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여항산 종주(여항산~봉화산)

구상나무향기 2015. 9. 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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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마을, 봉성저수지>

 

 

 

여항산에서 봉화산까지 정확한 거리에 대한 기록이

인터넷에 나와있지 않았기에 짐작으로만 판단했었다.

 

대략 17km.

 

실제로 걸어보니

예상보다는 조금 짧았는데 gps 측정결과 16.39km가 나왔다.

 

시간은 8시간 20분이 걸렸는데, 느릿하게

그리고 숲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탓이다. 

 

빠른 걸음이라면 7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재샘>

 

 

좌천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해

여항산~서북산~봉화산~청암마을로 하산해

좌천마을로 돌아온 결과물이다.

 

길은 험하지 않고

매우 평탄한데, 거리에 비해 속도가 잘나는 코스다.

 

 

 

 

 

가을의 물결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온통 누렇고 또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 나절의 정서를 느끼며

기분 좋게 시작한 산행길이다.

 

토실한 도토리가 엄청나 게 떨어져 있었는데 그 덕분에 멧돼지들이 도토리를

먹자고 등산로를 다 헤집어 놓았었다.

 

 

 

 

 

여항산에 올랐더니

마침 산안개가 허리를 둘렀다.

 

서북산까지 산안개 때문에 조망은 별로 없었는데,

어차피 여항산 일대는 산세가 수려하지는 않아

크게 조망의 풍경이 멋진 곳은 아니다.

 

지세도 약한 편이다.

그래서 부드럽고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일련의 등산객 무리들이

시끌벅적하다.

 

여항산을 벗어나니 산속은 다시 고요해졌는데, 서북산까지 등산객은 거의

만나질 못한 한적한 산행이었다.

 

덕분에 등산객보다 멧돼지를 만나 식겁했었다.

 

 

 

 

 

여항산에서 서북산까지는 여타 볼거리가 그리 많은 산속의 길이 아니다.

조망도 없지만, 오름이나 내림도 심하지 않아

걷기에 매우 최적화된 그런 등산로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걸으면 된다.

 

 

 

 

사람은 만나면 또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난다.

 

회자정리라했는가.

 

사실 헤어짐은 또 시작을 의미하는 게 아닐지 싶다.

사람의 인연에 끝이 어디 있는가

 

여항산 종주를 하면서

뜬금없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지리산에 단풍이 엄청나게 좋아"

 

같은 시간 지리산에 들어갔던 지인들의

SNS에 붉은 단풍을 알리는 호들갑이 넘실대고 있었다.

 

"이런...단풍이 올해 엄청나게 빠르네"

 

올해처럼 이렇게 빨리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때도 드물지 싶다.

 

올해 그만큼 날씨가 무더웠던 탓이리라

하여튼 역대 최고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2015년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추석 때, 지리산 단풍으로

연휴를 마무리하기로 계획했다.

 

 

 

 

<의례적 똥폼>

 

 

산에서는 시간 가는줄 모른다.

 

가야할 거리의 압박감과 정신없이 걷는 즐거움.

그리고 스트레스가 없는 숲의 건강함 때문이다.

 

'삶의 거리' 또한 이런 것과 같다고 본다.

 

가야할 거리가 멀겠지만, 현실의 삶에 몰두하다보면 늘 시간은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운지버섯이 그날 무척 많았다.

전날 비가 온 탓도 있겠지만, 알고보니 운지버섯의 제철이 가을이었다.

 

흔한 버섯이지만, 약효에 도움이 좋아

조금 갈무리해봤다.

 

 

 

<운지버섯>

 

 

얼마전 봉화산과 대부산에 살짝 걸음해봤었다.

그때 이 여항산 종주를 해보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 마침 시간이 되어 바로 가방 둘러메고

길을 나선것이다.

 

하여튼 이놈의 역마살은 늘 나를 부축인다.

호시탐탐 기회만 있음 튀 나갈 태세다.

 

 

 

 

 

 

멧돼지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서둘러 걸었더니 봉화산이다.

 

송아지 정도는 충분히 될 크기의 세마리가
괴물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유유히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게 아닌가.

 

멧돼지가 잡식성이라지만

동물을 잡아 먹는 맹수성은 아니라서 대게는 등산객을 보면 도망가기 나름이다.

 

이놈들은 도망도 안가고 아주 유유히

텃세를 부리며 나를 우습게(?)알고 지나가는게 아닌가.

 

 

 

 

 

 

전체적으로 산길이 편안하고 유순해서 그다지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최적의 길이 바로 여항산 종주다.

 

봉화산에서 청암마을까지는 내리막이라

금방 내려간다.

 

정상에서 날머리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을것이다.

 

 

 

 

 

 

청암마을 끝까지 가면 되지만

그렇게 가면 좌천마을까지 봉성저수지를 애둘러 걸어서 돌아와야한다.

 

청암마을 가다가

봉성저수지 간판이 보이면 그리로 내려가는게

1KM 정도는 짧게 나온다.

 

 

 

 

 

청암마을로 내려오니

봉화산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여기서 좌천마을까지는 2KM 정도의 거리다.

 

간판의 지도를 잘보면 전체 개념이

금방 이해가 될거다.

 

 

 

<봉화산 들머리는 청암마을, 여항산 들머리는 좌천마을>

 

 

 

봉성저수지를 타박타박 걸어

다시 좌천마을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산행이 끝난다.

 

가을은 이미 온 산을 물들게하고

들판에 색감을 뿌려 놓고 있었다.

 

시간은 잘도 흐른다.

 

 

 

 

 

 

16.39km

8시간2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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