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일체유심조! 제6회 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 후기

by 구상나무향기 2010. 8. 30.
728x90

   

<제6회 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

 

 

화엄경에 이르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다.

'세상사 모든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한 득도의 한마디다.

 

사실 그렇다.

마음만 먹으면 안될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사 그런가..

도대체가 그 마음이란걸 다잡는게 쉽지가 않다.

 

누가 할줄 몰라 ? 라며 자신의 위치에 대해 합리화를 하려 하지만

어찌보면 마음조차도 먹질 못하는 나약한 자들의 변명일 수도 있다.

 

 

 

 

 

즉 마음은 먹었는데 실천이 안되는것이다.

일체유심조에 실천궁행을 더하지 못하면 사실 어려운거다.

 

'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가봐야 알고 해봐야 아는것이다. 책상머리 앞에서 공자왈 맹자왈 떠들어대도

두발로 앞선자보다 못하다는거다.

 

백키로 힘들지 ?

그래 힘들다..

 

그런데 해보지 않으면 그 힘든걸 어찌 알겠는가

 

 

 

 

대회 1주일전

"환불 해주세요"라고 조직위에 하소연하니

"왠만하몬 그냥 뛰세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연습부족에 심지어 설사를 동반한 컨디션 난조

대회를 목전에 두고서도 100km을 뛰어낼만한 여력이 없어 나름 선택한것은 취소였다.

 

하지만 그또한 마음대로 되지못한 현실이였다.

사실 컨디션 좋아서 뛴 경기가 있기는 하겠는가 말이다.

 

그래

 

일체유심조가 아니겠는가

 

마음먹기에 달린 승부욕이요 도전욕구가 아니겠는가

 

진인사대천명이라...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대해서도 언제나 초연해야 한다는 말이다.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 그것만이 답이 아닐까 싶다.

 

 

<썸머대회는 바닷가를 뛴다>

 

 

더웠다.

열대야의 폭염속에서 땀은 비오듯 흐른다. 역시 여름나절 운동은

편히 다가오지 않음이다.

 

20km을 넘지 못하고 컨디션은 난조를 부린다.

25키로 지점의 기장군청까지도 가지도 못했는데 몸은 지쳐가기만 한다.

 

"야!  그기 까지 어떻게 가"

 

 진하해수욕장까지 가서 돌아온다고 말했더니

지인의 답변이 놀람을 금치 못한다.

 

 

 

 

 

그렇다 사실 100km은 매우 먼거리다.

거리로 따져봐도 너무 먼거리라 울트라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그 숫자에 한번 놀라고 거리에 두번 놀란다.

 

송정 기장 대변 일광 그리고 서생 진하까지 부산사람이라면 모르는 도로가 아니다.

 

동해의 절경지인 이 도로는 평소 드라이브 삼아

소실적 잘 다녔던 길이기도 하다.

 

머리속 방울방울 그 도로에 대한 기억들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머리속 코스는 이미 진하해수욕장까지 가 있지만

몸은 기장군청까지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동용궁사 도로> 

 

 

열대야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날

제대로된 컨디션을 가지지 못했는가 싶다.

 

짧은 울트라 경력에서 말하는 나름 가장 힘든 거리가 있다면 바로

40km 지점이였다. 후반보다 오히려 이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고비였음이다.

 

지루하고 또 남은 거리에 대한 가장 큰 스트레스를 겪는 과정이

40km 지점까지다.

 

오히려 50km 반화점에 이르면 마음은 편안해 진다.

하지만 40km 이전에 몸의 컨디션이 안좋다면 이때가 가장 많이 흔들릴때다.

 

또한 시간만 흐르고 거리가 

성큼하게 다가오지 않는 최고의 지루한 시간대가 바로 40km가 아닌가 싶다.

 

울트라 최고의 승부처가 바로 이 km수를 채우기전에 이루어진다.

마음은 이때부터 완주냐 포기냐를 정하게 되는것이다.

그건 컨디션도 나름 한몫하겠지만 무엇보다 마음먹기가 가장큰 난제다.

 

물른 몸이 않좋다면

포기하는게 옳다. 무리할 이유는 없다. 누굴위한 마라톤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면

그건 나자신이 정답이다. 몸이 안좋을때는 지체없는 포기가 바로 답이다.

 

하지만 정신력은 때론 몸을 핑계로 할때가 있다.

스스로가 조절해서 경계해야할 몫이다. 

 

 

<그날 달빛이 너무 좋았다> 

 

 

이윽코 고비를 넘기니 반환점인 서생등대가 환한 불빛을 비추며

맞이해준다.

 

예전에 많이도 찾아왔던 서생등대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건 없어보인다.

 

다만

변한건 세월이요 나이뿐이다.

 

천천히 걸으며 그때의 추억을 상기하지만 지금의 나자신과 너무 상반된 그때의 추억들이다.

한갓진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을 즐겼던 그때의 내가 지금 이렇게

부산에서 땀범벅으로 여기까지 뛰어 올것이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하지만

상상도 못했을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다.

 

 

<셀카놀이>

 

 

아주 맛있게 시락국밥을 먹었던 반환지점이다.

땀은 범벅이요

다리는 뻐근하고

체력은 이미 고갈이다.

 

돌아갈 저길들이 한심해 보인다. 

항상 그랬다. 50km을 넘어 60km로 향해 갈땐 언제나 비몽사몽간이였다.

 

간이정류소에서 쪽잠을 잤던 기억만 서너번이다.

이리비틀 저리비틀 눈감고 걸었든건 매번 그랬고

예전 광주울트라에서는 길바닥에 쓰러져 그냥 널브러져 있었던 기억도 있으며

 

순천만울트라에서는

너무 고통스러워 도로위에 그냥 나뒹굴다가 교통사고를 당할뻔도 했었다.

 

영동대회때는 헛것도 보였다.

태화강대회에서는 70km 구간쯤에서 포기할려고 휴대폰를 몇번이나 뒤적였는지 모른다.

 

대회때마다 진통제도 먹어봤고 쪽잠을 자면서 달래도 보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단련이다. 그거외에는 사실 약이 없다.

 

그만큼 돌아갈때의 몸상태는

최악의 조건이였다. 늘상 그랬고 항상 그랬다.

 

 

 

 

 

그날 일체유심조를 참 많이도 뜨올렸다.

 

'나를 이겨라'

'나를 이겨라'

 

숱하게 외쳤던 그날 그밤이였다.

 

마음먹기에 '아직도 50km나 남았네' 와 '벌써 50km 밖에 안남았네'는

엄청난 차이다.

 

예전에는 전자에 놀아났다면 이젠 후자를 택한다.

 

 

 

 

 

 

이윽코 일출이 일어난다.

기장군청을 지나 돌아오는 그길을 얼마나 정신없이 뛰고 또 뛰었는지 모른다.

60-70km 구간은 사실 어찌 뛰었는지 기억에도 없을 정도다.

 

아마 그어느 대회보다 컨디션은 오히려 더 좋았는지 모를일이다.

하지만 기록이 저조한건 너무 더운 폭염탓이 아닐까 싶다.

 

다리도 정상이였고

몸도 정상이였다.

 

뛰기전 그렇게 온갖 변명을 다 붙히면서 이 대회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그건 기우였고 뛰어보니 역시 그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걸 알게되었다.

 

기장해변에 도달하니

장엄한 붉은해가 이 헐랭이 주자를 비쳐주고 있었다. 아마 80km 지점이였을것이다.

 

 

 

 

 

이때가 울트라중 가장 신나고 또 기쁠때다.

포기보단 완주의 염원이 크며

또한 자신과의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90km을 넘어 설땐

감격이고 100km에 도달했을땐 기쁨이요 성취감이다.

 

그리고 완주했을땐 ...바로 재도전을 준비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

그리고 훈련 연습...

반복되는 일상이겠지만 이 모든 과정의 연속은 80km에 이르면 구체화된다.

 

벌써 다음대회를 기약하고 염두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 나자신을

느끼게 된것이다.

 

언제나 혀를 쏙 내밀며 고통과 싸워왔던 개고생의 추억이 전부였던

울트라 여행이였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똥폼 잡을때가 좋았다 그후 쎄가 빠졌으니..>

 

 

대변을 지날즈음

태양은 이글이글 대며 붉은 폭염을 품어내기 시작한다.

 

송정해수욕장에 이르니

점입가경이다. 폭염속 땡볕을 뛰고 있는 나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비애감이

동시에 일으난다.

 

"젠장먹을...이짓을 왜 하고 있는거야"

허구헌날 이말은 항시도 떠나지를 않는다.

 

정말이다. 도대체 이짓은 왜 하는거야....

그런데도 돌아서면 또 이 멍청한짓을 하고 있으니..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가

 

아니면 아둔해서 그런가

 

아니면 어떤 열망이 날 사로잡아 그런가... 

 

 

 

 <58개띠마라톤 윤인규님>

 

 

달맞이고개는 내려올땐 신났을 장소다.

하지만 올라가려니 곤역이다. 하지만 저 달맞이고개를 넘어가면

이젠 해운대가 보이리라...

 

종착점을 알리는 서두라 생각하니 달맞이고개가 사뭇 반갑다.

 

그렇게 해서 달맞이고개를 넘고

폭염속 땡볕의 추억이 아련했던 해운대 백사장을 혀를 쏙 내밀며

뛰어냈다.

 

동백섬을 돌아나오니

그제서야 이제 이 대회의 마무리가 다가왔음을 느낀다.

 

폭염속

그리고 열대야속에서 뛰어낸 100km다.

 

환하게 웃지만

그 웃음속 여운은 남달랐다.

 

일체유심조

그래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린게 아니든가..

 

역시 길은 가봐야 안다.

안가보고서 어떻게 알겠는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