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8회여수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3. 1. 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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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난이도가 가장 높은 대회는 어디인가 ?"

 

비단 마라토너라면 충분히 궁금증을 가질 의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4년 전 이미 경험해 본 바다.

 

"여수마라톤대회"

 

국내 3대 난코스라 알려진 여수.포항.통영대회다.

포항과 통영은 풀코스가 없어졌다. 이젠 여수대회만이 그 악명(?)을 이어가고 있을뿐이다.

 

어찌해서 3개 대회는 모두 뛰어봤고

여수대회는 이번이 3번째 도전이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코스다. 단내가 풀풀 난다.

뭐 그것도 초보에 한해서 말이지 실력자는 sub-3 하더라만은...

 

언제나 나같은 주저러운 사람들만 말이 많은법이다.

 

 

 

 

 

 

 

힘들 걸 알고 있었기에 마음의 상쇄도 있었다.

하지만 불청객은 뜬금없이 찾아들었다.

 

'인대의 저주'

 

작년 한 해 나를 그리도 괴롭혔던 인대 녀석이 또 불을 지핀 것이다.

 

여수대회를 앞두고 나름 많은 훈련을 했고 또 준비했었다.

나름 호기에 찬 기대감으로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여지없이 인대란 녀석은 날 가만두지 않고 괴롭혔다.

 

훈련 때는 발현되지 않았던 몹쓸 녀석이 꼭 시합만 뛰면 여지없이 출현한다.

 

절뚝절뚝

오르막을 하릴없이 그렇게 걷고 말았다.

 

"마라톤대회에서 걷다니..." 자괴감이 물밀 듯이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20km까지는 나름 호기 있는 달림을 이어갔지만

결국 인대의 고통 때문에 20km 이후부터는 주창 걷고 뛰고를 반복해야만 했다.

 

 

 

 

 

 

포기하면 간단해진다.

그럼 그 고통은 사라지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실감을 생각해 봤는가

기대치의 대회에 참여해서 중간에 포기하곤 완주한 주자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본 적 있는가 ?

 

자괴감과 상실감이 이보다 더 클 수가 없다.

그건 겪어보면 안다.

 

그래서 포기는 싫었다. 절뚝대면서도 뛰고 걸었다.

참 모진 마라톤이다.

 

지나가는 앰블란스에 몸을 실을까 몇 번을 고민했었다.

 

"참자 참자 또 참자"

 

나중엔 욕까지 나온다.

 

 

 

 

 

 

어떤 열망과 열정이

날 이끌고 있는지에 대해선 나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악착같은 '집념의 질주'는  완주로 이어졌지만

핑계를 대기란 턱없는 기록이었다.

 

"완주 하면 됐잖아..."

지인의 위로도 나름 의미는 있겠지만 기록 경기에서 저조한 실력이면

그또한 자괴감이 클 수 밖에 없음이다.

 

비록 인대가 발목을 잡았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하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수대회였다.

 

42.195km

오랜만에 풀코스를 뛰었다.

 

하지만 풀코스는 울트라가 아니다. 즉 더 뛰고 더 숨이 가파야만 했지만

심장은 울트라모드다.

 

이래선 안될 일이다.

그리고 인대에 대한 보답으로 휴식이 그 답이다.

 

"천천히,건강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나의 마라톤 철학이지만 언제나 그 철학대로 뛴 건 아니다.

철학의 반대편에서 허언만을 일삼코 있을뿐이었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에 당혹했던 적이 있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뜬금없이 높았다.

 

운동하고 열심히 살면 건강해질 줄 알았는데 세상사 이치는 꼭 그게 좋은 건 아닌가 보다.

 

악착같은 집념보다는

여유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지 싶다.

 

 

"진정한 휴식은 마음에서 부터다. "

조금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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