다.

 

세종대회는 마라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자 마력을 안겨 준 대회였다.

 

'한계의 극복'

별거 아니다. 그냥 참으면 되는거다.

 

배고픔도 목마름도 아픔도

참으면 넘어가더라...

 

 

 

 

2008년 울트라 첫대회의 성적표가 16시간 40분이었다.

그게 나에게 있어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된 아주 멋지고 그리고 가장 열정적인 시간표를 거머쥐었다.

 

후회스럽지 않을 달림이었고

정말 만족스런 시간표라는 자평이다.

 

 

 

 

 

 

빠르면 좋다. 그게 마라톤이다.

하지만, 울트라대회는 꼭 빠른것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그래서 울트라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빠르지 않아도 좋으니 이 얼마나 멋진 마라톤인가

 

지난한 결과가 나왔지만

혹독한 시련을 딛고 거머쥔 값진 성적표다.

 

 

 

 

 

 

핑계는 많다.

늦은 이유도 가지가지다.

 

실력이 부족해서 늦은거다. 그건 토를 달 이유가 없으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거다.

 

컨디션은 대회 때마다 다르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그에 따라서 성적도 엇갈린다.

 

하지만, 뛰는 목표는 언제나 같다.

즐기면 된다. 그러면 빨라도 늦어도 다 재미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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