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굴암산~불모산~용지봉

구상나무향기 2015. 2. 1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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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암산, 동네 뒷산이다.

불모산과 더불어 용제봉은 자주 다니지는 못해도 틈이 날 때 가끔씩은 올랐던

나에게 있어서 뒷동산(?)에 가까운 개념의 산마루들이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산군들은 아니다. 해발 662m 굴암산이 그나마 낮을뿐

다들 험악한 오름을 가지고 있는 산세들이기 때문이다.

 

 

 

 

 

 

설 명절이라 다소 한가한 틈을 타서

일찍감치 배낭을 메었다.

 

불모산에서 이어지는 용지봉까지의 장쾌한 산세를 경험해보기 위해서였다.

 

기온은 다소 추웠지만,

"겨울 날씨가 원래 그렇지"하는 수준의 힘들지 않을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굴암산을 팔판에서 오르면 힘들다.

제법 난코스로 처음부터 정상까지 오르막의 연속이다.

 

입에서 단내가 조금 풍겨올 즈음에 정상을 느낄 산마루가 그제서야 나타난다.

동네 뒷산이라고 우습게 알고 덤벼들었다가는

큰 코 다칠 산이다.

 

동네에 있다고 다 뒷산 취급했다가는 역차별에 식겁한다.

적당한 마음가짐은 필수다.

 

 

 

 

 

전체 코스는

 

팔판~굴암산~불모산~상점령~용제봉~장유계곡~팔판으로 잡았다.

 

걸어보니

정확하게 20킬로다. 시간은 6시간 40분 걸렸는데, 거의 쉬지않고 내내 걷고 또 걸었다.

 

 

 

<저 앞 봉우리가 굴암산>

 

 

군부대가 있는 화산부터 불모산까지가 가장 지루하고 추웠던 코스다.

산 속이 아니라 임도 길을 걷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봤는데,

산행은 때론 사색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혼자가는 산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거다.

 

홀로 걸으면서, 

사색과 고민을 털어낼 수 있는 여유가 묻어나는 시간들이었다.

 

 

 

 

 

생각의 결론 ?

 

그런건 없다. 인생사에 결론이 어디있나

그냥 생각만 하는거지

 

다만 머리 속 사색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스트레스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면역력이 생겨진다.

 

스스로 화도 내고 슬펐다가 또 위로하면서

그렇게 감내하며 달래는 게 바로 사색의 시간이다.

 

홀로가는 산행의 묘미가

이런게 아닐지 싶다.

 

 

 

 

 

 

 

굴암산을 너머 불모산 자락으로 넘어가니

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한 편으로 시원했고, 한 편으로 사무친 추위였다.

 

탁 트인 조망을 뒤로하고, 불모산에서 임도 길을 따라서

내달리는 기분 또한 나쁘지 않음이다.

 

 

 

 

 

 

상점령에서 용지봉을 오를 땐, 숨이 탁 막힐 오르막이다.

하지만 한발 또 한발 천천히 올라보니 그것도 잠시다.

 

그게 매력이다. 성급하 게 간다고 갈 길도 아니고

천천히 간다고 해서 못 갈 길도 아니다. 그게 산행에 빗댄 인생 길이 아닐지 싶다.

 

 

 

 

 

 

 

사과 하나와 물 반병만을 먹고 6시간 40분 동안 20킬로를 걸었다.

 

거의 먹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복감을 심하게 느끼진 않았는데,

많이 먹는다고 에너지가 생기는 게 결코 아니다.

 

운동을 극대화 시킬려면, 체력를 스스로 조절 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 ,

공복의 즐거움을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저 끝 기지국 봉우리가 불모산, 왼편 희미한 봉우리가 굴암산>

 

 

걸으면서 내내 생각해봤다.

 

조건을 따져 인생을 산다면

결국 그 조건이 없어지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건가 ?

 

늘 조건보다 더 앞서는 건 사람의 가치다.

사람은 남기 때문이다. 조건은 언제나 생길 수도 그리고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선택의 기회가 생길 때, 그 피선택에 대한 가치를 따진다.

 

먼 훗 날, 선택에 대한 판단이 옳았다고 여기게 만들어 주는건

결국 조건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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