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땀이날까 ?
사실 그렇치는 않다 개는 땀을 흘리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바로 땀샘이 없기 때문이다. 고작 혀를 길게 내어 미는게 전부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발에 땀난다는 말을쓴다
아마도 그건
개가 매우 힘든 운동이나 움직임을 했다면 혹여 개도 땀을 낼수
있을까 싶어 하는말이다.
"개발에 땀나게..."
이번 산행이 그랬다.
본인은 작년 5월 대소골 산행에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던 적이 있었다
혹자들이 애기하는 절대 했어는 안될 산행...
그 위험요소를 모두 갖춘 정말이지 무식하고 거만했던 산행의 추억이였다.
혼자,초행길.폭우 그리고 등행로가 없는 원시림
그날 그시간은 매우 암울했던 추억이였으며 정신 번쩍들게 하는 반성의
산행이기도 했다.
다시는 초행길을 동행자 없이 가지 않았고 ,또한 등행로에 대한
사전정보를 꼼꼼하게 챙기는 버릇이 생겼으며, 악천후 속에서는
험로를 찾지 않았다.
이번에 찾아간 산길은 초행길이였고 또한 등행로가 확보되지 않는
원시림 계곡길이였다. 작년 5월 대소골과 비슷한 조건이였지만
기상은 좋았고 그리고 든든한 동행자...또한 사전에 산행지에 대한
정보를 챙겼다는것이 달랐다.
아는것과 모르는것 그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이건 아니잖아..."
시작 하자마자 뱉어내는 공허한 넋두리는 그렇케 와운골 골짜기에
울러퍼지고 있었다.
뒷통수를 벅적벅적 긁어대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와운골로 시작한 초입인데 영원능선이라니..
아마도 고로쇠 채취로 인한 개척길이 등행로인줄 알고
착각하여 들어선게 화근이였다.
아래로 내려가야 할길을 대충 계곡으로 돌아가겠지 싶어
한차례 길을 찾아 올랐는데 그게 잘못이였다. 계곡길을
도는게 아니라 아예 능선으로 치고 올랐던 것이다.
영원능선 ? 지도를 살펴보니
"나 겁나 멀지롱"하며 긴능선 하나가 활짝 웃고 있었다.
계획도 없었던 능선길이지만 어쩌겠는가..이것도 산신령의 뜻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뒤통수 그만 긁어대고 대충 길을 잡고 오르니 그런대로
영원능선도 볼만하고 갈만한 길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 지리산 산세치고는 제법 편안한 길이다.
이웃한 와운능선만 하더라도 이렇케 편안하게 접근하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르락 내르락 나중에는 얼굴까지 붉으락 거리는 지리산의 여타 능선길과는
다소 구분되는 편안한 여정이다.
<갈림길>
9시에 시작한 산행은 11가 훌쩍 넘어서야 갈림길에 접어든다
음정과 그리고 와운골 그리고 주능선길로 접어드는 갈림길이다.
표지기가 여기저기에서 나풀대고 있다.
이곳에서 한차례 와운골에 대한 집착이 드러난다. 떨어져 내렸다가
다시 치고 오를 생각을 해보지만 그다지 좋은 머리돌림은 아닐듯하다
동행자에게 욕 한번 들어 먹고서야 그냥 편하게 앞만보고 달리기로 하였다.
갈림길에서 약 1시간을 갔는가 ...
금줄을 넘고나니 신작로 도로변만큼이나 넓직한 길이 나타난다
주능선 ?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주능선치고는 방향이 이상하지 않은가
알고보니 이길이 음정으로 하산하는 길임을 알수있었다.
아직 다가서지 못한 길인지라 생소하기만 한데 이길이 주능선 만큼이나
8차선 도로일줄은 몰랐다.
<맞은편 와운능선 그아래 와운골 저뒤 갈라진 궁뎅이가 반야봉>
주능선길과 합류한뒤 약 40여분을 힘겹게 타박타박 걸으니 연하천 산장이다.
때늦은 점심시간 퍼진라면 대충 끓여 어찌어찌 포도청을 향해 넘기니
없던힘이 조금 나는듯하다. 역시 산에서는 먹는게 남는거다.
지금부터 산행이 본격적인 오늘의 산행이다. 지금까지 사용한 에너지 사용량은
앞으로 남은 산행에 딱 절반에 불과한것이다.
명선봉에서 미답의 산행지... 바로 얼음골로 향해서가는게 오늘의 테마다.
<벼락맞은 나무>
얼음골 ? 사실 지리산에는 얼음골이라는 지명이 두군데 더있다
반야봉에서 쟁기소 부근과 광점동의 얼음골이 바로 그곳이다.
이번 개발에 땀나게 뛰었던 계곡의 이름도 바로 얼음골이다.
명선봉과 와운능선 사이에 끼어 있으며 뱀사골로 향해 이어지는 계곡이다.
25,000 지도에서 명선봉을 한참동안 꼴아보면 그아래로 떨어지는
Y자 계곡길이 보일것인데 아큐 50만 살짝 넘어도 안다.
바로 그곳이 얼음골이다.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알지못한다. 비단 이곳만 그럴것인가
만일 이곳이 왜 얼음골 인가하고 반문한다면...아마도
지리산 곳곳의 지명에 대해서 일일이 시비를 걸어야 할것이다.
그러다간 날샌다..지명을 따질려면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그냥 넘어가자
<당귀>
들머리는?....일단 지도좀 보자..
최소한 이러한 산행코스 잡을려고 했다면 아마 지도 한장쯤은 가지고 갔을것이다.
명선봉을 잘살펴보자
연하천 산장에서 대충 그어보면 1.4km 정도 거리이다. 실제 연하천에서 1.1km 구간이라는
푯말이 서있는 포인트에서 15여분 정도 걸어가면 멀리서 얼음골로 떨어지는 능선하나를
만나게 된다. 바로 그기다. 주능선 정면으로는 토끼봉이 아득하게 드러난다.
표지기도 없고 뭐 금줄도 없다. 누가 이런길 가겠어...라는 독백이 절로나는 곳이다.
오른쪽으로 터는 넓다. 야영 흔적도 곳곳에 있다.
계곡으로 떨어지는 짧은 능선을 향해 잠시간 걷다보면 저멀리 뱀사골 본류가
드러나고 정면에는 와운능선과 와운능선에서 뻗어나온 힘찬 지능선하나가 보일것이다.
그리고 그아래 숨겨진곳 바로 얼음골이다.지도와 실제 풍경은 거의 일치한다.
지금부터 무작정 못말려식 개발에 땀나는 산행은시작된다.
길 ? 이런데서 길찾는건 예의가 아니다.
<아이고 내팔자야>
방향만 잡고 무작정 내려간다. 미끄러운 너덜지대가 드러난다
온갖 잡목과 수풀이 막어서는 길을 대충 감을 잡고 힘겹게 한발씩 내딛는다
조심조심...
그나마 가을이라 수풀이 말라있어 길(?)이 그런데로 보이는게 위안거리다
한시간이 걸렸나..명선봉에서 뻔히 보이는 짧은 구간이지만 심한 원시림 지대라
내리서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얼음골 최상류부>
여타 지류가 그렇듯 이곳의 최상류부 풍경도 거의 비슷하다.
계곡 최상류부는 수량은 적어지고 계곡은 협소해진다. 얼음골은
최소한 1,200 구간까지 물이 흐르는 수량으로는 풍부한 계곡이다.
능선에서 계곡으로 떨어져 내려오면
"이제부터 어떻케 할래"라는
고민이 물밀듯이 밀려온다...내려가면 되지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지세는 험하다
그런건 고민할려고 했다면 애초부터 내려오지 않았을터이다.
험하디 험한 원시림의 계곡길이 이글이글 끓어 오르는
태양마냥 그렇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스틱을 불끈잡고 뱀사골 본류를 향해서 무작정 돌진이다
여기서는 그게 정답이고 그리고 그게 할짓이기 때문이다
<얼음골 상류부>
붉은색 표지기가 드문드문 보일뿐 어디에도 사람 다닌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물른 이길이 사람 한둘 다닌다고 하여 '여기 사람 다녔지'하고 흔적이 남을
그런곳도 아니다.
지세는 험하고 너덜지대도 심하다. 또한 계곡이 내려가면 갈수록 넓어져
돌아가야 할길도 그만큼 많아진다.
<폭포>
꼭꼭 숨은 숨은그림찾기 마냥 그렇케 계곡 속에 숨은 비경의 폭포를
찾아내는건 이런길이 아니면 찾기 힘들것이다.
아마도 이런길이 아니면 이런 폭포도 찾기 힘들지 모를일이다.
길은 험해지지만 보기 좋은 폭포도 여러차례 나타난다
역시 머리의 한계인가...
짧은 거리라 여겼지만 생각보다 긴여정이였다.
이곳이 이토록 긴 거리인지는 생각못했다
명선봉 정상에서 3시간을 내려왔건만 뱀사골 본류와의
만남은 아직 멀은듯 보인다.
길은 다소 뚜렷하고 내려갈수록 조금은 수훨하게 진행된다
고로쇠 파이프가 곳곳에 보일뿐만 아니라 그들이 움직이면서
다져놓은 길이 등행로가 된다.
오후 5시가 넘었어야 겨우 뱀사골 본류에 도착한다.
명선봉에서 약 3시간 이상이 소요된 여정이였다.
내려오니 빤히 이끼폭포 들머리가 보이는곳이다.
간장소 바로 밑부분으로 뚫고 나온것이다.
날머리 포인트는 찾기 쉬울듯하다. 이끼폭포 들머리에서
약 100M 정도 가면 좌측의 계곡길이 바로 얼음골 들머리다
<날머리가 될 얼음골의 포인트>
시간 정리좀 해보자..
8시경 와운마을에서 시작하여 영원능선을 걸어 연하천 도착시간이
오후 1시였다.
그후 명선봉을 지나 얼음골에서 뱀사골 본류 도착이 5시 20분경이다.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와운마을 도착이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였다.
시간이 얼마 걸렸냐고 ?
총 10시간이다.
"너거들 할짓 다하면서 걸었지"라는 질문이 생길법도 하다.
물른 그랬다...그다지 바쁜 걸음은 아니였고 천천히 걸었다하지만
그런데로 일반적인 걸음이였지 싶다. 사진 찍는 시간도 제법 걸렸다.
전체적으로 준족의 발걸음이라면 7-8시간 일반적이라면 9시간 정도
우리처럼 할짓(?) 다하면서 간다면 약 10시간 정도 소요될것으로 생각된다.
이끼폭포 날머리 포인트에서 약 1시간 정도를 걸으니 와운마을이다.
새벽 거칠것 없이 달려온 애마를 주차시킨 장소에 도착하니 비로소
오늘 산행이 끝난다.
코스 정리좀 해볼까
와운마을-와운골-영원능선-연하천산장-명선봉-얼음골-뱀사골-와운마을
이길을 추천하고픈 사람들
.꿈에 지리산 산신령이 나타나 수시로 괴롭히는 사람들
.산삼이나 곰잡고 싶은 사람들
.원시림속에서 개발에 땀나게 걸을 사람들
또는
.지리산에 환장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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