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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산악마라톤대회 부산오산종주 30km 대회 참가기

by 구상나무향기 201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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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산성>

 

학창 시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이다.

 

"금정산 가볼래?"

뜬금없는 학회장의 거듭된 제의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운동이라곤 하지 않던 녀석이 갑작스럽게 과대표를 맡고 있었던

나한테 던진 한마디였다. 소위 집행부 모임이란다.

 

산행이라곤 고등학교 시절 황령산에 오른 소풍이 전부인

그때의 사정이고 보면 금정산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벽과 같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산행이라면  끔찍한 노동쯤으로 치부하고 있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간결하고 뚜렷했다.

 

"안 가련다.."

 

감언이설로

두세 번 제안을 해보지만 결국 내 대답은 결론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오빠 우리 같이 가...."

 

헉!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전체 학년 중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J의 목소리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미인대회 입상 경력까지 있었다고 할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 그녀가 동행 의사를 물어본 것이다.

 

바로 대답하면 왠지 속보이는 듯싶어 짐짓 머뭇거리며

"그래 같이 가자"며 

아주 아주 늦게 운을 떼었다.

 

무른 J가 같이 가자고 해서 사실 나선 길은 아니었지만

동기부여는 어느 정도 된 듯싶기도 했다. 무른 20년 후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다.

 

산행은 쉽지가 않았다.

예전 외할머니가 개구쟁이 짓을 할 때면 내보고 주로 한 말이 있었다.

 

"저런 쎄 빠질 놈"

 

그랬다. 금정산은 나에게 있어

한마디로 쎄를 쏙 빼게 하는 그런 산이였다.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로 올라

범어사로 내려가는 코스였는데 몇 번을 쉬곤 했던 기억이 난다.

 

고당봉에 올랐지만 힘들어 멍했던 추억만 있고 보면

사실 그때 J인지 나발인지 그녀가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지금 앨범을 뒤져봐도 J 하고 찍은 사진은 단체사진 고작 한 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그렇게 J에게 낚여 처음으로 올랐던 산이 바로 금정산이었다.

 

 

<금정산 고당봉>

 

20년 전 그렇게 쎄를 빼며 힘겹게 오르는 그 녀석과

지금 힘차게 금정산을 달음질하는 이 녀석은 같은 놈이다.

 

뛰면서 내내 그때의 사항이 오버랩되었던

그날의 산악마라톤대회였다.

 

산길을 뛰는 산악마라톤은 역시 주로 마라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산길은 임도 또는 오름 그리고 급경사의 길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 길을 내내 뛰고 걷는다.

 

산악마라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 함께하는 데 있다.  같은 길이라도 아스팔트와

녹색빛 숲 속 길은 그 차원에서 다르다 할 것이다.

 

산악마라톤의 진가는 자연과 함께 하는 데 있다.

자연이 거칠수록 더욱더 깊은 매력을 선사하는 게 산악마라톤의 진수 일지 모른다.

 

사하라, 아마존 정글, 남극 마라톤의 공통점은 그 길들이

세상의 어떤 길보다 거칠고 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 길들에 대한 도전과 모험을 하려 한다.

 

<왼쪽 끝 희미한 봉우리가 고당봉> 

 

노포동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이었다.

이미 골인 지점인 어린이대공원에 차량을 주차한 뒤다.

 

부산 산악마라톤클럽은 2008년 부산 오산종주 35KM 부분에 출전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클럽이다.

 

그때 9시간 만에 완주하면서 산악마라톤에 대한 재미를

한껏 안아 들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회원으로 등록하여 지금껏

눈팅만 하고 가는 유령 회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소속이 두 개다.

장유 마라톤클럽과 부산 산악마라톤클럽이 바로 그것인데

한 군데는 회비를 내고 한군데는 회비를 안 낸다는 차이점이다.

 

<노포동 사거리 출발 전 오른쪽 끝 '쎄빠질놈'>

 

면면을 보니 산악마라톤클럽에 안면 깊은 분들이 제법 계신다.

그분 들이야 날 몰라도 눈팅족인 나로서는 금방 알아본다.

 

신영우 씨가 건네준 배번을 달고 출발선에 선다.

오늘 구간은 노포동 사거리-계명봉-고당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총 30km 구간이다.

부산 오산종주 중 일부 구간이다. 제한시간은 8시간

 

부산 오산종주는 총 65km인데 해운대에서 시작해 어린이대공원까지다.

그중 35km 구간은 이미 뛰어본 바가 있다.

 

<부산 오산종주 35km 참가기>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3j7Q&articleno=7351867&looping=0&longOpen=

 

 

 

<계명봉 가는 길, 뒤통수를 이쁘게 찍어 주었다.>

 

영남알프스 문복산 옆에 위치한 옹강산은 참 나하고 인연이 없는 산중 하나다.

세 번을 갔는데 세번 모두 실패했었다.

 

비 오는 날 길을 몰라 샛길로 가서 하산을 했고, 두 번째는 각오하고 올랐지만

컨디션 악화로 시작부터 하산했고 그리고 세 번째는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입구에서 역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참 궁합이 안 맞는 산이 옹강산인데

이후 다시는 찾아가지 않는다. 어찌 되었던 나하고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계명봉 또한 나하 곤 참 악연 질긴 봉우리다.

 

낙동정맥을 이어가면서 계명봉으로 가야 할 길을 장군봉으로 애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도전에서도 마법에 이끌린 듯 장군봉 언저리로 돌아버렸다.

결국 계명봉을 빠뜨리고 녹동교로 걸어가 낙동정맥 마루금을 이었던 기억이 있다.

 

 

<산악마라톤의 매력은 산길을 걷는 데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계명봉에서 장군봉으로 마치 N극이 S극을 만난 양 거침없이 내달려 버렸다.

 

"어.... 사람들 다 어디 갔어?"

 

내가 늦다 하더라도 무리들 꼭지라도 보여야 하는데

아무도 안 보인다.

 

그제야 허탕 친 사실을 알며 후회하지만 이미 아르바이트한 후다.

기록경기에서 지형을 숙지 못한 불찰이다.

 

계명봉 내려서 좌측 임도길을 갔어야 했는데 바로 직등해 버린 거다.

한참을 에둘러 걸었다.

 

고당봉에 오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으니

산길 내비게이션이라며 누구누구에게 항상 자랑하고 다녔는데

이제 꼬랑지 내려야 할 판이다.

 

그래도 아르바이트한 길이지만 그 나름대로 즐거움이다.

심장의 뜨거움을 조금 더 즐겼으니 오히려 더 나은 추억이라 자위해 본다.

 

 

<계명봉은 처음 올랐다. 이미옥 님이 이쁘게 찍어 주었다.>

 

20년 전 추억을 되새기며 한참 뛰고 또 뛰었던 금정산 마루금이다.

고당봉에서 남문까지 10여 KM 구간은

이 대회에서 주는 최고의 코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산철쭉이 화사하게 핀 그 길들 위에서 제법 신나게 뛰었던 것 같다.

30KM을 제한시간 8시간을 주었지만 마라톤에 심취한 사람들이라면

사실 크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 한 건 결코 아니다.

주로 내내 1분 이상 엉덩이를 쉰 경우는 만덕 고개에서 김밥 반줄 먹을 때가

전부였다. (신영우 씨가 몇 개 뺏어 먹었다.)

 

30KM 주로에서 먹은 거라곤 떡 2조각, 김밥 반줄뿐인데

그것도 뛰면서 먹었다.

 

 

 

 

 

그날 오신 많은 분들은 대부분 6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고수들이었지만

LSD 겸해서 참여하고자 했던 헐랭이 주자에게 있어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 완주하고 별 탈 없이 끝냈다고 해서 그게

예사로 하는 일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울트라를 위해 무척이나 오랫동안 준비를 했었다.

개인 체력 훈련과 더불어 50km부터

그리고 부상까지 이겨내며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마침내 100km을 뛰어 내었다.

 

나 같은 헐랭이가 가면 완주하고 돌아오니

울트라가 쉽다고 여겨질 만도 하다. 하지만 나 역시 눈물 쏙 빼는 과정이 있었고

지금도 개고생 울트라는 ~ing 일뿐이다.

 

 

<구비구비 이어진 저 임도길을 뛴다.>

 

그날 많은 등산객들이 금정산을 찾은 것 같다.

 

"제정신도 아니네"

 

소싯적 끔찍한 노동쯤으로 생각하며 올랐던 금정산을

동 질시하게 생각하며 오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견지에서 보자면 우린 제정신이 아니여야

옳지만

 

그건 철학의 차이 일뿐이다.

그날 그 길을 뛰었던 그 사람들은 지극히 제정신이었음을 밝힌다.

 

혹자의 아주머니가 그러더라

 

"저 사람들 힘 좋겠다"

 

뛰면서도 순간 의문부호가 생긴다.

 

뭔 힘?

 

 

<오름은 늘 재미를 준다>

 

불태령이란다.

마의 구간이다. 시험에 들게 하는 아주 지루한 구간이라 보면 된다.

 

백양산으로 오르는 가장 난코스다.

힘들었다는 표현보다 지루했다는 말이 어울릴 구간이라 보면 된다.

힘든 건 마라톤 자체가 힘든 거지 코스가 어려운 건 아니다.

 

이후부터는 지루함에 대한 보상인 양 낙동강이 한눈에 조망되는

탁 트인 전경을 선사해준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이 안 날 정도의 보상된 풍경이다.

그날 날씨가 좋았던 건 참으로 복이 아닌가 싶다.

 

파릇파릇 잎새 가득 연녹빛 빛깔로 갈아입은 그날의 백양산

화사하게 피어난 산철쭉 임도길의 금정산

 

그 봄의 향연을 바라보며 힘껏 땀 흘린 그때의 순간들이다.

 

 

<불태령에서 오르는 건 정말 지루하다. >

 

백양산에서 금정산 고당봉까지 한달음에 간다 하면

사람들 말리곤 했었다.

 

갈능력도 안되었지만 짐짓 호기를 부리며

간다고 하니 '미친' 운운하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길을 한달음에 뛰어 버린 역사적인 날이다.

20년 전 처음 올랐던 금정산의 추억이나

그 후 수차례 올랐던 금정산의 추억들이나 모두 공통점은 '힘들었다'라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은 건

금정산이다.

 

20대의 청춘이나

불혹의 나이건 내가 오늘 서 있는 이 금정산만이 그대로다.

 

 

 <백양산>

 

사실 클럽 게시판이 아닌 마라톤 온라인을 통해 이 대회가 있음을 알았다.

부산 산악마라톤클럽에서 주최하는 부산 오산종주 30KM 대회가 있음을 인지 한 건

이미 접수기간을 이틀이나 지난 후였다.

 

뒤차 타는 심정으로 신영우 씨에게 문자를 보내니

"환영합니다"라는 답변이 온 것이다.

 

이번 달 30일 태화강 울트라 대회를 준비하며 나름 LSD 삼아 코스를 염두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날  대회에서 멋진 추억을 안아 들었다.

 

LSD 수준이 아닌 대회 이상의 멋진 감동이었다.

 

 

 

주최해주신 부산 산악마라톤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대회장에서 건강하게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합니다. 사진은 주단 이미옥 님 / 낙동 문상욱 님 / 오산 이수갑 님의 사진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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