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는 그녀의 산문집에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했다.
그녀의 최근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작가는 해보지 못한것들에 대한 동경을 제목에 담고 있다.
"돌아보면 내가 살아낸 연륜으로도,머리로도,사랑으로도,상식으로도 이해 못할 것 천지였다."
작가가 한말이다.
그렇다.
'발은 눈보다 빠르다고 했다'
발로서 직접 경험하고 또 해보지 않는다면 머리속으로 눈으로만 읽어온
그러한 세상들은 알지 못한다. 아니 알 수 없다.
연륜으로도 알 수 없는게 세상사 이치겠지만
'경험적 산물'도 역시 '호기심의 탐구'에서 나오는 진리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박완서 작가가 말했듯
가보지 않는길은 동경이 되고 탐구가 되며, 호기심이 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 길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지만 가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이는 갈려고도 안한다.
어찌보면 안가는게 상책일런지 모른다.
가서 후회해야 한다면 차라리 안가는게 더 낫다.
하지만 가보지 않고서는 후회할지 아님 기뻐할지 그건 누구도 모른다.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진리다.
사람들은 자기가 못가니 다른자도 못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엄연히 도착하는 사람은 존재하는 법이다.
사람 잡는 스포츠는 다양하다.
그중
울트라마라톤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 잡아내는 최고의 수단이라 하겠다.
미운 사람이 있다면 울트라마라톤을 가르쳐보라
소귀의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으리라 사료된다.
내가 어쩌다가 울트라에 입문했는지 후회막급이다.
참으로 입안에 단내가 풀풀나는 스포츠임에는 분명하다.
'가학의 미'를 다른말로 표현한 마의 스포츠라 할만하다.
그 중독성의 폐해(?) 또한 심각하다 하겠다.
도덕재에 이르러 작년에 포기를 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지만 역시나 실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그때 당시에 순천만울트라를 뛰고 농익지도 않은 다리를 가지고
성급하게 '호기심의 탐구'에 뛰어 들은 결과였다.
대회 내내 악소리만 지르곤 중도 포기한 대회가 바로 영동대회였다.
그길이 아름다웠는지 서글펐는지 사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핸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불과 얼마전 부산오산종주를 뛰어냈지만 그정도 가지고
영동대회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였다.
청명한 가을의 전형을 보여주는 그날의 영동이였다.
햇살도 적당했고 기온도 적당했다.
산들바람 하늘거리는 정말이지 뛰다가 어디 경치 좋은 논두렁에서
한숨 늘어지게 자고픈 그런날의 대회였다.
울트라 대회라도 이런날 만나기란 정말 드물다.
심술궂게 비가 오는 경우도 다반사고 심지어 눈도 온다.
여름나절엔 땡볕과 폭염이 주자를 식겁시킨다.
이런 선선한 날씨를 접할 수 있는 대회는 아마 영동대회가 거의 처음인듯 싶다.
운때가 착착 들어맞는게
오늘 뭔가 일좀 낼것 같다는 불안감(?)마저 들정도다.
<때떄신>
못 가본길에 대한 호기심 탐구자들이
속속들이 대회장에 도착한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 도전인 본인 역시 그들과 함께 적당히 흥분되어 있었다.
울트라 대회장은 뜀박질에 미친자들의
집합장소라 할 수도 있을것이다.
그들과 나란히 한켠에 서있는 나도 요즘은 정신줄이 헤매는 부작용을 겪는다.
매사가 울트라가 되고
다니는 길들은 울트라 코스로만 보인다.
"좋은 길 있으면 소개 시켜줘~~~♬♬~~~"
<죽청교>
뛸땐 정신력으로 버티지만
정작 뛸땐 그게 정신력인지도 모르고 뛰었다.
하지만
체력속에서 정신력도 나오는 법이다.
정신력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의 다른말이며 체력의 대칭어다.
거창할건 없다.
체력이 없는자는 정신력도 없다고 본다.
단순하게 말하면 마라톤은 그냥 체력전인것이다.
그안에 정신력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빠르게 뛰거나 혹은 오랫동안 뛰거나
모두 체력에 근거한다.
정신력만 높다고 해서 되는건 아니다
물른
몸을 망치면서 하는 무리의 개념은
스포츠의 개념보단 극기의 개념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덕재와 도마령을 오르내리는 코스는
영동대회의 악평을 그대로 전해주는 최대의 난코스다.
도마령은 해발 840m 민주지산에 위치한 험로다.
차가 가도 시동을 떤다는 그곳을 두발로 뛰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후론 내리막길이라 제법 재미있는 뜀박질이 될거란
입소문이 있지만
그것도 잘하는 사람들이나 재밋지 초보 뜀꾼에겐 있어서
버거울 따름이다.
뛰고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어디서나 달콤한 유혹질은 있기 나름이다. 뛰고보니 다 거짓말이더라
사람만 죽어나는 코스였더라
뭐 죽어나가는 고생은 고생이고
하여튼 서두에서 서술했지만 가을의 전형을 보여준 그날의 날씨덕에
참으로 재미있게 뛴건 사실이다.
적어도 30km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최고의 기량으로 내 수준껏 다 뛰어 내었든것 같다.
이정도만 뛰어낸다면
오늘 일낼거란 자만심도 살며시 들 정도였다.
하지만....
<58개띠 윤인규님과 함께>
"착각도 자유십니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날 졸음과의 사투가 시작된건 30km 부터다.
그후 장장
80km 지점까지 졸면서 뛰었다. 나중 90km 지점에서도 졸음이 와 식겁했었다.
여러분은 아는가 졸면서 뛰어내는 그 고통을...
차라리 다리 아픈게 나을바다.
이리비틀 저리비틀
도덕재에 올라 벌러덩 아스팔트에 드러누워 버렸고
도마령에 오르기 전에도 땅바닥에 누워 버렸다.
70km 어느 지점에서도 드러누워
자원봉사자의 채근이 없었다면 아마 깊은 잠에 빠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혹한 울트라 여행이였다.
지금껏 이토록 졸음에 겨운 뜀박질은 처음이였다.
마의 구간이라는
60km 지점쯤에서 잠시 쪽잠을 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무차별적인 졸음은 정말 사람 질리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인내심의 최고 단계를 실험한 그때 그 순간이였다.
항우 장사도 눈꺼풀은 못든다고 하지 않는가
울트라계의 초절정 고수인 혹자는 그러더라
그것도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정신력과 체력은 공통어로 보면 될듯 싶다.
<장어를 먹으면 힘이 날까 ?>
어느 순간 졸음에 겨워 눈을 반쯤 감은체 하염없이 걷도 또 걸을때이다.
덥석 누군가 내손을 잡아준다.
어둠속이지만 그 구원의 손 덕택에
진창의 구렁덩이도 단애의 구곡길도 그리고 수로의 샛길도 눈을 감았지만 모두 비켜 갈 수 있었다.
당신은 눈을 감고도 그 위험의 요소들을 걱정없이 통과할 수 있겠는가
그건 어떤이의 구원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일이다.
그날 드러누워 바라본 도덕재 하늘위로 별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참으로 아름다운 김효근,김미순 시각장애인 부부>
2010년 목표치에 울트라4회 완주와 서브4라고 기술한 바가 있다.
울트라 4회에 완주에 대한 목표는 이루었음이다.
울트라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휴식기간이다.
나머지 8개월 기간에서 각기 다양한 대회가 펼쳐지는데
한달에 1번을 뛴다면 총8회가 된다.
하지만 완주후 회복이라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나같은 헐랭이 주자는
1달에 1번 뛰기란 사실 버거울 뿐만 아니라 무리수가 된다.
또한 대회가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나를 위해 허락하지 않을 수 도 있다.
가끔 결혼식이나 사적인 일들로 발목을 잡힌다면
2달에 1번을 뛰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1년에 4회를 완주 할려면 2달에 한번은 꼭 완주해야 하는 어려운 난제다.
올핸 5번 도전해서 4번을 완주했으니
나름 개인적인 성과로는 상당했다는 자평이다.
물른 한달에 1번 또는 1주일에 한번씩 울트라를 뛰어내는
기인(?)들도 많다.
<똥폼>
80km 이후 부터는 본격적인 뜀박질이 시작된다.
초반에 많이 뛰어놓지 못하면 후반이 늘상 괴로운데 초보다 보니 항상 이런식이다.
졸음에 겨워 제대로 일처리(?)를 못한걸 후반에 들어 보충할려니 고충이 제법이다.
90km에서 100km까지는 거의 일직선 주로였다.
지루함을 넘어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뱃가죽은 달라 붙는다.
이때가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싯점이기도 하지만
제한시간내라는 조건이 다급한 몸상태보다 더 앞섬이다.
영동대회는 101km다. 타대회보다 1km가 더 길다.
100km을 지나 1km을 걸어가는데 꼬박 20분이나 걸렸다. 완전 포기 상태로 걸은것이다.
도저히 못뛰겠더라
스피드로 뛰어내는 단거리나 장거리를 뛰는 울트라나
1km는 정말로 어렵고도 힘든 거리임에 분명하다.
완주 후
녹초가 되어 운동장 바닥에 한참을 누워있으니
미동도 않고 쓰러져 누워있는 나를 본 사람이
혹시 내가 쓰러진줄 알고 깨웠단다.
그정도로 쓰러져 버렸으니 이번 울트라가 주는 난감함이 어떤것이지
짐작하고도 남을것이다.
<영동울트라101km 코스도>
마라톤 코스를 차로 돌아본적이 있는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거리와 시간에 놀라고 만다.
저걸 사람이 뛰어낸다는 사실에 가히 경이롭다고 말할 정도로
길고 긴 거리다.
사람의 발이 무섭다.
아니 사람의 의지가 더 무섭다.
100km은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200km도 있고 300km 심지어 1,000km나 2,500km을 뛴 사람도 있다.
어디에 비하고 견줄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100km은 그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
신체가 허락한 울트라를 즐기고 싶지만
그 조건이 언제까지나 이어질진 나자신도 모른다.
해보고 싶을때 해보고 싶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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