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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춘래불사춘! 제5회성주참외마라톤대회 참여기

by 구상나무향기 2010.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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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급기야 4월의 봄날씨 보다 2월급에 해당하는 북풍한설이 몰아친다.

 

꽃피는 결실의 계절이 아니라

한겨울의 어느쯤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성주 전체가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었다고 하니 그 피해가

짐작이 된다.

 

냉해는 특히 과수 재배에 치명적인 피해를 안긴다.

꽃이 피더라도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열매가 생기지 않는게 바로 냉해 피해다.

 

사과.배 나무 작물도 그렇지만 딸기.참외.수박등에도 똑같은 피해를 안기는

아주 고약한 피해중 하나가 냉해다.

 

병충해는 이거에 비하면 양반이다.

 

 

성주는 알다시피 대한민국 최고의 참외 생산지다.

인근의 함안 수박단지와 함께 국내 참외의 70%를 성주에서 생산해 내니

그 규모가 사뭇 크다 하겠다.

 

지금 출하되는 참외는 지난 겨울에 모종했던 결과물인데

비와 눈으로 착과가 되지 않아 생산량이 급감했다.

 

사상 최대의 가격 폭등에

낙과 수준의 과실 조차 지금은 비싸게 팔릴 정도다.

 

지금 하우스에 자라고 있는 모종들은 여름에 결실되는 종류다..

마라톤 주로 내내 비닐하우스에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모종들이 바로

올 여름을 겨냥한 애기들인데 이미 봄 농사는 이걸로 끝난거다.

 

예전이라면 지금도 노란 참외를 따내며 수확에 한창이여야 하지만

벌써 봄농사 접고 여름 모종으로 바꿔 심은탓이다.

 

농부의 주름이 깊어진 이유다.

이웃한 함안 수박 재배 농민들도 올 봄 수박 수확은 지레 끝내고

여름 모종을 심은지 벌써 오래라 한다.

 

수박.참외는 여름에 먹어야 할판이다. 비싸서 손이 못간다.

 

 

날씨가 제법 화창했다.

왠일인가 싶을 정도로  햇볕 한번 제대로 비춰준 성주대회였다.

 

울트라 뛴지가 10여일 정도 지났지만 다소 조심스러웠다.

갑작스런 뜀박질은 후유증을 줄 수 있어 사실 성주대회는 안갈려고 생각했었다.

 

사람 다리가 짐승도 아니고 충분히 쉴 기회를 줘야만 회복이 빠르다.

더딘게 더딘게 아니라 그것이 가장 빠른길임을 욕속부달에서 배운다면 거북이식 회복이

제일 안전하다 믿는다.

 

 

 

어차피 마음을 비운 대회였고

며칠전 부터 코감기 기운에 몸까지도 나쁜 상태였다.

하기사 몸상태 좋아 잘 뛴 대회가 어디 있나 싶기도 하다만...

 

나름 2시간대의 시간대로 정하고 천천히 뛰었다.

그랬더니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나름 눈에 띄인다.

 

조팝나무의 하얀 흐드러짐

노란 유채꽃의 색채감

그리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왕버들 나무의 싱그러움

분홍빛 돌복숭아꽃의 아찔한 자태

 

논두렁 밭두렁에 자라나는 억측스런 야생화들의 모습까지도 보인다.

나름 한갓진 뜀시간이다.

 

 

 

반환점에 이르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바로 대구경찰 김호연님이다. 북알프스 등정 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안면이다.

 

그동안 산객의 입장으로 보았지만

철인 경기를 하는 그분이기에 한번쯤은 마라톤 주로에서 뵙게 되길 기대했었다.

마침 성주에서 뵙게 된것이다.

 

금없이 볼 수 있는 만남이 정말 반갑다 하겠다

 

지루한 오르막을 오르니 시원한 내리막이 기다린다.

분주하게 오고간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뛰었겠지만

 

왕버들의 저 싱그런 연두빛깔을 본 사람들도 있을까?

논두렁에 자라는 저 봄맞이꽃의 억측스러움을 기억한 사람도 있을까?

 

빠르면 못보는것도 거북이가 되니까 보인다.

 

 

빠르고자 하지만

결국 느리게 가는게 마라톤의 미덕이 아닐지 싶다.

 

이제 정말 봄이다.

눈까지 내리는 다소 어설픈 봄이지만

 

철쭉피는 저 곳으로

그리고 야생화 피는 저 산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염없이 걷고만 싶다.

 

다음달 또 한번의 울트라 대회를 준비하면서

빠른 토끼 보다 천천히 가는 거북이의 미학을 배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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