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그리매>
지리산은 국내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면적으로 보면 최고다.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리산 일대에 목본식물이 245종, 초본식물이
579종으로 총 800여 종이 분포한다고 한다. (설악산 1,300여종)
넓은 면적으로 보더라도 지리산을 흔히
식물의 보고나 야생화의 보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
실제 야생화의 개체수나 생태계의 건전성을 따지는 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지리산의 식생은 좀 답답함을 보여준다.
산죽의 범람과 상대적으로 철쭉과 진달래의 점령으로 천상화원이라
일컫는 야생화 밭은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길상봉님의 옛 노고단 원추리사진: 지리산아흔아홉골>
위의 사진의 모습과 노고단의 지금 모습과 견주어 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끼는거야 모두 같을것이다.
아고산지대 특유의 야생화 지역은 이제 참나무와 싸리나무
철쭉으로 인해 이미 육화되었고 멧돼지의 증가로 원추리등의 먹이
채취로 노고단의 식생은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바래봉 처럼 독이 있는 철쭉만 남겨두고 온통 파고 뒤집어
남은건 철쭉과 드문드문 산오이풀과 생존에 강한 사초과 식물 밖에 없다.
원추리 축제가 아니라
지금은 철쭉 축제를 해야할 판이다.
노고단은 세월의 흐름따라 그 식생도 바뀌어져 버린것이다.
그것은 노고단에 인근한 돼지평전에도 마찬가지다.
이름 그대로 평전이지만
지금은 철쭉이 점령한 구릉지대가 되었다. 여름나절 어수리와
동자꽃 범꼬리등이 한때 이곳이 야생화 밭이였음을 증명하고 있지만
예전의 황홀했던 천상화원의 풍경은 이제 옛사람들의
구전에만 전해질 뿐이다.
그렇다면
지리산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아고산지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연하선경이나 세석평전은 어떨까 ?
<여름의 연하선경 야생화 지대>
연하선경 또한 봄에 나물류 채취등으로 인해서 종의 다양성 보다는
개체수의 감소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었던 장소중 하나다.
어수리,참당귀,취나물,서덜취등으로 대변되는 봄의 나물들을
등산객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하여
아고산 지대 특유의 야생화 지대를 훼손 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동안 공단의 꾸준한 노력과 등산객들의 자연사랑 덕분에
점차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산죽없는 야생화지대>
세석평전은 어떨까 ?
지리산 최대의 아고산지대인 세석평전에는 야영의 금지와 출입금지
등으로 철쭉들이 더많은 개체수를 자랑하게 되었다.
한때 황폐화 되었던 자리들은 다시 초록으로 뒤덮히기 시작해 나름
반가울 따름이다.
철쭉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진달래까지 가세해 바야흐로 세석일대는 철쭉과 진달래의
천국이라 할것이다.
<국내 최대의 아고산지대 세석평전>
초본식물들은 ?
범꼬리,터리풀,나도제비란,호오리새,동의나물이나 동자꽃,말나리,산오이풀등등
많은 종류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아고산지대 특유의 식생을
보여주는곳이 바로 세석이다.
하지만 이들이 살아가기엔 이마저도 사실 위험하다.
철쭉과 진달래의 틈바구니속에 어렵사리 살고는 있지만 그들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철쭉 많다고 좋은건 아니다. 사람눈에만 아름다울뿐 그아래 숨쉬는
생명체들은 사실 답답할 뿐이다.
철쭉과 진달래 그리고 싸리나무들이 넓고 광범위하게 펼쳐지면
그아래 초본식물들은 상대적으로 영역을 박탈 당할 뿐만 아니라
번식에도 문제가 생긴다.
'종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볼때 철쭉 군락지는 그다지 반가운
장면만은 아닌것이다.
철쭉 세상이 오면 바래봉 처럼 된다.
현재 바래봉은 종의 다양성에 대해 큰 위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아고산지대의 다양한 식생>
바래봉은 철쭉과 그리고 사초외에는 다양한 종이 없다고 보면 되겠다.
일부 금오족도리풀,동의나물 군락이나 큰앵초등 일부의 초본들이 보이나 그뿐이다.
좀더 다양한 종들이 서로 교합하며 어울려야 건강한 생태계라
할 수 있을것이다. 특정종이 우점하여 점령하는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건 건강이 나쁘다는 뜻이다.
사람눈에만 아름다울 뿐이다.
<연하선경 일출봉>
그래도 철쭉과 진달래는 양반이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산죽'이다.
현재 산죽은 일출봉 일대와 제석봉 그리고 세석평전등 다양하게
분포하여 올라오고 있으며
이러한 성장 속도와 공간 제압력을 본다면 멀지않아 지리산 고산일대를
산죽 세상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하다 할것이다.
흔히 조릿대라고 말하기도 하는 산죽은 현재 지리산 전역을
완전 뒤덮고 있다.
위에서 거론한 세석평전,노고단,제석봉일대와 천왕봉 같은
아고산 지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죽의 위세는 가히 놀랍다.
지금의 산죽의 번식력이라면 조만간 아고산 지대의 영역까지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아고산 지대가 산죽밭이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노고단 그리고 연하선경이 산죽밭으로 뒤덮힌 장면을 상상하겠는가 ?
그 현실이 지금도 진행중에 있음이다.
초본류가 끝나는 경계지점에는 어김없이 산죽밭이 있는게 바로 그이유다
넘실넘실대는 파도 마냥 언제든 덮칠 기세다.
산죽뿌리는 촘촘하고 잎은 햇볕을 차단해
산죽 밑에서는 그 어떠한 식물도 자랄수가 없게 된다. 가장 고약한 녀석이다.
<덕유평전>
아래 기사를 참고해보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부설 한라산연구소는 최근 해발 고도별로
제주조릿대의 서식밀도를 조사한 결과 제주도 전역의 제주조릿대 분포
면적이 245㎢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9월 평강식물원 김봉찬(金奉燦) 식물연구소장이 해발 1600m의 영실
등산로 주변 7개지역을 조사한 결과 제주조릿대가 침입하기 전에는
이 지역이 시로미 털진달래 김의털 설앵초 백리향 한라구절초 등 26종
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지역은 모든 식물이 고사한 채
오로지 제주조릿대 1종만이 서식했다"
---동아일보 인터넷 자료---
<산죽 없는 야생화 지대>
<산죽으로 뒤덮은 숲속>
기사의 내용처럼 산죽 아래 자랄 수 있는 식물은 없다.
혹시 여러분들도 산행을 하면서 산죽밭 아래에 초본류가
자라는 경우를 본적이 있는가 ?
없다.
또한 키큰나무들의 후손들이 싹을 틔우지 못한다.
산죽밭에서 새로운 자손을 번식 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산죽은 초본과 목본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가히 죽음의 바이러스라 할 수 있다.
세석평전과 연하선경에 산죽이 뒤덮는다면 철마다
아름답게 피어나는 야생화들의 세상은 지켜보기 힘들다.
순리 ?
어찌보면 그럴수있다.
세상사 이치야 조화로운 순리대로 가야하는게 아니겠는가
막는다고 그게 막아지는건 아닐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았든가
그말이 틀린말은 아니다.
내 아들 딸들이 지리산을 찾을때 그때는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과 다른 모습을 접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야생화밭 끝부분에 산죽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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