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하면 제일 먼저 뜨올려지는 건 뭘까 ?
아마도 아스팔트 바닥을 열심히 뛰어가고 있는
강직하고도 또 굳센 의지의 건각들이 뜨올려질것이다.
무엇보다
마라톤은 아스팔트하고 매우 가까운 운동 중 하나다.
주로 도심에서 열리고
그리고 주 경기 무대가 차량이 통행하는 아스팔트 위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중에서 유일하게 아스팔트 위를 뛰는 종목이 바로 마라톤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강하게 부정한게 바로 산악마라톤의 개념이라 보면된다.
바로 흙과 함께 뛰며 숲과 함께 호흡을 같이한다.
즉
'자연과 함께'가 산악마라톤이 주는 최대의 매력이다.
도심을 떠나 산을 뛴다.
하지만 결코 자연과 함께라며 호기있게만 볼 수 없는 건
아스팔트 위보다 그 길이 훨씬 어렵고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회시간상 밤에 뛰게 된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외톨이가 되어 숲 속이 주는 적막감과 고요함을
심장이 주는 맥박 소리 하나에 의지해 외로움을 잊어야 한다.
공포감이 있다면 뛸 수 조차도 없다.
<부산5산종주 35km 부문 참가기>
<어두운 쌍다리재>
산악마라톤 대회는 국내에서 몇 군데에서 개최하지만
그중 최고의 대회가 바로 '부산오산종주산악트레일런'이다.
건각들 중 에이스로 손꼽힌다는 철인들만
참석한다고 알려진 만큼 난이도의 턱이 제법 높다.
35km는 제한시간이 10시간
65km는 제한시간이 20시간이다.
부산5산종주는 개인적으로 이번이 세번째 출전이다.
35km 이후 구간은 올해 초 부산산악마라톤에서 30km를 주최했을때 뛰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65km 전 구간을 한번에 다 뛰어보지는 못했다.
<30km 부문 참가기>
이번에도 35km 부문에만 관심을 가졌다.
다음 주 '영동곶감울트라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해야 했기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나름의 겸허한 코스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아무나 하는 65km가 아니더라
대회에 출전하기만 하면 완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면 다 뛰고 오네...'라며 짐짓 호기를 부려볼 수도 있지만
결코 그건 쉬운 일이 아닐 지다.
다른 사람이 해낸다고 준비 안된 자가 덤비는건
객기에 불과하다.
내가 할 수 있는건 내가 준비 해 놓은 수준에만 가능한거다.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장산의 야경>
장산 위에서 바라본 부산의 야경은 그야말로 '절호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뛰는 걸음이 바쁘다 할지라도
도심이 만들어낸
저 아름다움의 풍경을 외면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강심장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넋을 놓고 잠시 대회의 긴장감을 조금은 놓아주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이라 보면 된다.
몇해전
일본의 심장부라 하는 도쿄타워에 올라 야경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산과 도심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이러한 야경의 아름다움은 도쿄보다 휠썬 더 매력이 넘친다.
장산은 "야경이 아름다운 산' 후보가 있다면
당연코 1위라 본다.
장산을 너머 기장 산성산까지가 1차 고비다.
어두운 숲속길을 렌턴 하나에 의지해 뛰고 또 걷는다.
4시간 정도가 걸렸다. 다소 늦은 걸음이지만
실망한건 없다.
장산-아홉산-철마산-금정산-백양산 총 65km중
장산에서 철마산까지가 35km구간인데
가장 어려운 구간은 35km에 모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성산까지 임도와 산길이 반복하게 이어지더니
이윽코 쌍다리재 제 1cp가 나온다.
이번 대회 부터는 급수가 없어졌다.
그래서 각자가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사정이다.
거의 반 서바이블 대회가 되어버린 부산5산종주지만
진행에 대한 견해는 다소 긍적적이라 본다.
(추후에 자원봉사 없이 100% 무지원으로 진행해도 되겠다는 소견이다)
물은 각 cp의 민가에서 보충하면 된다.
쌍다리재에서
그리고 곰내재에서 모두 급수가 가능하다.
금정산을 넘어가면 또 약수터가 있기 때문에
물은 500ml 한 개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지원 방식이라면 물을 아낌없이 마시고 하겠지만
비지원이기 때문에 물병 하나라도 소중하게 다룬다.
무분별하게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대회 방식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1회용 쓰레기도 줄이고 무엇보다 서바이블이라는 대회의 무게감을 더욱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회비를 줄이고 무지원으로 해도 무방하다는 견해를 덧붙이는 바다.
쌍다리재에서 곰내재 넘어가는 코스는
야밤에 산길 뛰기론 최적의 장소다.
2cp 곰내재까지
제한시간이 7시간30분까지 되어있지만
그건 거리에 따른 시간안배 일뿐이다. 뛰기 좋기에 시간은 많이 단축된다.
임도길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산악마라톤의 진가가 그대로 들어나는
알찬 코스다.
산악마라톤의 매력이 흠뻑젖어드는 야밤의 레이스가 펼쳐지는
코스라 보면 되겠다.
머리위에 둥근달과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맞으며
새벽녁 어둠속의 숲속길을 이렇게 뛰어볼 기회가 있겠는가
오산종주에서만 가능한 일일것이다.
백번 설명해도
한번 뛰어보지 않으면 아니 겪어보지 않는다면 설명에 대한 의미가 없을것이다.
<곰내재 공원의 한켠>
곰내재 공원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어둠속의 런너들을 위해
국수와 먹거리 그리고 급수를 지원해 준다.
갈길 바쁜 고수들은
외면하겠지만 나같은 헐랭이 주자는 이곳에서 먹는 한그릇 국수의
달콤함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당신도 혹시
오산종주의 런너가 된다면 꼭 곰내재의 국수를 맛보기를 바란다.
코로 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모를 정도의 감동스런 맛을 제공 해 줄것이다.
그 국수의 자체 맛과는 별개다.
대회가 주는 난감함과 통해있는 맛이라 보면 되겠다.
곰내재를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 진다.
문래봉과 철마산까지의 10km 구간은 오르막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오르고 또 오른다.
하지만 땀방울이 흐를틈도 없이 식어 버린다.
시원한 청량감때문이다.
스산한
바람소리와 차가운 새벽의 기운
올여름 그리 뜨거웠던 기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함을 넘어 추울 정도다.
발에서 일어나는 흙냄새가 찐하게 올라오는 철마산 오르막이다.
문래봉에서 철마산까지는
숨을 거치게 몰아 쉬어야만 오를 수 있는 가장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코스다.
힘들다.
하지만 그게 즐겁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이미 중독자다.
난 이미 후자가 된지 오래다.
철마산에서 입석마을까지는 단 1km다.
그런데 그 1km의 압박감이 매우 상당하다.
평지의 1km라 하더라도 10-2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철마산의 내리막은 거의 1시간이 소요되는 난감한 길이다.
철마산에서 1km는 평범한 그런 숫자가 아니다.
철마산 내리막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경사에 그리고 불규칙한 구간를
어두운 밤길에 내려 온다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신발은 운동화다. 조심스럽게 슬금슬금 내려오다 보면
1km에 1시간이 충분히 걸리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후 평지길이기 때문에 철마산에서 못다한 뜀박질을
계속해서 이어가면 된다.
35km 구간 목적지인 철마교까지 뛰어 들어가면
초보자들은 거의 10시간에 근접하여 도착하게 된다.
10시간이 많은것 같지만
결코, 만만잖은 제한시간이다.
물른 20시간이 걸린 65km 역시
긴 시간이 아니다.
울트라여행을 하다보면 15-16시간 이라는 제한시간이 시간이 다소 여유롭게
보일지 몰라도
막상 뛰어보면
항상 그시간이 빠듯하고 조급하게 조여온다.
숫자가 주는 여유로움 보다는
두발로 뛰어내야 하는 현실감은 훨씬 더 멀기만 한게 울트라다.
쉬는 경우도 없이 뛰기 바쁜게 울트라다.
2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뛸 자신이 있는가 ?
그게 가능해야 울트라 런너가 될 수 있다.
물른 기량이 좋으면
빨리 뛰면 된다. 하지만 기량이 떨어진다면 제한시간에 맞춘 페이스 유지가 관건이다.
언제나 허덕이며
언제나 힘들어 하며
언제나 괴롭다.
그래도 저 밤길이 좋고 저 산길이 좋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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