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통도사환종주 21km

구상나무향기 2015. 6. 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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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정상>

 

 

 

"영축산 산세가 정말 깊네"

 

오룡산을 내려와 멀고도 먼 능선 길을 재촉하여 내려갈 즈음에

나직이 읊조린 독백이다.

 

깊은 지리산을 보는 양,

그 험함의 지세는 결코 얕잡아 볼 수 있는 가벼움이 아니었다.

 

오룡산에서 내려와

이 능선 길에 오르지 못했다면 영축산의 아득한 지세를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들고나는 많은 산꾼들이, 이 길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들 비슷하리라 본다.

영축한 지세는  깊고 험했다.

 

 

 

 

 

<돌양지꽃>

 

 

날씨가 매우 흐렸다.

안개가 자욱해 영남알프스의 조망이 거의 없으리라 여겼는데

그나마 옅으진 안개 덕분에 나름의 조망을 즐겨볼 수 있었다.

 

잔뜩 흐려진 틈 사이로

자외선만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던 그 날 산행이었다.

 

 

 

 

 

 

영축산에서 오룡산 방향, 오른쪽이 청수골이다.

이 청수골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오룡산까지 내내 이어진다.

 

영축산에서 4.5km 구간에서 이어지는 청수골 이정표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영남알프스의 깊은 산세를 이해하지 못하리라.

 

청수골이 그만큼 깊다는 반증이다.

청수골은 좌골과 우골로 나뉘어지는데, 위험구간이란 말뚝이 자주보인다.

 

영축산은 좌.우측 어디로 가더라도

그 지세가 결코 얕은 산이 아니다.

 

 

 

 

 

 

통도사환종주는

이름 그대로 통도사를 중심으로 그 주위 산군을 둥그란 형태로 한바퀴 도는 종주다.

 

21km 정도 나오는데,

이외에도 표충사, 석남사, 석골사, 운문사 등을 합쳐 오사환종주라 한다.

 

 

 

 

<의례적 똥폼>

 

 

 

오사환종주.

소름 끼칠 정도로 다들 멀고 먼 여정들이다.


최소 11시간에서 15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바퀴 돌아볼 수있는 울트라 여정급이라

마라톤 훈련대비로 가끔 종주를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

 

여름나절 땡볕에는 힘들고 주로 겨울철에 많이

다니는 개고생 루트다.

 

 

 

 

 

 

그중 가장 만만한 게 그나마 통도사환종주인데,

거리가 짧아서 도전해 본 것이다.

 

예전 한 번 도전했다가 한피기고개에서 탈출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는 두 주먹 불끈 쥐고

올라보았다.

 

오기와 집념탓인지 몰라도 무사하게 완주했는데,

도중에 60대 할머니(누님?) 두 분을 만났고, 오룡산에서는 70대 할아버지(형님?)도 만날 수 있었다.

 

결국, 이 두 누님들과  함께 통도사로 내려올 수 있었는데

지친 기색 없는 거뜬한 표정과 체력으로 보아 그 내공이 상당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 중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종종 떠들어 대는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있는데

 

나이 70에 그리고 60대의 노익장 가득한

누님 형님들에 비하면 어디서 나이 타령인가.

 

나이 타령 제발 하지 말자.

 

 

 

 

 

 

 

"알프스를 걷다"라는

책을 사서 거의 6개월 만에 다 읽었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냐구 ?

 

이 책은 그냥 산행기 후기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몽블랑 여행에 도움될 만한 책자가 없어

용케 찾아낸 게 바로 이 책이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딴은 실망이다.

 

제목은 '알프스를 걷다'인데,

정작 알프스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물른, 사람도 그렇지 않겠는가

겉모습은 그럴싸한데 실속이 없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왼쪽끝 희미한 봉우리가 오룡산이다.>

 

 

 

함박재나 한피기고개에서 통도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는데

힘들면 이곳에서 탈출이 가능하다.

 

함박재에서 백련암으로.

한피기고개에서 서축암 등지로 하산이 가능하다.

 

한피기고개를 지나면, 바로 시살등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보는 오룡산 풍경이 가히 일품이다.

 

마치 무협지나 환타지 영화에서나 보는 그런 풍경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

 

내 경험상 영남알프스 산군 중 영축산 일대가

바위와 암벽이 많아 시각적으로 보자면 가장 험하지 않나 싶다.

 

 

 

 

 

오룡산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이 길에 대해서 기억조차 못 하고 있었다.

 

시살등에서 오룡산까지의 여정은

익히 예전에 경험했던 길이였는데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제야 기억을 떠올리는 건, 아직은 '머릿속 지우개'가

쓸만하다는 방증이란 걸 애써 자위하며 뒤통수를 쓰윽 쓰다듬어 본다.

 

예전 통도사골~도태정골 산행 때

이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지산마을에서 오룡산까지

11.5km다. 전체거리 21km니까

 

여기서 도착지 통도사 주차장까지는 9.5km가 남은셈이다.

산행해보면 알겠지만, 10km 남짓한 거리는 정말 먼 여정이다.

 

지리산, 뱀사골~화개재

한라산, 관음사~백록담 등이 대충 10km 남짓하니까

 

이 능선 장난 아니게 길다는 뜻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오룡산 능선을 보고 짐작은 했다만,

실제 걸어보니 단내 풀풀나는 역동적인 길이다.

 

 

 

 

<마지막 봉화봉>

 

 

오룡산에서 통도사 주차장까지

길은 매우 좋다.

 

유순하고 뚜렷할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오름은 없어

걷기에 최적화 된 좋은 길이다.

 

죽바우등이나 시살등. 체이등, 암벽진 험한 능선의 지세를 이 구간에서 내내 볼 수 있는데,

그 지세의 험함을 뚜렷히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거의 다 도착할 싯점엔, 넓은 소나무 숲 속을 지나는데,

운무라도 한바탕 휘어 감을 양이면 선경이 따로 없을듯 

소나무가 곧고 울창하다.

 

 

 

 

 

 

두 누님(?)들과 함께 안전하게 하산하여

 

그 분들은 버스터미널로

나는 투벅투벅 걸어서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가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산딸기 따먹고, 라면 끓여 먹는다고 다소 지체되었다.

 

시간은 총 10시간 23분이 소요되었고,

거리는 21k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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