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조개골~치밭목~써레봉~심박골

구상나무향기 2015. 6. 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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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밭목의 유래가 '취나물 밭이 있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취나물이 그렇게 많나 ?"

 

늘 그 이름에 대해서 궁금했던 차다.

이번에 함 밝혀보자.

 

 

 

<참기생꽃>

 

 

조개골은 심심찮게 많이 다녀본 길이다.

 

특히나 동부능선 산행에 있어 피할 수 없는 루트다 보니 이래저래

얽히고 설킨 길들에 대한 이해심이 딴은 높다.

 

그래도 대상은 지리산이다.

늘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길은 훨씬 더 넓어졌고 뚜렷해져

사실 길 잃고 헤멜 걱정은 훨 덜해진 루트다.

 

 

 

 

<조개골에서..>

 

 

 

지리산 골짝 중, 이 길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유독 이 길에서 만나는 자연성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정령이 살듯한 오래된 참나무들이 이곳에는 유독 많다.

그 그늘 아래 흐드러지게 자라나는

많은 초본식물을 보노라면 여름이나 가을 어느 계절에 찾아들어도

 

이 길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게 될 것이다.

산죽이 적어 초본류들이 유독 많이 자라는  정감있는 조개골이다.

 

 

 

 

 

 

 

치밭목은 "취밭이 있는 언덕"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그 취종류가 특정 한 종류를 뜻하는 게 아니다.

 

종류는 사뭇 많다.

 

참취를 비롯하여, 단풍취, 곰취, 서덜취, 비비추, 귀박쥐나물, 모싯대 등등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들이 이곳에 자란다.

 

가히 '취의 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치밭목이라는 이름이 그냥 생긴건 아닐듯 싶다.

 

 

 

 

<산겨릅나무>

 

 

 

물론, 그 안에는 수많은 독초도 함께 자생하고 있어

어설프면 반푼수 된다.

 

그냥 산꾼은 산행만 하자.

알다시피 국립공원 내 임산물 채취는 당연 불법이다.

 

비지정 다니는 것도 미안한데, 나물 뜯으면 되겠는가

양심적으로 조용히 산행만 하자.

 

 

 

 

 

 

종류는 많지만

일월비비추와 단풍취가 대부분 우점하고 있어

치밭목 유래의 '치(취)'가  저 두 종류를 지칭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리산의 구석 어디를 가더라도

사실 저 두 종류는 엄청난 개체 수를 자랑하는데, 거의 잡초 수준이라 봐도 무방하다.

 

입구에서 조개골 상류까진

2시간 정도에서 늦어도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

 

조개골은 사실 계곡미가 크게 뛰어난 장소는 아니다.

 

 

 

<치밭목 샘>

 

 

 

치밭목 산장 주변 일대는

고도가 높지만 실개천 같은 계곡이 형성되어있어 습원이 늘 존재한다.

치밭목샘이 존재하듯, 이곳의 습도는 늘 높다.

 

아마 이러한 지형적 특색이 있어 초본류들의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게 아닐지 싶다.

 

 

 

 

<치밭목 산장에서 의례적 셀카, 눈버렸다면 미안하다>

 

 

 

"어디에서 왔어요 ?"

 

"화엄사요!"

 

"어디요 ?"

 

"화엄사~요"

 

"아니 그럼 화대종주 하는 거에요 ?"

 

"맞아요 새벽 1시에 출발했어요"

 

아마 건장한 남성이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질문 자체를 안 했을 거다.

 

상대는 호리호리한 50대 초반의 대전에 사는 여성이었다.

 

에너지를 다 짜낸 듯, 지친 그녀의 행색에서 보통을 넘어선 고수의 이미지가

풀풀 흘러나고 있었던 차라 내 넌지시 물어본 것이다.

 

역시 마라톤을 취미로 하는 의지의 그녀였다.

유성온천울트라마라톤대회장에서도 나타났다고 했는데, 나하고 아마도 은연중

부딛친 '공기 중 인연'이 아니었나 싶다.

 

여자 혼자서 그 칠흑같은 어두운 밤에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몇 번 도전해봤기에 쉽지 않은 길임을 알기 때문에

그녀를 높이 보는 이유다.

 

 

 

 

<써레봉 똥폼>

 

 

이윽코 써레봉에 올랐다.

 

"아니 써레봉 어디 갔어 ?"

 

하여튼 머릿 속 기억력이란 게 꼭 믿을만한 건 아닐듯싶다.

이미 써레봉은 많이 다녀봤는데도

 

난 써레봉의 위치를 이미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중봉 밑자락에 있었던 써레봉을, 황금능선 들머리 윗자락에 있는 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쩐지 써레봉이 안 나타나더라니

세월이 흘러 이젠 '내 머리속 지우개'들도 기지개를 하는가 보다.

 

 

<써레봉 몰랐던 어설픈 산꾼>

 

 

 

중봉 아랫녘에 자리한 써레봉은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각도와 동일하다.

 

그래서 치밭목에서 올라와 이곳에서 터를 잡고 쉬어도

일출을 충분히 볼 수 있는 장소이기에, 구태여 천왕봉이나 중봉까지 안가더라도

천왕봉 일출의 묘미를 맘껏 누려볼 수 있는 명당이다.

 

 

 

<써레봉에서 바라본 황금능선 들머리>

 

 

 

치밭목 산장은 예약이 없이도 입실이 가능하기에,

천왕봉 일출이 보고 싶다면 치밭목으로 와 이곳에서 일출을 감상하면 된다.

 

요즘은 대피소들이 다 만실이기에

인터넷으로 예약하기가 매우 어렵다.

 

천왕봉 일출 보기가 어렵다면 이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

 

 

 

<써레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중봉>

 

 

 

써레봉 능선의 풍경이다.

이곳에 서면 동부능선이 한 눈에 다 조망된다.

 

저 아래 안부가 치밭목 산장이다.

여름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을 나절 이곳에 오르면 붉디 붉은 단풍의 선경에

압도 당하게 될 것이다.

 

능선 조망이 좋기에

곳곳의 붉그레한 단풍 모습에 감탄하기 딱 좋을 장소다.

 

 

 

 

 

 

 

다시 치밭목 산장으로 돌아와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해본다.

 

원두커피 2천원.

 

높디 높은 적막한 산 속에서 원두커피를 마시는 낭만도

가히 나쁘지 않을 터이다.

 

원두커피는 대전의 그 여성이 사준 것이다.

천천히 뒤따라 내려갔더니 치밭목에 도착해 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여성은 결국 유평리까지

도착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새재삼거리에서 난 심박골로 넘어왔는데

 

그새 유평리까지 다 내려와 버린 것이다.

역시 마라토너 다운 저력이었다.

 

새재삼거리에서, 심박골이 3km 유평리가 4.4km다.

 

 

 

<무제치기 폭포>

 

 

심박골은 아주 부드러운 골짝이다.

말이 골짝이지 실제 계곡은 없으며, 정비가 매우 잘되어있어

입구에서 치밭목 산장까진 2시간이면 도착이 가능하다.

 

오후나절 천천히 출발해 치밭목에서 쉬고 싶다면 

윗새재에서 심박골을 이용하면 된다.

 

 

 

 

 

 

불과 12.4km 걷는데

11시간 10분이나 소요되었다.

 

지리산 골짝의 위용을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름 천천히 걸은 탓도 있다.

 

그래도 늘 그렇지만

쉽지만은 않은 지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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