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페어웨이를 두고 공은 우측으로 휘어져 OB로 향하면
골퍼의 심정은 어떨까?
아라미르는 36홀의 퍼블릭 골프장으로
부산. 경남 일대에서는 페어웨이가 가장 넓은 곳으로 알려진 구장.
페어웨이 관리나 그린 상태도 매우 우수하고
KPGA 경기도 다수 개최된 명망 있는 골프장이다.
페어웨이가 넓어서 여성이나 장타자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 구장이 쉽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디 가나 내 실력에 비례할 뿐
쉬운 곳이 있기야 하겠나.
나는 아라미르에서 머리 올릴 당시 120타를 기록했고
백돌이 시절, 이곳에서 주구장천 슬라이스 남발로 더넓은 페어웨이를 놔두고
남의 홀과 해저드로 공을 보내야만 했었다.
"넓다고 좋냐 니미럴"
어쨌든 공은 페어웨이를 놔두고 어먼 어먼 곳으로 날아가기 바빴다.
그리고 이번이 3번째 방문.
딱 머리 올린 지 1년 된 지금, 몇 타 쳤을까?
요즘은 종료하면 스코어 카드만 볼 뿐
그때그때 점수는 생각도 안 한다. 캐디가 입력하면 그뿐. 그다지 볼 생각도 안 한다.
최종 스코어가 85타가 나왔기에
그동안 이곳에서 백돌이 생활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해서 스코어 카드를 올려 본다.
어찌나 이곳에서 한(?) 맺힌 스코어를 기록했는지 아찔할 정도였는데
그래도 1년 된 지금 아라미르에서 85타라니 대견할 뿐이다.
여기서도 샤프트 FLEX 가지고 남자들끼리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초보 백돌이가 딱딱한 X 플렉스를 사용하고 있기에
왜 그걸 사용하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황당하다.
"남자는 X 아닙니까"
X는 가장 딱딱한 샤프트 강도로 상급 플레이어나 프로들이나 이용한다.
딱딱하기 때문에 컨트롤이 힘들고 부상을 주기 때문.
그런데 초보가 X를 사용한다니 다소는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니 컨트롤이 안 돼 이 더 넓은 페어웨이에서도 OB가 나지 않는가
PXG 풀 세트로 장착한 다른 분은 R 플렉스를 이용한다고 했는데
비거리가 잘나고 초보들은 탄력 있는 샤프트를 사용해야 부상이 덜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 한다.
나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R 샤프트를 이용하고 있는데
비거리가 최대 260m 이상 보내는 경우도 많고 대게 180~200m 정도는 거의 다 보내는 편이다.
직진성도 좋아서 좁은 페어웨이를 가진 구장에서도 R 샤프트는 매우 유용하다.
X 샤프트를 사용하는 골퍼가 OB 남발로 괴로워 하기에
R로 바꿔보라 조언을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다들 샤프트 플렉스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도 사실.
남자가 R을 사용하면 왠지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시니어나 체격 약한 사람이 사용하는 플렉스라는 선입견이 가득한 시선.
하지만 R 플렉스는 초보들에겐 최적의 플렉스다.
"그런데 초보가 X라니"
"남자는 직진이죠"라는 망상증으로 대변되는 어리석은 형태.
R 샤프트가 비거리가 적게 나온다는 것도 잘 못 알려진 상식.
낭창한 탄력 때문에 뒤땅을 때려도 부상이 적고 컨트롤도 쉬워 체격과 상관없이
비기너라면 R 샤프트를 추천한다.
자세가 완벽하게 잡히면 그 후 S나 X 같은 자기의 스윙 스피드에 맞는
샤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유틸이 제대로 적중해 버디 찬스가 4번 정도 있었지만
아쉽게 종이 한 장 차이로 버디에 실패.
그래도 러프에 빠지지 않고 따박따박 페어웨이로 잘 보냈기에
아쉬움은 없었던 라운딩이었다.
다만 어찌나 모기가 많은지 동반자들 모두 혼쭐이 났는데
모기는 밤을 더해가면 사라지는데 초저녁에는 모기떼가 기승을 부려 아주
식겁했었다.
아라미르가 평지이기 때문에 어프로치에서 컨트롤 난조가 없었고
무엇보다 페어웨이 언듈이 없어서 샷감이 좋은 것도 장점.
아라미르는 언듈이 없는 평지라
이런 이유 때문에 초보들이 연습하기엔 최적의 구장이다.
하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비거리가 짧으면 고생한다.
무엇보다 페어웨이 넓다고 자신하면 안 된다. 볼은 내뜻과 상관없이 남의 홀로 넘어가기 일수다.
쉬운 골프장이 있는가?
없다.
어디가나 내가 하기에 따른 것이지 쉬운 데가 결코 어디 있는가
"비싼 그린피 주고 어려운데 왜 가"라고
반문할 수 있으나 사실 쉽고 어려운 건 본인의 기준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아라미르는 사실 재미가 없다. 너무 평지고 언듈이 없어
트러블 샷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릴도 없고 모험심을 자극하는 모티브도 적다.
하지만 그만큼 트러블 샷이 필요한 환경이 적기 때문에
또 재미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양산동원로얄이나 양산CC에 비하면 이곳은 거의 천국이다.
더 넓은 페어웨이와 골곡 없는 페어웨이
그리고 평평한 그린.
도대체 이런 곳에서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싶어도
그게 어디 쉽나 말이지
그러니 골프가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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