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다.
3월 경산무지원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뜬금없는 눈을 만난건 불행이였다.
"정말 춥네"
시작부터 내리던 비는 결국 운문령쯤에서 눈으로 바뀌고 있었다.
무지원이라는 대회 특성을 감안한다면 더이상 진행은 부상까지 초래할듯 싶어
포기를 선언했었다.
그때가 한달 전 경산이였다.
청남대는 대청호반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모했지만
그 옛날 높으신 양반들의 무대였기에 그 감회가 나름 새롭다.
청남대의 모습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소박하고 단촐하게 꾸며진 느낌이다. 시대상을 느낀다 하더라도
어느 부자집 보다 덜한 모습이라고 보면 되겠다. 대통령이라고 잘해놓고 사는건 아니더라
두사람이 싸우고 있어 말린다고 시껍했다.
<아따 자리좀 비키보소....>
긴장되는 순간은 어느 대회던 마찬가지다.
10km을 뛰더라도 긴장되고 설렌다
하물며 100km다.
16시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할 고통의 시간이 될것이다.
하지만 고통을 즐기자고 찾아온 길이다.
그렇지만 긴장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대회 전 이래저래 사진 찍는다고 정신이 없다.
소중한 기록은 추후 좋은 추억이 될것이다.
청남대울트라대회 참여는 뜬금 없이 이뤄졌다.
사실 경산대회에서 완주했다면 개인적 기량상 회복을 감안하더라도
한달도 되지 않는 청남대에 출전하지 않았을것이기 때문이다.
32km 구간에서 떡을 준다고 하더니
음식 지원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옥수수 하나를 먹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울트라 대회는 배고픈 대회다.
쫄쫄 굶고 뛰고 또 뛰어야 한다. 배불리 먹을수도 없고 또 그럴 시간도 없을 뿐더러
배낭에 넣고 뛸수도 없다. 배낭은 최대한 경량화를 해야 하기에
초코바나 파워젤 정도가 고작이다. 그게 칼로리가 높을리가 없다.
울트라 대회중 쉬운 대회는 결코 없을것이다.
하지만 청남대 만큼 제한시간이 타이트하게 이루어지는 대회도 없을듯 싶다.
62km를 9시간내에 도착해야 한다.
얼핏보면 쉬울수도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고수들의 경지에서는 가능할것이다.
하지만 완주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하수들에게 있어서 62km를 9시간에 도착해야하는건
정말 버거운 순간이였다.
"걸으면 탈락입니다. 뛰세요"
자원봉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숲속에 울러퍼진다.
55k 지점에 이르니 이미 8시간 25분째다. 이마저도 쉬지 않고 뛰었던 결과물이였다.
하지만
남은 35분 동안 62km까지 도달해야 한다. 미션이 숨을 막히게 만든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1km을 5분 페이스로 주파해야 된다는 것이다.
뛰면서도 시계를 보며 시간계산을 해봤다.
쎄가 쏙 빠질정도다.
1km당 5분 페이스는 하프마라톤 속도다. 그런데 그걸 울트라에서 해야 한다 말인가 ?
"사람 쥑이는 구만"
이런 소리가 절로 날법도 하다.
62km CP에 도착하니 제한시간 보다 14초를 오바했다.
그건 내시계고 주최측 시계에서는 딱 9시간만에 도착했단다.
꼴찌로 도착한것이다.
이후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동 탈락이다. 배번도 회수된다.
청남대 대회가 힘든게 바로 이때문이다. 냉정한 절대평가다.
도착하자마자 책상을 바로 치워버린다. 가차없더라
배는 고팠지만
너무 힘들게 뛰어들어 음식물이 속으로 들어가지가 않는다.
미역 국밥에 겨우 몇숟가락 넣고나니 기운이 없어
더이상 못먹을 정도다.
이후 급수대는 85KM 지점이란다. 물을 보충하고서는 쉴틈도 없이
70KM 구간을 향해 걸었다.
<해지기전 대청댐에서>
이때가 아마도 가장 힘든시기가 아니였나 싶다.
비틀비틀 자면서 걸었다.
눈을 감고 걸은 거리가 적어도 5KM 정도는 될듯 싶다.
너무 졸음이 올때는 간이버스 정류장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저 정신력으로 버틸뿐이다.
다리가 뭉쳐오지 않는다는게 위안거리다.
뛰는데는 무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70KM 구간을 통과하니
대청호도 어느정도 사라져 간다. 참으로 길고 긴 대청호다.
처음부터 70KM 내내 대청호수 둘레길을 뛰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 많으니까 쉽겠구만"
혹자가 그런다. 울트라가 시간이 많으니까 쉽겠다고....
제한시간 16시간을 주지만(일부 대회 15시간) 쉴틈은 단정컨데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뛰고 또 뛰야 된다.
물른 걸을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시간이 많으면 자연적으로 제한시간에 걸리게 된다.
제한시간내에 완주 해야 그 성과가 있는것이다.
그러니 걸을틈은 거의 없다. 그러니 100KM 동안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추는게
가장 기초다. 이를 위해 나름의 훈련을 제법 했었다.
경산대회 실패 이후 준비기간중
LSD 50KM ,수영 하루 2시간,대회참여등 다양한 훈련을 했었다.
드디어 피반령 고개에 이르니 80KM을 알려주는 표시판이 반겨준다.
아주 힘들게 이 고개길을 넘었다.
피반령 고개이후 참으로 신나게 뛰었든것 같다.
85KM 급수 지점까지 정신없이 뛰었다. 물른 머리속으로 제한시간을 계산해도
뛰지 않으면 안될 사정 이였지만 말이다.
이때 이후는 머리속에 풍경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뛰는데 몰입
했든것 같다.
걷다가 뛰다가 반복하니 어느듯 90KM에 이른다.
이젠 포기할려고 해도 억울해서 못할 거리다.
하지만 제한시간은 목전에 다가 있다.
자원봉사자의 득달같은 재촉이 계속 귓가에 걸린다.
"걸으면 안되요...."
남은 10km 구간...어떻케 뛰었을까...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재미있었다.
힘들었고 고통스러웠기에 재미있었다.
그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들이라면
아마 울트라는 재미없을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들이였다.
그어떤 즐거운 추억과도 바꾸지 못할 순간임을 인정한다.
화사한 봄꽃의 여운이 바다처럼 가슴속에 파고 든 그날의 기억이였다.
5km 구간을 8분 페이스로 뛰어들었다. 자원봉사자의 재촉이 득달같지만
서둘지 않았다. 시간 계산상 제한시간내 도착할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득히 대회장이 보이고 드디어 완주의 순간...
어떤 생각이였을까 ?
아마 머리만 멍했던것 같다.
70km 지점인가
"다시는 울트라를 하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도대체 이짓을 왜 하는거야"
아마 그랬든것 같다.
물른 앞전에도 그런말 했었다.
그리고 오늘 다음 대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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