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화대종주 실패, 화엄사~뱀사골

구상나무향기 2014. 8. 3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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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외버스터미널>

 

 

작년에 이어 두 번째 화대종주 도전!

결론은, 아쉬움만 가득한 탈출의 시간이었다.

 

쉽게 생각했고, 또한 가벼이 여겼다.

 

멀고 먼 지리산의 여정을 이리 가벼운 몸과 마음가짐으로 도전했으니

쉬이 허락되지 않음이다.

 

 

 

 

 

<하동에서 화엄사로...>

 

 

이번에는 차량 조력자가 없어 부득이 차량을 진주터미널에 주차한 뒤,

하동터미널에서 화엄사까지 가는 '버스의 여정'을 택했다.

 

만일 종주에 성공했다면, 대원사에서 다시 진주로 돌아오는 과정만 밟으면 되었다.

 

 

작년 화대종주 산행기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3j7Q&articleno=7353898&looping=0&longOpen=

 

 

 

 

 

 

밤 9시30분, 화엄사 버스 주차장에 도착한 헐랭이 산꾼.

 

아직까지 닥쳐 올

암울한 '미래의 여정'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7km,

작년에 3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종주에서 무려 4시간 20분이나 소요되었다.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

 

 

동료의 난감한 몸상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늦어진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고, 이번 종주가 급 변경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사실 나 역시 그리 몸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다.

물론 더 진행해도 그 결과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에서 쪽잠을 자다가,

이용객들이 자리를 비운 자리에 몰래 들어가 3시간 정도를 잘 수 있었다.

 

그나마 그것도 3시 이후 빈자리가 있어 살며시 들어간 거였다.

 

노고단고개에서 새벽 3시 이전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에,

그 시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막고 있다면, 다 샛길로 출입했겠지만, 요즘은 어림없다.

 

 

 

 

 

<철저하게 막고 있는 노고단고개>

 

 

 

천왕봉을 넘어가기 위해

많은 시간 계산을 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돌아가는 버스 시간표를 고려할 때, 제일 나은 방법은

뱀사골로 내려가 인월에서 진주로 가는 게 최선이었다.

 

거림이나 백무동 또는 중산리로 하산할 시 버스 막차시간을

담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더 걸어가기도 어중간 한 시간이었다.

조기에 포기를 선언하고, 가장 빠른 탈출로를 선택한 것이었다.

 

 

 

 

 

 

노루목에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였다.

 

8월, 간만에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었다.

그날 새벽하늘에 별이 총총했는데, 낮에 화사한 햇볕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던 나날들이었나...

여기저기서 물난리가 심했던 8월의 마지막 주였다.

 

 

 

 

 

지리산은 완연한 가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구절초와 개쑥부쟁이 그리고 산오이풀까지 잔뜩 피어나 있었다.

 

연하선경에 피어난, 흐드러진 구절초 무리를 보리라 여겼건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추석 연휴 때, 촛대봉만 살짝 오를 예정이다.

구절초와 개쑥부쟁이가 펼치는, 들국화의 집단 개화는 지리산에서도 으뜸인 장소다.

 

 

 

<헐랭이 산꾼>

 

 

화개재에서 반선까지 9킬로, 3시간이면 도착가능하다.

 

이게 역으로 올라도 비슷한 시간치를 보여주는데, 그만큼 뱀사골 등산로가

평이하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등산로였다면 족히 5시간은 걸릴 거리다.

 

 

 

<뱀사골 병풍소>

 

 

가을 단풍 코스로는 지리산에선 가장 아름다울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뱀사골이다.

 

길이가 9킬로나 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단풍이 드는 장소가 각기 다르다.

 

10월 초순에는 화개재에서 간장소까지

중순에는 간장소에서 병풍소가 좋고, 10월의 마지막 주는 간장소에서 반선 입구까지가 좋다.

 

만추를 즐기자면, 반선이나 달궁에서

가지는 낭만이 정말 좋다.

 

10월 말경이나 11월 첫주가,

달궁이나 덕동 야영장이, 연중 최고의 낭만으로 물들 시기다.

 

 

 

 

 

아주 오래되고 오래된 터미널인데,

15년 지리산 산행만에 내가 처음으로 이용한 뱀사골 터미널이다.

 

인월까지 버스로 이동하였고,

그리고 인월에서 진주로 이동해 그날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시골버스의 낭만까진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지리산을 넘나든 건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항상 손쉽게 자가용을 이용했지만, 때론 이런 버스로 이동하는

여유로운 여행도 나쁘지 않음이다.

 

 

 

 

 

기회 되면, 이번엔 통제가 없는

대원사에서 시작해 화엄사로 넘어가는 종주를 구상 중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다.

 

도전한다고 매번 성공할 수 없다.

울트라마라톤에서도 때론 실패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게 계속 포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음 도전에 대한 잠시간 쉬는 것일 뿐이다.

 

도전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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